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 물어보는데 왜 실명 인증을 하라고 할까?
맞춤법 모르면 물어보세요.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
맞춤법, 띄어쓰기 등 어법이 궁금할 때가 있다면, 지체없이 국립국어원의 "가나다 전화"를 이용하면 된다. 02-771-9909다. 만약 전화가 좀 어색하다거나 전화로는 처리가 힘들다고 느낄 때는, 국립국어원 홈페이지(www.korean.go.kr) 의 "온라인 가나다"를 이용하면 된다. (http://www.korean.go.kr/08_new/index.jsp)
예전에 올렸던 떳다? 떴다? 어느 것이 맞을까? 이런 글들은 모두 여기에 물어보고나서 올린 것이다.
오늘 같이 올린 글인 '보고 나신'이 맞을까, '보시고 난'이 맞을까? 란 글도 이곳에 물어봤다. 정확히 답변이 오기 때문에 안심하고 물어봐도 된다.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이 있었다. 질문을 하려면 "실명인증"을 해야만 했다.
▲ 질문 하려면 실명인증 절차를 거친다
▲ 다행히 실명인증은 모든 브라우저에서 작동되었다.
(위는 크롬에서 사용하는 모습)
(위는 크롬에서 사용하는 모습)
그런데, 가끔 내 컴퓨터가 이상해서 실명인증 창이 뜨지 않을 때도 있어서 질문을 위해서 다른 브라우저를 열거나 해야 했다. 그래서 좀 불편했지만,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했다.
그런데, 엊그제는 갑자기 이상한 의문이 들었다.
아니.. 이거 맞춤법 물어보는데 실명 인증까지 해야하지? 그냥 익명으로는 맞춤법도 못물어보나?
그러고보니, 전화로 물어볼때는 주민번호니 이름이니 이런 것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가르쳐 주던데.. 유독 인터넷에서만 실명인증이라는 좀 무시무시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이상했다. 물론, 다른 민원 사이트처럼 주소나 전화번호 같은 것은 물어보지 않아서 좋긴 했지만.. 그래도 좀 찝찝했다.
그래서, 직접 국립국어원에 물어봤다. 답변은 아래와 같았다.
국립국어원에 물어보니 - 민원처리 법률에 따라서 하기 때문에 실명인증
국립국어원에서는 규범에 대해 궁금해 하는 국민들을 위해 '온라인 가나다'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가나다'가 비록 온라인 상으로 이루어지는 '묻고 답하기'이지만 '민원처리 법률'에 따라 시행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동 법률에 따르면, 실명을 밝힌 민원인이 제기하는 질문 하나하나는 국민이 올리는 민원으로서 국립국어원에서 소중하게 생각하고 정성을 다해 답변을 해야 할 의무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실명을 밝히지 않은 국민이 제기한 질문들은 민원으로 간주될 수 없고, 답변할 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국립국어원 민원 답변 내용 (2008.12.16)그냥 '묻고 답하기' 자유 게시판이 아니라 "민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률에 따라서 실명인증을 거친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말 마지막 문장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실명을 밝히지 않은 국민이 제기한 질문들은 민원으로 간주될 수 없고, 답변할 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니 말이다. 지금 다루고 있는 것은 '맞춤법 질문'이지 '투서'나 '모함'이 아니다.
그러니까 "-읍니다"가 맞는지 "-습니다"가 맞는지 물어보는데, 내가 내 이름과 주민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답변할 필요가 없다는 뜻인데, 이는 "가나다 전화"에 비해서 너무나도 차별적인 조치다. 그렇다면, 같은 수준으로 전화를 받았을 때, ARS로 주민번호를 받고, 자기 이름을 말한 뒤에 두개가 일치할 때만 "맞춤법"을 가르쳐 주어야 맞지 않을까?
익명으로 물어본 맞춤법, 어법 질문은 정말 의미가 없는 것일까?
"거 성격 까탈스럽기로 유명한 양반아, 그냥 주민증 까고서 물어봐. 너한테 무슨 해가 있냐?" 이런 댓글이 분명히 달릴 것만 같다. 그런데, 이건 그런 차원이 아니다.
"-했음"이 맞느냐 "-했슴"이 맞느냐를 물어보는데 대체 실명인증 여부가 왜 중요하냐는 상식적인 질문일 뿐이다. 만약, 스팸글이 많이 올라와서 그렇다면, 그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되는 것이지 실명을 요구할 것은 아니다. 국민을 위해서 "민원급으로 상승" 시켜서 처리해 준다고는 하지만, 그냥 성실히 대답할 의무만 주고, "실명인증"을 빼주면 안될까? 그러면 더 쉽게 접근이 가능할 것만 같은데 말이다.
국민을 위한다고 '민원급'으로 처리하지만, 실제로는 그게 국민에게 해가 된다면, "민원급 이하"로 낮추고 자유게시판으로 운영하면 어떨까? 그래도 국립국어원의 역량에 따라 충분히 일처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명을 밝히지 않은 민원은 민원이 아니다"라는 논리는 좀 거두어 주었으면 좋겠다. 이건 "맞춤법" 물어보는 데 쓰라고 있는 조항이 아니다. 실명을 밝히지 않아도 충분히 맞춤법 질문에 답해 줄 "의무"가 있다.
국립국어원이 질문을 하기 위해서 회원가입을 의무화 하지 않은 것은 높이 살만한 업적이다. 그리고 모든 브라우저에서 사용가능한 인증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높이 평가한다.
그렇다면, 이제 실명 인증을 걷어 내고, "온라인 가나다"를 민원급 이하의 '자유 게시판'으로 전락(^^)시켜도, 지금처럼 충분히 성실하게 답변해 줄 것을 미리 높게 평가하고 싶다. (^^)
정말 필요한 곳에만 실명 인증을 했으면 좋겠다. (내가 제기한 "전자민원"은 실명인증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미디어 한글로
2008.12.19.
media.hangu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