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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도 출구번호를 알고 싶다
장애인 이동권 체험 연재 (5)


이 글은 부산지하철 노동조합이 2009년 4월 4일 주최한 "장애인 이동권 체험 행사"에 참여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이 행사의 취지에 대해서는  아래 글들을 참고해 주십시오.

블로거들이 지하철 장애인이동권을 취재합니다 http://blog.busansubway.or.kr/11 [땅아레]
지하철노조가 블로거 8명을 초청한 까닭  http://2kim.idomin.com/818 [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



지하철 계단 난간의 점자 표기 본 적 있나요?

100% 모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곳에 '지하철 계단 난간 (안이든 밖이든)'에 아래와 같은 모양의 점자 표기가 되어 있다. 매일 지나치기 쉬운 '하찮은' 것이지만, 이 표기는 누구에겐가는 아주 소중한 길잡이가 된다.

난 오랫동안 이런 표기들을 수집해 왔다. 그리고 종류별로 분류를 해 보았다.



위와 같이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은 채 "점자"만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시각장애인 안내 점자" 등의 안내 문구와 함께, 혹은 픽토그램(심볼)과 함께 점자를 적어 놓은 경우도 있었다. 왜냐하면, 이게 뭔지 궁금해할 사람들이 소중히 다루도록 하기 위함인 듯 하다.

하지만, 위의 네 가지 예제는 상당히 실망스럽다. 왜냐하면, 오직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게 무슨 개 풀뜯어 먹는 소린가? 점자 표기가 당연히 "시각장애인"을 위해서 있어야지, "청각장애인"을 위해서 있단 말인가?

하지만, 아니다. 아래의 점자 표지판을 보자.


아하! 이제 눈치챘는가? 적어도 이런 식으로 계단 난간에 있으면, 비시각장애인은 "눈"으로 확인하고, 시각장애인은 "손끝"으로 확인하게 된다. 덧붙여서 저기 있는 점들이 "점자"라는 것을 알려주든지, 간단히 점자의 구성을 보여주는 그림설명을 곁들이면 안성맞춤이겠다.


유니버설 디자인(다살이 디자인) -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모두가 편리한 것

바로,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물건을 디자인 하는 것"을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다살이 디자인'이라고 한다고 한다.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점자표시 엘리베이트 버튼'도 그런 것의 일환이다. 이제는 점자가 찍히지 않은 제품은 나오지도 않거니와 이는 법률 위반이기도 하다. 즉, 하나의 버튼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편리하게 사용하게 된 셈이다.



조금만 더 신경쓰면, 더 좋은 "다살이 디자인"이 나온다

앞의 예를 다시 생각해보자.


이번에 부산에서 발견한 이 표지는 많이 망가져 있었다. 실제로는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점 두개가 찍히지 않은 상태로 판단되었다. 그런데, 이 표지는 점 두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크게 감동적이지 못할 뻔 했다. 먼저, 비장애인이 읽을 수 있는 안내문구가 없었고, 둘째.. 가장 중요한 것인데.. "출구번호가 없다"


시각장애인도 출구번호를 알고싶다!

지하철을 중심으로 길을 가르쳐 줄때는 보통 '몇번 출구로 나와서 몇미터' 이런 식이다. 시각장애인이라고 다를리 없다. 그런데, 시각장애인용 안내 표지에는 하나같이 '출구번호'는 쏙 빼놓았다. 시각장애인인 '김진'씨의 경우 '다른 것 다 빼고 출구 번호만 적어도 좋겠다'고 할 정도다. 현재는 "ㅇㅇㅇ 방면" 이런 식으로만 쓰여 있어서, 실제 시각장애인은 이 표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얼마나 웃긴 일인가. 시각장애인 생각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 시각장애인에게 쓸모가 없다니...

그러니, 괜히 이상한 지명 그만 적고, 출구번호라도 큼지막하게 적어 놓으면 좋겠다고 한다. 특히, 곳곳에 있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띄엄띄엄 있으면 지하철에서 헤맬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다살이 디자인"의 핵심은 '배려'

내가 디자인 전문가도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여태까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다살이 디자인'의 핵심은 '배려'다. 적어도 장애인이 무엇을 불편해 할까 물어보고, 그것을 해결해 주려는 노력 말이다. 그냥 어림짐작으로 자신의 입장에서 '대충' 해결해 놓고 선심쓴 척하는 것은 진정한 배려가 아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자동차의 손잡이에도 세심하게 점자를 넣어주는 '배려'가 바로 제대로 된 다살이 디자인이다.

