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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사는 세상

점자 맞춤법도 틀리면 창피하다 - 장애인 이동권 체험 연재 (3)

점자 맞춤법도 틀리면 창피하다
장애인 이동권 체험 연재 (3)


이 글은 부산지하철 노동조합이 2009년 4월 4일 주최한 "장애인 이동권 체험 행사"에 참여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이 행사의 취지에 대해서는  아래 글들을 참고해 주십시오.

블로거들이 지하철 장애인이동권을 취재합니다 http://blog.busansubway.or.kr/11 [땅아레]
지하철노조가 블로거 8명을 초청한 까닭  http://2kim.idomin.com/818 [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





점자도 엄연한 "우리 글"

한글점자 표기법은 1926년 송암 박두성 선생님의 '훈맹정음'에서 비롯되었다.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만들어서 오늘날 우리 문화의 발전을 이룩했다면, 박두성 선생은 '훈맹정음'을 만들어서 시각장애인에게 '빛'을 주신 셈이다.

"자음/받침/모음", "약자/약어". "숫자,부호" 등으로 이루어진 점자는 6개의 점을 조합해서 글자를 이루어낸다. 그리고 이 6점 점자는 세계가 공통으로 사용한다. 최근에야 컴퓨터에서 이루어진 '유니코드 체계'가 이미 점자에서는 오래전부터 구현된 셈이다. (물론, 점자의 표기가 같다는 것 뿐이지, 한글점자 배운다고 영어나 독일어를 술술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모두 따로 배워야한다. 세상엔 공짜가 없다.)


곳곳에 표기된 '엉터리' 점자,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점자는 '외계인'의 언어가 아니라, 바로 우리 '한글'이고 '숫자'고 '영어'다. 그러니, 이걸 틀리게 표기하면, 시각장애인들은 틀린 그대로 읽게 된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뭐? 이게 뭐?

그렇다면.. 바로 아래 표기를 보자.



이제서야 느꼈는가? 사실, 이 표기는 거의 애교로 틀린 셈이나 다름없다. 점자에서 "ㅈ"은 약자로 "자"로 쓰이는데, 그것을 제대로 모르고 거기에 "ㅏ"를 하나 더 붙여서 "자ㅏㅇ"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맞다고도 할 수 있지만, 점역사 "김진"씨는 단호히 "틀렸다"고 한다.


맞는 표기는 아래와 같다.




엘리베이터 점자 - 거꾸로! 거꾸로!


이미 예전에 쓴 글 2008/03/27 - 엘리베이터 점자를 똑바로 세워주세요 - 점자 똑바로 운동 에서도 밝혔지만, 점자가 가장 많이 쓰인 '엘리베이터'에서 가장 많은 오류가 발생한다. 거의 대부분의 오류는 "상/하"버튼을 거꾸로 다는 경우다.

제품 자체가 틀리게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공장에서 표준으로 찍어 나오니 말이다.

그런데, 상하좌우 대칭인 버튼의 경우 "위/아래"를 나타내는 버튼이 똑같이 생겼다. 단... 점자가 찍혀 있으면 위 아래를 구분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설비공들은 그것을 무시하고 꽂는다.


이것처럼 "하▼" 를 뒤집어서 "상"으로 쓰려고 하고 있다. 물론, 시각장애인이 만져보면 어떤 사건인 줄이야 짐작하겠지만, 이건 창피함을 넘어서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낭비"를 한 셈이 되고 만다.




이건 다른 곳의 사진인데도...한 술 더 떠서 현재 층을 나타내는 점자마저도 거꾸로 붙여 놓았다.



그나마 많이 나은 상태다. 물론, 엄격한 '김진'씨에 따르면 "하"의 경우에 "ㅎ"만으로 약자 "하"를 나타내므로 그냥 첫번째 글자만 있어도 된다고 했지만, 내가 여태까지 수집한 바에 따르면, 저런 표기가 상당수였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를 제기하진 않겠다. 하지만, 엄격히 말하면... "하ㅏ"라고 쓴것이나 다름없다. ^^

점자 틀린 곳은 곳곳에...검수만 부탁해도 될텐데...

점자를 써 놓은 이유는, 시각장애인들이 '읽게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저렇게 거꾸로 혹은 틀린 표기로 써 놓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오히려 어쩔때는 위험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엉터리 점자가 난무할까?

이번에 김진씨와 함께 곳곳에 있는 점자 안내판 등을 점검하는데도, 틀린 표기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실제로 점자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의 검수를 받지 않아서다. 그냥, 대충, 책보고 혹은 얼렁뚱땅, 다른 것 보고 베끼면서.. 그렇게 하다가 이모양이 된 것이다.

그러니 결론은 아주 간단하다.

지하철 점자 시설 점검을 '시각장애인'에게 맡겨라. 휠체어 경사로 점검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맡기면 100% 해결된다.

그냥 "보기에 좋았더라" 식으로 꾸미면.. 엉망이 된다. 아래처럼 색깔 맞추느라 많은 부분을 포기한 점자블록처럼 말이다.



"보기엔 좋지만" 실제로 저시력자들에게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점자블록
점자블록의 색깔은 확 드러나는 색이어야 한다.
점자블록은 인테리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