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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헛발질 하기

서울시, 간판혁명 성공하려면?


서울시, 간판 혁명 성공하려면?
서울시, 공공 디자인을 말하다


강력한 '광고물 가이드라인' 이번에는 성공할까?

지난 3월 12일에 발표된 서울시의 '옥외 광고물 가이드라인'은 상당히 혁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여태까지 발표된 일명 '간판 대책' 중에서 가장 강력한 규제정책이기 때문이다.

사실, 서울시에 설치된 옥외 광고물이 90만개 정도인데, 50만개 정도가 이미 불법 광고물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이런 불법 광고물을 모조리 철거하는 것이지만, 이것은 노점상 철거보다 더 큰 파문을 불러 일으킬 것이 뻔하다.

그래서, 서울시는 이번에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면서 신축건물이나 재허가시에 차차 정비해 나가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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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에서 발표한 가이드 라인의 일부
(출처 : 서울시 보도자료)

업체들의 역풍, 만만치 않아


앞서 소개한 서울의 '얼굴' 간판 바뀐다..가이드라인 제정 란 기사의 댓글을 보면, 훈훈한 댓글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안그래도 간판 때문에 길 걷기도 힘들고 정신도 사나웠는데, 참 잘되었다!" 라는 식이다. 하지만, "쓸데없이 간판 업자들 배만 불리겠군"이라는 시큰둥한 반응부터, "경제도 어려운데 이런 규제가 웬말이냐!"라고 항변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특히, 주유소의 기둥형 간판을 불허하는 내용 덕분에 반발이 가장 크다.

서울시, 옥외간판 재정비 '주유소 폴사인 내리나' [EBN] 2008.3.12

(일부발췌)
가장 눈에 잘 띄는 상업 시설로 거리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주유소와 가스충전소 간판에 대해 폴사인 설치를 금지하고 각 사별 지정색상은 건물 입면적의 1/3 이내로 적용토록했다.
문제는 폴사인. 주유소와 가스충전소의 폴사인은 이동중인 차량 운전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설치물이라는 점이다.
현재 상황에서도 가로수 등으로 시인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철거할 경우 급차선 변경 등에 따른 차량사고 발생 증가가 우려된다.
실제 강남구가 폴사인을 철거한 이후 지난해 7월과 9월 주유소를 진입하던 차량의 교통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중략)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상업지역 등 난립한 광고물의 경우 인상을 찌뿌리게할 정도로 정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유소 폴사인의 경우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서울시 '광고물 가이드라인' 순항할까 [연합뉴스] 라는 뉴스도 같이 나온 것이다.


공공 디자인 개념, 중요한 인식의 전환

규제냐 자율이냐의 문제는 도저히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노점상을 철거해야 하지만, 그분들의 생계문제도 걱정해야 한다거나, 노점상에서 무엇을 사먹는 재미도 문화라는 의견 등등 이런식의 토론은 끝이 없다. 이와 비슷한 문제가 간판이다.

1개 업소당 1개 간판만 허용하면, 앞으로는 찾는데 어려움이 더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돌출간판이나 거리 간판등을 규제하기 때문에 멀리서도 찾을 수 있는 현재보다는 더 어려울 수도 있다. 반면에, 더 깔끔해진 거리 덕분에 오히려 더 찾기 쉽겠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던 중에 아래의 글을 보게 되었다.

[씨줄날줄] 간판의 사회학 [서울신문] 2008.3.17

(일부발췌)
서울시가 그동안 개별사업자에게만 맡겨두던 간판 등 옥외 광고물을 '공공디자인' 차원에서 관리하고 정비하기로 했다. 거리의 품격을 높이고 도시경관의 전반적 업그레이드를 유도한다고 하지만 새로운 규제가 업주들에게는 영 못마땅하다.

그러나 서울시의 가이드 라인은 프랑스 파리의 간판 규제에 비하면 약과다. 파리에서는 관련법이 정한 대로 간판을 설치하는 위치·숫자·규격·색상·재질 등을 명시해 시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통상 3∼4개월 정도 걸리는 허가를 받아도 지역 상인협회나 지역위원회가 거부하면 설치할 수 없다. 파리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건 이런 규제 덕분이다. 유럽의 대부분 도시들도 비슷한 규제를 하고 있다. 그들에게 도시는 소중한 공공의 재산이라는 인식이 오래전부터 자리잡고 있다. 서울시민이라고 그들보다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도시는 소중한 "공공의 재산"이란 인식. 이것이 바로 발상의 전환인 것 같다.


서울시, 2008년 세계 디자인 올림픽 개최, 2010년 세계 디자인 수도 선정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서울시의 '디자인 강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올해 10월에 열리는 "세계 디자인 올림픽 2008 (World Design Olympiad SEOUL 2008)'이다. 시민과 디자이너가 함께 즐기는 축제인 이 행사는 서울시의 축제가 모두 겹치는 10월에 거행되는데, 상당히 큰 행사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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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0월에 거행될 예정인 세계 디자인 올림픽 개념도 (자료출처 : 서울시 보도자료)

그리고 2010년은 국제 산업 디자인 단체(ICSID)가 운영하는 프로젝트인 "세계 디자인 수도 (World Disign Capital)"의 첫번째 도시로 선정되었다. 이것의 취지가 "디자인을 이용해 발전을 도모하는 도시를 세계적으로 조명한다"라고 한다.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다. [관련기사]

2008년 3월 17일에는 국제 산업 디자인 단체 협의회 회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2010 세계 디자인수도 서울'의 협정식을 가졌고 로고를 발표했다고 한다. [관련기사]

이러한 이유 덕분에 서울시는 간판 정비를 시작으로 서울시를 디자인 수도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시동을 건 셈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었네!"

어떻게 우리나라가 프랑스처럼 멋진 도시로 변모할 수 있겠느냐는 푸념을 늘어놓는 사람을 위해서, 몇개의 사진을 소개한다.

지난 2.28일부터 4일간 열린 "2008 서울 디자인 간판 전시회"에서 소개된 서울의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뽑힌 건물들이다. (사진출처 : 서울시 보도자료)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이 사진들을 보면서 정말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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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공공 디자인 개념" 보급

우리 주변의 어지러운 환경이 위와 같이 변하려면, 결국은 "공공 디자인 개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관건인 듯 하다. 업체(상점)들도 지금의 규제가 불합리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위와 같이 멋지게 변하면 업체의 이미지도 올라가고 간결한 간판으로 더 많은 이익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서울시는 무조건적인 규제가 아니라 상인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발전 방향을 찾아가는 유연한 자세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여태까지의 "거리 정비"가 시민들에게는 고압적으로 다가왔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까. 그냥 간판을 모두 수거해가는 폭력적(?)인 방식이 아니고, 업주들과 상의해서 자율적으로 서서히 바꾸어 나가는 방식을 택하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운동이 서울시 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되길 기대해본다. 아름다운 대한민국!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미디어 한글로
2008.3.18.
media.hangulo.net

◆ 이 글은 뉴스보이(www.newsboy.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