▲ 택시에서 발견한 점자. ('도어 핸들'이란 단어는 맘에 안들지만)


아무쪼록 지하철 측에서도 (부산이든 서울이든 어디든) 이런 시각장애인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각종 계단 난간에 점자 표기시 반드시 출구번호를 넣어주기 바란다. 유니버설 디자인... 아주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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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노약자석을 꺼리는 이유 - 시각장애인 지하철 생존법
장애인 이동권 체험 연재 (4)


이 글은 부산지하철 노동조합이 2009년 4월 4일 주최한 "장애인 이동권 체험 행사"에 참여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이 행사의 취지에 대해서는  아래 글들을 참고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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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멀쩡한 놈이 왜 이 자리에 앉아 있어? 일어나!

두 눈이 안보이는 시각장애인 김진씨는 이런 봉변을 여러번 당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신체. 손끝으로 열심히 점자책을 읽고 있었지만, 막무가내 어르신에게는 그런 것이 통할리 없다. 결국, 일어나야만 했다. 휘청거리면서...

그래서, 김진씨는 자리가 없으면 지하철에 그냥 서 있는다. 비록 노약자석이 비었더라도!

▲ 오늘도 변함없이 서서가는 '시각장애인' 김진씨

하지만, 서서 갈때도 어김없이 김진씨는 '책'을 읽는다.

잠깐!!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책을 읽냐고? 거참. 정말 잘 읽는다.


듣는 책으로 "읽는다"


바로 이런 "녹음도서"를 듣는다. 항상 서서 갈때마다 책을 귀에 꽂는 셈이다. 다행히 부산점자도서관에 근무하는 탓에 이런 녹음도서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자리에 앉으면 "영어"를 손끝으로 읽는다

어쩌다 자리에 앉으면, 어김없이 점자도서를 꺼낸다. 점자 프린터로 찍은 점자 도서는 무척이나 두껍다. 보통 책의 몇 배로 불어나는 점자 도서의 특성 덕분에 그리 많이 들고 다니지는 못한다.

시범을 보이겠다며, 손끝으로 빠르게 영어를 읽고 문제를 풀기 시작한다. 해석을 하고 답을 맞춘다.


그냥 보면 "이 사람이 흰 종이에서 뭘 하나... 혹시 초능력자?"라고 느낄지 모르지만, 저 오톨도톨한 6점의 조합들이 바로 우리가 보는 '글자'나 다름없다.



빈 자리 나면 좀 알려줬으면...

이렇게 가면 어렵지 않냐고 묻자, 환히 웃으며 대답한다.

"어려운 것은 없구요. 단지... 좀.. 사람들이 빈자리가 나면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어쩔때는 나 혼자 서서 가고 있더라니까요. 내가 사지가 멀쩡해서 서서 가는 것은 큰 문제가 없지만, 좀 그렇잖아요."

하긴, 김진씨의 유쾌한 지하철 출퇴근을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은 이거다.

시각장애인이 지하철에 타면, 자리를 내어주거나, 자리가 비었다고 알려주면 된다. 이거 참~~ 쉽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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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 맞춤법도 틀리면 창피하다
장애인 이동권 체험 연재 (3)


이 글은 부산지하철 노동조합이 2009년 4월 4일 주최한 "장애인 이동권 체험 행사"에 참여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이 행사의 취지에 대해서는  아래 글들을 참고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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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도 엄연한 "우리 글"

한글점자 표기법은 1926년 송암 박두성 선생님의 '훈맹정음'에서 비롯되었다.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만들어서 오늘날 우리 문화의 발전을 이룩했다면, 박두성 선생은 '훈맹정음'을 만들어서 시각장애인에게 '빛'을 주신 셈이다.

