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헛발질 하기

경찰 홍보 담당자의 개인적 블로깅, 정말 개인적인가?

경찰 홍보 담당자의 개인적 블로깅, 정말 개인적인가?
서울 경찰청 홍보실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의 블로그에 부쳐



일반 회사의 홍보실로 가정해 봐도..

"아무개 제과"의 홍보실에 근무하는 "A씨"가 있다고 하자. A씨는 블로그를 열어 놓았다가 별로 쓰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홍보실로 발령나고서 슬슬 블로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 "다음 블로거뉴스"에 "아무개 제과"의 과자가 "썩은 채" 판매되었다고 난리가 났다.

그래서 A씨는 이와 관련된 보도자료를 작성해서 언론사에 돌렸다. 그 후에 자신의 블로그에 "내가 아무개 제과에 다니는데, 내가 보기엔... 내 생각엔... 그게 소비자가 보관을 잘못해서 그런거다" 라고 하면서 각종 내부 동영상과 각종 증거사진을 내세웠다.

자, 이 A씨의 블로깅은 정말로 순수하다고 볼 수 있을까? 과연 A씨는 자신의 회사에 불리한 증거가 나왔을 때, 용감히 자신의 블로그에 쓸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내가 홍보실에 근무해서 잘 안다"는 말을 블로그에 쓸 수 있을까?

누리꾼들은 과연 이 블로그의 글을 "그 회사에 다니지만 그래도 개인적인 의견"으로 받아들일까?

가상의 가정이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이미 홍보실은 철저히 회사의 입장에서 변명을 해야 하는 위치가 아니던가? 거기다 블로거뉴스로 보내자마자 결국 그 사실을 상사에게 보고해야 하는 위치 아닌가? 자기가 쓰고 자기가 그 결과를 집계해야 하는 식이란 말이다.

더 쉽게 이야기하면.. 어느 유력 일간지의 기자가 촛불 정국에 신문사에 반하는 글을 썼다가 짤린 것은 수십년 전의 일이 아니라 바로 작년의 일이다.


현직 경찰관의 블로그를 보며, 어디서 근무하는 분인지 찾아보다

최근 어느 현직 경찰관의 블로그가 계속해서 다음 블로거뉴스의 주요 자리에 노출이 되고 있다. 올해 29개의 글을 썼는데, 13개가 베스트에 올랐으니, 대단한 실력이다. (관련링크)

▲ 블로그 "경찰관이 바라본 세상에서" <재승덕박> http://blog.daum.net/policepr

철저히 "한 경찰관의 시각"임을 강조하는 이 블로그의 주소는 blog.daum.net/policepr 이다. 즉, 블로그 이름 자체가 "경찰(Police) 홍보(PR)"다. 이 제목만 봐도 처음부터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재승덕박"으로 대화명을 바꾸었지만, 최근까지 대화명은 "피아르(PR)"이었다. 어딜 봐도 "홍보"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오늘 새벽에 "박승일"이란 본명으로 바꾸었다. 이미 오마이뉴스에서 알고 있는 이름이다.)

블로그 프로필에 자신있게 사진을 공개하고, 서울 지방 경찰청에서 8년째 경찰생활을 하고 있는 "진짜 현직 경찰관"임을 강조한다. 믿을만 하다. 사실, 블로거가 자기 얼굴을 내세우는 것이 쉽진 않기 때문이다.

[관련 프로필 화면(공개된 부분)]

그런데, 좀 이상했다.

최근 민감한 주제에 대한 글에서 이상하게 "프로"의 냄새가 났다. 사진 자료들은 어딘지 모르게 경찰 내부 "고급"자료로 보였고, 동영상의 화질은 경찰청 홈페이지의 것보다 더 좋았다. 나는 내 나름대로 이 분이 어디서 근무하는 분인지 자료를 찾아보았다. 알 수 없었다. 그냥 "서울 지방 경찰청"이라는 단서만 나왔다.

그래서 서울 경찰청에 민원을 넣어서 물어보았다. 좀 긴 질문을 보냈는데, 답은 "동영상은 홈페이지에도 공개된 것"이라는 묘한 답변만 왔다. 물어본 질문에는 대답하기 싫다는 식의 답변이었다.  그래서 서울 지방 경찰청 홍보담당관실에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았으나, 확인을 해줄 수 없다고 했다. 자신의 얼굴을 당당히 공개한 경찰관이 일하는 부서를 알 수 없다니... 참 암담했다.

그래서, 오늘 공개된 이메일이나 다름없는 policepr@hanmail.net 으로 이메일을 보내서 직접 질의도 해보았지만, "읽은 흔적"은 있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블로그에 댓글로도 문의를 했으나, 역시 답변이 달리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새 글이 올라오는 것으로 보아서 "근무시간에도 활발한 블로깅을 할 수 있는 경찰관"이라는 것 뿐.. 다른 단서는 없었다. (프로필에 보면 아침 6시에 출근해서 저녁 10시에 퇴근한다고 했으니, 거의 모든 글은 근무시간에 올린 글이다.)

