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꼬리 자르기?
참여정부도 부패에는 별 수 없었다
그랬다. 참여정부도 측근 비리에는 별 수 없었다. 노통이 그렇게 믿었던 사람도 줄줄이 잡혀들어갔다. 도덕성 하나만은 튼튼하다고 했던 노대통령의 상심은 컸고, 그에 대한 국민의 실망은 더 컸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태초부터, 당선자 부터가 "도덕보다는 경제"라는 모토로 당선된 사람이었다. 그러니 도덕성은 기대하지 않는 국민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참 재밌는 것이, 아직 정부 출범 전부터 묘한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인수위 자문위원이 부동산 "투자 상담(투기가 아니랜다)"을 했다는 것이 밝혀졌고, 발표가 나자마자 "꼬리 자르기"를 했다. 바로 해촉한 것이다.
고종완 인수위 자문위원 ‘부동산 투자상담’ 물의 [경향신문] 2008.1.23
(일부발췌)
23일 KBS 보도에 따르면 부동산 투자자문회사인 RE멤버스 고종완 대표가 인수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전화상담은 30분에 50만원씩, 방문상담은 1시간에 100만원씩 받으며 투자자문을 했다.
(중략)
또 지난 15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대규모 투자강연회에 참석, “신정부는 앞으로 농지나 그린벨트 등을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MB(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께서는 공급을 확대하는 게 분명하다”고 투자를 적극 권유했다.
이 분이 누구신지는 잘 모르니, 한 번 검색을 해봤다.
http://photo.media.daum.net/group1/general/200801/15/newsis/v19616515.html
15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컨퍼런스룸에서 열린 A+에셋의 자산관리세미나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부동산 전문가 고종완 RE 멤버스 대표가 ‘2008년 부동산시장 전망 및 신투자전략’이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인수위 "대운하투기 막을방법없다" [아시아경제] 2008.1.14
http://news.media.daum.net/economic/estate/200801/14/akn/v19595499.html
대통령직 인수기원회 부동산정책 자문위원 RE 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14일 "현재 한반도 대운하가 들어설 예상지역의 투기를 막을 꽉 짜여진 대책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인수위에서 여러 차례 "모든 대책을 사용해서라도 부동산 투기를 잡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과 배치되는 주장이라서 인수위는 물론이고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예상된다.
고 대표는 이날 MBC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들 지역의 투기는 서울, 수도권 등 자금력을 가진 사람들이 발빠른 정보를 이용해서 선매입에 나선 것이라서 이들을 막을 사전 통제 장치가 미흡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후략)
좀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는데...
이 분이 하시는 일 자체가 원래 "부동산 투자상담"이고, 그러한 일을 잘하기 때문에 인수위원으로 위촉된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의 지식을 토대로 "인수위가 대운하 투기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MBC 시선집중에 나와서 말함으로써, 인수위의 "투기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의견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했다.
분명히 "미운털"이 박혔을 것 같다.
그리고, 15일 강연도 신문에에 보도될 정도로 아주 공개적인 것이었다. 제대로 된 부동산 투자상담가라면, 앞으로 아파트 값이 오를 것이라는 것, 부동산 투기가 어느정도 늘어날 것이라는 것, 규제완화로 투기가 손쉬워질 것이라는 것 쯤은 당연히 투자자들에게 설명해주고 있지 않을까?
얼마나 많은 기사가 났는지 보자. 아래 기사는 모두 고종완 자문위원의 조언이 소개된 기사들이다.
[부동산따라잡기] 내 집 마련, 뉴타운을 공략하라 [SBS] 2008.1.10
<전문가들 새해 부동산 1분기에, 뉴타운 사라 > 2008.1.1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12월 31일에 인수위에 추가 합류했다. 인수위 전문위원·실무위원 등 추가인선)
[부동산 특집]“내년 수도권 집값 1~5% 상승” [경향신문] 2007.1.30
[재테크 컨설팅] 한반도대운하 수혜지역은 여주·충주·문경·나주… [매일경제] 2007.12.28
[경제]건설·기계주 맑음, 통신·전기주 흐림 [뉴스메이커] 2007.12.27
[포커스] 이명박식 부동산 해법 …규제 풀리나 [SBS] 2007.12.21
[재테크 컨설팅] 개포ㆍ고덕ㆍ잠실ㆍ둔촌…강남재건축 살아있다 [매일경제] 2007.12.21
이 분은 과장을 섞자면 거의 매일 매일 부동산 관련 재테크 조언이 기사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분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기밀을 이용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밀 부분이 아니고 "고액의 상담"만으로 문제가 되었다면, 이는 친기업적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 맞지 않는다. 돈 많이 버는 것은 "악"이 아니기 때문이며, 이 정도 되는 분에게 부동산 조언을 듣기위해선 100만원이 아니라 1000만원 이라도 쾌척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부동산 투기가 싫다. 그래서 아직도 전세산다. ^^)
해촉의 과정을 살펴본 기사는...
http://news.media.daum.net/politics/others/200801/24/hani/v19724585.html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3일 경제2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본업인 부동산 투자 자문을 계속한 고종완씨를 해촉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날 “부동산 컨설팅업체 ‘아르이(RE)멤버스’의 대표인 고씨가 최근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 행동으로 지난 16일 1차 경고를 받았음에도 또다시 부적절한 처신을 함에 따라 자문위원직에서 해촉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정책 자문을 맡은 고씨가 인수위 자문위원이라는 공직 신분임에도 일반인들을 상대로 부적절한 투자자문을 했다는 사실이 적발돼 오늘 공식 해촉 통보를 했다”며 “인수위 직원에 의해 불미스러운 사태가 일어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인수위가 소속 직원을 해촉한 것은 언론사 간부들의 성향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관련 부처에 내려 물의를 빚은 문화관광부 박아무개 국장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난 인수위 위원이 되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부적절한 처신"은 본업을 계속한 것이 아니라, 방송에 나와서 "사실"을 말했기 때문(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없다는)이 아닐까? 그렇게 눈에 가시였는데... 마침 KBS가 터뜨려주니, 바로 아웃시킨 것은 아닐까? (그저 추측일 뿐이다.)
부패사건 터지기 전에 싹을 자른다?
처음 기사를 접했을 때는 "이명박 정부 부패사건"인줄 알았는데, 여러 기사를 보니 좀 이상한 면이 많다. 어쨌든, 문제가 되기 전에 싹을 자르는 모습은 좋다. 하지만, "잘라야 할 사람"은 놓아두고 "입바른 소리 하는 사람"을 몰아내는 행위는 없었으면 한다. (이번에 해촉되신 분이 어느 쪽인지는 난 모른다.)
저번에 언론사 간부 성향파악 사건도, 과연 그 분 혼자만의 생각일까도 의심이 간다. 이렇게 의심이 많으면 안되는데, 자꾸 의심이 가는 것은... 아마도 지금 삼성특검이나 BBK특검 등 온 사회에 의혹이 많은 탓이리라. 대체 진실은 어디에 있나? 오로라 공주와 함께 안드로메다에? ^^
* 글을 쓰고나니,항변기사도 나왔다.
고종완 사장, "부당행위 안했다"[YTN] 2008.1.24
http://news.media.daum.net/economic/industry/200801/24/YTN/v19736142.html
(내 음모론이 맞아떨이지는 것일까? ^^)
미디어 한글로
2008.1.24
media.hangu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