"자음/받침/모음", "약자/약어". "숫자,부호" 등으로 이루어진 점자는 6개의 점을 조합해서 글자를 이루어낸다. 그리고 이 6점 점자는 세계가 공통으로 사용한다. 최근에야 컴퓨터에서 이루어진 '유니코드 체계'가 이미 점자에서는 오래전부터 구현된 셈이다. (물론, 점자의 표기가 같다는 것 뿐이지, 한글점자 배운다고 영어나 독일어를 술술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모두 따로 배워야한다. 세상엔 공짜가 없다.)


곳곳에 표기된 '엉터리' 점자,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점자는 '외계인'의 언어가 아니라, 바로 우리 '한글'이고 '숫자'고 '영어'다. 그러니, 이걸 틀리게 표기하면, 시각장애인들은 틀린 그대로 읽게 된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뭐? 이게 뭐?

그렇다면.. 바로 아래 표기를 보자.



이제서야 느꼈는가? 사실, 이 표기는 거의 애교로 틀린 셈이나 다름없다. 점자에서 "ㅈ"은 약자로 "자"로 쓰이는데, 그것을 제대로 모르고 거기에 "ㅏ"를 하나 더 붙여서 "자ㅏㅇ"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맞다고도 할 수 있지만, 점역사 "김진"씨는 단호히 "틀렸다"고 한다.


맞는 표기는 아래와 같다.




엘리베이터 점자 - 거꾸로! 거꾸로!


이미 예전에 쓴 글 2008/03/27 - 엘리베이터 점자를 똑바로 세워주세요 - 점자 똑바로 운동 에서도 밝혔지만, 점자가 가장 많이 쓰인 '엘리베이터'에서 가장 많은 오류가 발생한다. 거의 대부분의 오류는 "상/하"버튼을 거꾸로 다는 경우다.

제품 자체가 틀리게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공장에서 표준으로 찍어 나오니 말이다.

그런데, 상하좌우 대칭인 버튼의 경우 "위/아래"를 나타내는 버튼이 똑같이 생겼다. 단... 점자가 찍혀 있으면 위 아래를 구분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설비공들은 그것을 무시하고 꽂는다.


이것처럼 "하▼" 를 뒤집어서 "상"으로 쓰려고 하고 있다. 물론, 시각장애인이 만져보면 어떤 사건인 줄이야 짐작하겠지만, 이건 창피함을 넘어서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낭비"를 한 셈이 되고 만다.




이건 다른 곳의 사진인데도...한 술 더 떠서 현재 층을 나타내는 점자마저도 거꾸로 붙여 놓았다.



그나마 많이 나은 상태다. 물론, 엄격한 '김진'씨에 따르면 "하"의 경우에 "ㅎ"만으로 약자 "하"를 나타내므로 그냥 첫번째 글자만 있어도 된다고 했지만, 내가 여태까지 수집한 바에 따르면, 저런 표기가 상당수였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를 제기하진 않겠다. 하지만, 엄격히 말하면... "하ㅏ"라고 쓴것이나 다름없다. ^^

점자 틀린 곳은 곳곳에...검수만 부탁해도 될텐데...

점자를 써 놓은 이유는, 시각장애인들이 '읽게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저렇게 거꾸로 혹은 틀린 표기로 써 놓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오히려 어쩔때는 위험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엉터리 점자가 난무할까?

이번에 김진씨와 함께 곳곳에 있는 점자 안내판 등을 점검하는데도, 틀린 표기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실제로 점자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의 검수를 받지 않아서다. 그냥, 대충, 책보고 혹은 얼렁뚱땅, 다른 것 보고 베끼면서.. 그렇게 하다가 이모양이 된 것이다.

그러니 결론은 아주 간단하다.

지하철 점자 시설 점검을 '시각장애인'에게 맡겨라. 휠체어 경사로 점검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맡기면 100% 해결된다.

그냥 "보기에 좋았더라" 식으로 꾸미면.. 엉망이 된다. 아래처럼 색깔 맞추느라 많은 부분을 포기한 점자블록처럼 말이다.