내 블로그에 제보를 주신 분도 있고 해서, 오마이뉴스쪽도 찾아 보아서, 본명까지는 알아내는 데 문제가 없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본명이 공개된다.) 비슷한 글이 오마이뉴스에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이 경찰관이 "서울 경찰청 홍보 담당관실"에 근무하고 있다는 거의 결정적인 증거를 찾았다. 사실 확인을 위해서 여러모로 애썼지만, 경찰측에서 확인을 거부했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내 판단의 근거는 아래와 같다.


1. http://blog.daum.net/policepr/12498577 과 http://blog.daum.net/policepr/12498595 에서 사무실에 행정인턴이 3명이 왔다고 되어 있다.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첫번재 글에는 행정인턴 3명의 실명이 공개되어 있다. (본인의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2. 서울 지방경찰청의 공지사항에는 행정인턴 합격자들의 실명과 배치를 공개하고 있다. 1월에 온 인턴들이니 다음 링크에서 손쉽게 배치된 곳을 알 수 있다. http://www.smpa.go.kr/smpa2007/bbs/board/viewMain.asp?code=notice&num=1853&page=2&s=&c=&sort=&sk=&print=

3. 1의 자료와 2의 자료를 비교하니 3명의 인턴들은 "서울 경찰청 홍보담당관실"로 배정이 된 것이 확인 되었다.

따라서, 이 블로거는 "서울 경찰청 홍보담당관실"에서 근무하는 것이 확실하다.

(아니라면 연락 바란다. 수정하겠다.)

* 나도 새벽에 글을 썼지만, 그 사이에 박승일 경찰관은 http://blog.daum.net/policepr/12498597 에서 스스로 홍보담당관실에 근무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개인 블로그임을 강조하고 있다.


경찰 홍보 담당자가 쓴 글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어딘지 모르게...

용산 사태에 대한 여러가지 주장들을 적은 글은 굳이 "개인생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많은 부분이 경찰측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것이다. 철저히 경찰의 입장에서, 혹은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주장하는 "전철연 책임론"에 근거한 것이다. 그 가운데서 경찰이 거짓말을 한 부분이나, 무리한 진압 작전 (화학 소방차 등의 늦게 도착했던 점 등)에 대해서는 일언 반구도 없다. 마치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의 블로그 판"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철저히 경찰 홍보 담당자의 글이라고 생각하면 말이다.

▲ 서울 경찰청 메인 페이지 보다 더 선명한 동영상이 담겨 있는 화면. 원본 파일을 업로드 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http://blog.daum.net/policepr/12498585)


보도자료들을 생산해내는 부서에서 과연 "개인의 생각"을 "자신의 블로그"에 그것도 "업무시간 중에" 올리는 것이 가능할까? 나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홍보담당관실에서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경찰에 불리한 말을 할리가 없고, 하더라도 즉각 지워야 하는 위치가 아닌가? 일반회사의 홍보실에서도 이럴진데, 어떻게 상명하복의 경찰조직에서 "개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나?

만약, "보도자료"의 새로운 배포처 개념으로 "블로거뉴스"에 효과적으로 노출하기 위해서 "업무의 연장선"으로 생각한다면, 당연히 가능하다. 이미 이것은 수많은 기업들이나 발빠른 공공기관들이 애용하는 "블로그 마케팅" 이다.


왜 공식블로그를 활용하지 않고, 개인 블로그에서? 오해살 수 있다

그런데, 다른 공공기관들은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문화체육 관광부의 "정책공감"이나 보건복지가족부의 "따스아리", 국방부의 "동고동락"등은 블로거뉴스에서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곳들이다. 이미 눈치 챘겠지만, 모두 "공식 블로그"다. 어느 부처에서 하는 것인지 밝히고서 한다. 그 안에서 팀블로그 형식으로 여러 사람들이 글을 올리면서 일반 블로거들 뺨치는 글들을 써낸다. 업무시간에 올려도 누가 뭐라 안한다. 공식 블로그 관리는 원래 업무로 하지 않으면 관리가 불가능하다. (업체를 쓰기도 한다.)


▲ 보건복지가족부의 "따스아리" 블로그. 요즘 블로거뉴스에서 속칭 "잘 나간다"
http://blog.daum.net/mohwpr/

 
▲ 대표적인 정부 대표 블로그 "정책공감". 나와 의견의 다를 때가 많지만, 활발한 활동으로 지명도가 높다.
http://blog.daum.net/hellopolicy


민감한 사항에서도 그렇게 해왔다. 덕분에 쉽게 흥분하는 누리꾼들의 포화를 맞기도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블로깅을 해도 몇몇 누리꾼은 삐딱한 시선을 보낸다. 하물며, 그것을 밝히지 않고 개인 블로그에서 우회해서 할 경우는 누리꾼의 시선이 좋을리가 없다.