"보기엔 좋지만" 실제로 저시력자들에게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점자블록
점자블록의 색깔은 확 드러나는 색이어야 한다.
점자블록은 인테리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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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블록, 타는 곳 따로, 내리는 곳 따로?
장애인 이동권 체험 연재 (2)


이 글은 부산지하철 노동조합이 2009년 4월 4일 주최한 "장애인 이동권 체험 행사"에 참여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이 행사의 취지에 대해서는  아래 글들을 참고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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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블록 따라 타면, 내릴 때 낭패

친절히 안내되어 있는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을 따라서 "가"역에서 차를 탄다. 그리고 그 칸에서 움직이지 않고 몇 정거장을 지난 "나"역에서 내리면 당황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곳엔 정지선을 알리는 점자블록 외에 층계까지 안내하는 점자블록이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망망대해'에 떨어진 느낌이 된다. (물론,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들은 이 상태에서도 잘 찾아가곤 한다.)

※ 그림출처 : 부산지하철 홈페이지, 편집 : 한글로 2009

이렇게 된 이유는 '역마다 점자블록으로 안내해서 타게 하는 열차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너무 간단한 문제다. 그렇다면, 조금 돌아가거나 무리를 해서라도 "장애인들이 타는 자리를 모두 통일 시키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 미리 답을 말하자면 "아니다"이다.


시각장애인도 선호하는 승차위치가 있다

비시각장애인만 '몇번째 칸에서 타면 어디까지 환승이 빠르다"라는 식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게 아니다. 시각장애인도 자신들의 상황에 맞도록 그런 공식을 가지고 있다. 매일 출근하는 역의 경우에는 그 자리를 자연스럽게 잡게 된다. 하지만, 조금 낯선 역에서는 헷갈린다. 당연한 일이다.


위에서 보듯이, 비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6-1이라는 표식을 볼 수 있다. "2호선 최단 환승 지점"이란 표기도 있다. 하지만, 김진씨는 앞이 안보이기에 지금 현재 위치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만약, 6-1이라고 쓰여진 곳 옆에 아주 작게라도 "점자표기"로 "6-1"이라고 표기라도 해 준다면... 아주 쉽게 해결이 될 것 같다. 김진씨 이야기로는 간단한 재료로도 점자 스티커를 만들 수 있으며, 누구라도 쉽게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쉬운 것은 맞다. 저정도 숫자는 나도 찍을 수 있다. 물론, 매뉴얼 보고... 설명서 보고 알아맞출 정도는 보통 30-40분이면 모두 배운다. 왜냐하면, 점자는 '한글'이고 '숫자'고 '영어 알파벳'이기 때문이다.

(점자에 대해서는 2008/03/20 - 두뇌 트레이닝 - 점자로 잠자는 두뇌를 깨우자 참조)


작은 관심 하나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무방비로 놓아진 이유는... 단 한 가지 이유... "관심이 없어서"이다. "대체 몇명이나 시각장애인이 온다고.."라는 잘못된 생각을 했거나, "시각장애인이야 누가 부축해주고 가겠지"라는 편견에 사로잡혀서가 아닐까?



김진씨는 스크린도어가 있는 승강장의 경우에도 1-4란 큰 글씨는 '저시력자'를 위해서 좀 잘 보이는 곳에 붙이면 좋겠고, 그 밑에 작게 점자표기를 하면 자신들도 손쉽게 지하철을 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크린도어가 생겨서 상당히 편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시각장애인에게는 승차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이 완전히 사라져서 안타깝다고 했다.

그리고, 간단히 타는 곳의 양 옆에 점자블록을 세로로 한두칸 정도만 깔아주면, 아주 쉽게 승차 위치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모든 승차위치에 다 점자블록을 연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예산도 많이 들고, 무엇보다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장애인을 위한 일이 또 다른 장애인의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되는 일. 모든 장애인과 모든 비장애인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장애인이 편리하면, 비장애인은 더 편리해진다. 아주 간단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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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에게도 화장실을 허하라
 장애인 이동권 체험 연재 (1)

이 글은 부산지하철 노동조합이 2009년 4월 4일 주최한 "장애인 이동권 체험 행사"에 참여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이 행사의 취지에 대해서는  아래 글들을 참고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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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로 안내하는 '점자블록'은 어디에

1급 시각장애인 '김진'씨. 부산점자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 희미한 빛을 느낀다는 것과 눈앞 몇밀리 앞의 글자를 간신히 읽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맹이나 다름없다. 그는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을 한다.

앞을 못보는 사람이 어떻게 지하철을 타냐고? 김진씨의 걸음을 본 사람이라면,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손에 흰 지팡이를 들고 있지 않다면, 그는 정말 성큼성큼 걸어서 지하철에 올라타기 때문이다. 아주 오랫동안 익혀온 길이기에 그리 어렵지는 않다. 활동을 하는 시각장애인들은 거의 이런 수준이다.

대체 어떻게 그는 위치를 파악할까?

"저기에 물소리 들리시죠? 아마 분수대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을거에요. 저런 작은 소리 하나가 단서가 되죠."

앞은 안보이지만, 수많은 감각들을 사용해서 현재 위치를 알아내는 것이다. 눈에 의존하는 비시각장애인이야 신기하겠지만, 그에게는 신기한 것도 아니다. 그냥 생활일 뿐이다. 오히려 그런 것을 신기해 하는 우리가 신기할 뿐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난감한 문제가 있다. 바로... 화장실이다.

물론, 지금은 익숙해져서 출근하는 역의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는 "눈감고도" 찾는다. 하지만, 초기에는 이런저런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 첫번째 이유는 바로 아래의 사진이 말해준다.


점자블록은 저 앞에나 가야 있다. 화장실로는 점자블록이 안내하지 않는다. 점자블록을 따라가야 하는 시각 장애인으로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지팡이를 툭툭 치면서 앞으로 나아가지만, 무언가 덜컥 걸린다. 바로 휠체어 경사로다.


왜 경사로를 이만큼만 만들었을까?


김진씨는 묻는다.

"왜 경사로를 이만큼만 만든거죠?" 전체를 모두 경사로로 만들면 장애인이나 비 장애인이나 모두 좋은 것 아닌가요? 우리같은 시각장애인은 갑작스런 이런 장애물(난간)에 다치기도 하거든요."

하긴, 그렇다. 그러고보니, 굳이 계단을 만들지 말고 모두 경사로로 만들어도 좋을 것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내가 부끄럽다.


더 난감한 "2층" 화장실



여기는 더 난감하다. 화장실로 안내하는 점자블록은 당연히 없다. 그래도 가려고 하니, 화장실은 계단을 또 한 참 올라야 한다. 물론, 장애인 화장실이 저 앞에 있긴 하지만, 김진씨는 몇가지 이유로 장애인 화장실은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저 장애인 화장실이 정말 시각장애인도 포함한 '장애인'을 위한 것이었다면... 점자블록이 깔려 있어야 마땅하기도 하다. 불안 불안.. 이층으로 올라가는 모습에 내가 불안하다. 참.. 잊었다. 김진씨는 베테랑이란 것을...


대체, 남자 화장실은 어디에?

아차차... 화장실을 찾는 것까지는 오히려 쉬웠다. 그 다음이 문제다.

대체, 어디가 남자 화장실이고 어디가 여자 화장실인지... 알 수가 없다. 불쑥 들어갔다가 치한 취급을 당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김진씨는 얼핏 보기에 장애인처럼 생기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놀란 것은 김진씨였을터..

그나마 최근에는 이런 표식이 붙어 있어서 다행이다. 아래에 친절히 "점자표기"가 되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많은 수의 화장실에는 점자 표기가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낯선 역에서는 늘 긴장해야 하고, 사람들에게 의존해야 한다. 아주 작은 '표기' 하나가 김진씨 같은 시각장애인에게는 환한 등불이 되는데 말이다.


▲ 요즘 늘어나고 있는 화장실 점자 표기


시각장애인에게도 화장실을 허하라!

화장실로 향하는 점자 블록을 신경써서 깔아주는 것. 장애인 경사로가 위험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 갑자기 튀어나오는 장애물을 최대한 배제하는 것.... 정말 어려운 일일까?

적어도 '조금만 신경쓰면 가능한 일'이다. 이미 많은 지하철 화장실들이, 건물의 화장실들이 그렇게 변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이다. 적어도 점자블록이 '중앙선'이 아니라는 것만 깨달아도, 김진씨의 화장실 찾기는 훨씬 수월해 질 것이다.