서울 지방 경찰청의 "블로그 마케팅" 방식은 상당히 오해를 살만하다. 이미 여러번 말했지만, "어느 한 경찰관의 개인 블로그"라고 하기에는 "홍보담당관실"이란 근무처가 "개인적 의견"이란 부분을 희석시키고 만다. 정말로 정말로 그렇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할 수 있고, 그게 진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그것을 보는 시민들은 그렇게 보기 힘들 것 같다. 특히, 경찰은 "상명하복"의 군대조직과 유사한 조직이 아니던가?

내가 제기하는 문제점은 이것이다.

1. 다른 부서라면 모르겠지만, 홍보실에서 개인적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2. 다른 부서라고 할지라도 블로그를 쓰기 위한 "사진, 동영상"이 경찰 내부의 자료라면, 이미 "개인"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3. 1,2를 다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업무시간 중에", 그것도 경찰이 블로깅을 하는 것은 그리 설득력이 없다.


서울 경찰청 홍보 담당관실에 제안한다

policepr이란 블로그명만 봐도 개인 블로그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색한 이름같다. 이 블로그를 아예 "서울 경찰청 공식 블로그"로 발전시켜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는게 어떨까? 이름도 폴리스PR 이니 안성맞춤 아닌가? (위에서 본 복지부 따스아리는 "복지부PR"이란 뜻의 mohwpr이 블로그 이름이다.)아니면, 블로그를 하나 더 만들어서 글을 올려도 되겠다. 적어도, "경찰 개인"임을 주장하면서 보도자료성 글을 올리는 것은 삼가해 주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아예 "서울 경찰청 홍보담당관실 근무"를 내세우고 쓰면, 오해가 좀 적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해도 각종 사진의 출처와 동영상의 출처를 밝혀주기 바란다. "어느 집회때 채증한 자료"라든지 "경찰청 내부자료"라든지 하는 것 말이다. 최근 출처 논란이 하두 많아서 필요하다. 또한 국민의 "초상권"도 보호해주기 바란다. 경찰 블로그에 시위 사진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실려 있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물론, 정말 "개인적인 블로그"인데 괜히 트집잡는다고 볼멘 소리를 할 수도 있겠다. 인정한다. 난 블로깅 자체를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 경찰관도 블로깅 할 수 있다. 단지, 정말 그렇다고 하더라도 의심가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은 경찰로서의 바른 몸가짐이 아닌 듯 하다. 특히 홍보담당자는 이슈 사항에 대해서 순수한 개인 의견을 쓰기 힘든 것이 속성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쓰지 말라고 했던가? 안그래도 음모론이 난무하는 데, 거기에 또 하나의 먹잇감을 던져줄 이유는 없다. 내가 아는 어느 정치 블로거도 직업으로 정치 홍보역을 하게됨과 동시에 글을 거의 쓰지 않는다. 써봤자 순순하게 받아줄 사람이 없다는 이유가 있기도 했지만, 그건 기본적인 예의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 서울 경찰청은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이 있으면 연락해주기 바란다. 내가 그렇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 애썼지만, 확인해주지 않았으니까. 

몇가지 덧붙임
오늘 아침에 스스로 내 탐문결과(?)에 대한 검증을 해준 박승일 홍보담당관실 근무 경찰님의 글
http://blog.daum.net/policepr/12498597 에 대해서 몇마디 하겠다.

개인 블로그인 근거를 "다음 사이트 검색"에서 "개인 블로그"라고 되어 있으니 개인 블로그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공식 블로그라고 밝히지 않으면 모두 개인 블로그 아닌가? 스스로 경찰관이 바라본 세상.. 이라는 제목을 달았으면 서퍼가 당연히 개인 블로그라고 쓰기 마련이다. 개인블로그냐 홍보 블로그냐는 글의 내용을 다각도로 봐야 한다. 하지만, 이미 윗 글에서도 밝혔듯이 홍보쪽이 더 강하다.

또한 과장 왜곡된 사실에 대한 반론글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또한 철저히 경찰쪽의 시각만을 반영한 과장일 수 있다는 사실.. 그래서 문제제기를 하고 경찰청에 전화를 걸어서 신원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적어도 홍보실이 아니라면 내 문제제기는 힘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또, 이미 메인에 자신의 소개를 자세히 하고 있는 블로거들도 많다. 그건 스타일일 뿐이다. 자신의 소개가 오히려 블로그의 정체성을 해칠 수도 있는 법이다. 그걸 "음지"라고 표현하면 안된다. 이미 블로그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된 사람은 그 자체가 인격이다. 함부로 자기 블로그 이름 걸고서 이상한 소리 못쓴다. 그게 "평판"이고 "명성"이다.




미디어 한글로
2009.2.13.
http://media.hangu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