(관련글 : 점자블록, 조금만 옮겨주세요. http://media.hangulo.net/467 )

참...아직도 점자 블록의 용도를 모른다면... 아래 글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2008/02/15 - 어느 점자블록의 독백 - 길 위의 길 [미디어한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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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틀리고 장애우가 맞다? - 장애인과 장애우 용어 논쟁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블럭. → [점자 블럭에 관한 짧은 사진 이야기 보기]  

장애우만 맞는 말이라고?

요즘 들어서 "장애우"라는 말이 많이 들린다. 장애인에 대한 어느 논쟁을 봐도 그런 말은 한 두마디씩 튀어나온다.

"장애인이 아니라 장애우 입니다. 똑바로 불러주세요"

하지만, 이 말은 그리 맞는 말이 아니란 것을 알아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의 논쟁을 거쳐간 "장애우 / 장애인" 논쟁이긴 하지만, 혹시 모르시는 분은 그냥 들어주시기 바란다.


장애인을 지칭하는 말의 변천 : 불구자 → 장애자 → 장애인

최근 출간된 김도현씨의 책 "차별에 저항하라"에 따르면 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불구자"란 명칭이 공식적이었다. 심지어 1954년 설립된 단체의 이름은 "한국 불구자 복지협회"였다고 한다. (현재는 한국 장애인 재활협회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1981년에 "심심 장애자 복지법"제정을 계기로 "장애자"로 바뀌었으며, 1989년 장애인 복지법으로 개정되면서 "장애인"이란 용어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관련기사 보기 2007.4.16 연합뉴스 <불구자에서 장애인까지>]


불구자에서 장애자로 (1981년)

지금도 그렇지만, 불구자라는 말은 그리 긍정적인 말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불구라는 말은 좀 점잖은 말이고, 우리는 "병신"이란 말을 - 지금까지도 - 사용하고 있다. 이 말이 사람을 비하한다는 것에는 토를 달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안"이 5월 19일에 통과되고 1981년 6월 5일 공포되면서 "불구자"란 단어는 "장애자"로 바뀌게 된다. (이는, 일본에서 "장해자"로 쓰고 있는 것을 우리말로 바꾼 것이라고 한다. 지금도 "장해"라는 단어는 종종 쓰이고 있다)


장애자에서 장애인으로 (1989년)

국회의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심신장애자복지법개정법률안(대안)은 1989년 12월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1989년 12월 30일에 공포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1987년이란 주장도 있으나, 국회의 자료에 따르면 1989년이 맞다)

▶ 참고 : http://likms.assembly.go.kr/bill/jsp/BillDetail.jsp?bill_id=011437

이렇게 바뀐 이유는 "장애자"가 "놈 자(者)"를 씀으로써 사람을 비하한다는 이유였다. 사실, "기자" "학자"등에도 '놈 자'자가 쓰이고 있지만, 비하는 아니다. 하지만, 유독 장애자에 대해서는 그것이 비하라는 인식이 든 것은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또한, 여기에는 "장애우"란 단어가 한 몫을 한다.

▶ [근거자료] 장애인 명칭의 유래 - 하사가 장애인 상담넷


장애자에서 장애우로 (1987년)

그런데, 장애인으로 바뀌기 이전인 1987년에 "장애우 권익 문제 연구소"란 것이 생기면서 장애우란 단어가 생겨난다. 그들의 설명을 빌리면..

함께걸음 창간호인 88년 3월호에 실린 이성재 현 이사장(당시 소장, 변호사)의 창립취지문 「장애우들에게도 문명의 건강한 동반자로서 살아갈 능력과 권리가 있다」는 이렇게 서술하고 있습니다.“저희들은‘장애자’라는 단어의 개념이 이 사회 속에서 잘못 전달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장애우’라는 단어를 선정했습니다 (아래의 근거 자료에서 발췌)

장애자란 단어가 이미 이 사회에서 잘못 전달되고 있어서, 대체할 용어가 필요했고, 그 용어로 "장애우"라는 단어를 쓴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단어는 장애인의 인권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는 늘 등장했고, 지금까지도 널리 쓰이고 있다.


장애우는 틀린 말이다? - 장애인과 장애우 논쟁

위의 근거자료 장애인 명칭의 유래 - 하사가 장애인 상담넷 를 읽어보면, "장애우"란 말은 틀린 말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자료는 참 많은데,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두가지이다.

먼저, 장애우는 "나"를 지칭할 수가 없다. "나는 장애인 입니다"는 말이 되지만 "나는 장애우 입니다"는 말이 되기가 참 힘들다. (나는 "학우입니다"란 말을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그리고, 장애우는 어르신을 지칭할 수가 없다. "우리 아버지는 장애우입니다"라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서는 2003년에 아주 격렬하고 심도 있는 논쟁이 오갔다. 그 논쟁은 인터넷에 보물처럼 남아 있으니, 먼저 읽어보기 바란다. 이러한 자료를 읽지 않고서 처음부터 다시 논쟁을 시작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아주 나쁜 습관인 듯 하다.



 ■ 위의 입장에 반대하는 위드뉴스(Withnews)의 반박글


www.withnews.com

'장애우'가 아닌 '장애인'으로 해야 합니다. 2003. 03.11


<장애인-장애우 논쟁>

   '장애우' 역사적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 용어

   '장애우'란 용어는 써서는 안되는 이유!

   '장애우' 용어가 판치는 세상을 거부하며....

[연재 1] 장애우는 없다  2003.3.17


[연재 2] 장애우는 없다  2003.3.29


[연재 3] 장애우는 없다 2003.4.1


장애인, 장애우를 같이 쓰면 어떨까?

사실, 이런 논쟁에 비전문가이지만, 실제로 말을 사용하는 나로서는 두 주장에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무슨 황희정승 패러디? ^^) 하지만, 여기서 날을 세워서 누가 맞다고 말하는 것은 참 위험한 발상일 것 같다.

먼저, 두 주장에서 "불구, 장애자, 병신" 등의 단어는 분명히 장애인(장애우)을 비하하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 인식임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에따른 대안을 찾으면서 "友(벗 우)"냐 "人(사람 인)" 이냐를 가지고 논쟁하는 것인데, 이 논쟁이 깊어질수록 이데올로기이니 운동이니 하는 머리아픈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장애인이나 장애우나 모두 장애가 있는 분들을 존중하는 의미라는 뜻은 명확하지 않은가? 그러면 좀 혼돈되더라도 그냥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식 용어가 장애인이므로 장애인을 주로 쓰되, 굳이 어떤 운동의 의미를 내고 싶으면 장애우를 쓰는.. 그런 선택의 방식이 어떨까 한다.

사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장애자"란 말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쓰이고 있다. (검색창에 "장애자"를 쳐보시라. 수백 수천개의 뉴스 결과가 나온다) 이것도 무조건 지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비하하는 뜻으로서의 '장애자'가 아닌, 그저 일반적인 단어로서 '장애자'를 사용한 것을 가지고 '의식이 있니 없니' 하고 몰아 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방식은 오히려 반발만 가져온다.

어차피 비장애인 (장애인의 반대말은 정상인이 아니고 비장애인이다)들도 모두 "잠재적 장애인"인데, 굳이 미래의 자신을 비하하는 말을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마치 "간호원"이란 말을 들으면 어쩐지 우울해진다는 간호사분을 위해서 "간호사"라고 불러주는 것..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는가? 청소부와 '환경미화원'은 정말 큰 차이가 있었던 것 같이, "명칭"만 바꾸더라도 그 사람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

물론, 호칭이 달라진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아무리 '장애인'으로 불러도 그 바탕에 '불쌍한, 쓸모없는' 등의 수식어를 깊이 간직하고 말을 한다면, 그건 그냥 앞에서 욕을 하는 것보다 나쁘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태도인 것 같다

장애인, 장애우. 좋다. 이런 말에 집착하지 말고, 이제 "함께 사는 우리"로서 서로를 바라보았으면 한다. 같이 사는 세상 아닌가!

굳이 밝히자면,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그래서 요즘 장애인 기사가 많은 것이다) 1년에 하루 만이라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가져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반짝 관심이 아예 관심이 없는 것보다는 조금 더 낫다는 생각을 한다.


미디어 한글로.
2007.4.18.
http://media.hangulo.net 


※ 이 글은 2007년 4월 18일에 쓴 글이지만, 2009년 4월 20일에 새롭게 블로거뉴스로 보냅니다.
(그동안 블로그가 몇 번 바뀌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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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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