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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헛발질 하기

출생신고서에 왜 학력을 쓰라고 할까?

출생신고서에 왜 학력을 쓰라고 할까?
과연 꼭 필요한 통계일까?


아이의 출생신고 해보셨나요?

기억도 가물가물. 최근에 아이를 낳은 사람 빼고는 출생신고서를 쓴 기억이 가물가물한게 맞다. 나도 그랬으니까. 어쨌든,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의 출생 신고를 하러 갔다.


▲ 출생신고서


아내의 본을 한자로 써야 해서 참 난감하긴 했지만, 동사무소(동주민센터) 직원분의 도움으로 쉽게 해결했다. 그런데, 이상한 부분은 아래처럼 '학력'과 '직업'을 물어보는 부분이었다.


최종 졸업학교와 직업을 자세히 물어본다. 학교 가정 환경 조사서도 아니고, 이력서도 아닌데, 공공기관에서 내 학력, 아내의 학력을 왜 물어보는 것일까?

위에 보니 "국가의 인구정책 수립에 필요한 자료"라고 한다.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법조항도 있길래 찾아봤더니, 어디에 쓴다는 법조항이 아니고 "비밀 지켜줄테니, 성실히 답변해!"라는 조항이었다. (그걸 믿는 사람도 있을까?)

통계법
[(타)일부개정 2007.7.23 법률 제8541호]
http://likms.assembly.go.kr/law/jsp/Law.jsp?WORK_TYPE=LAW_BON&LAW_ID=A0585&PROM_NO=08541&PROM_DT=20070723&


 제32조(통계응답자의 성실응답의무) 통계응답자는 통계의 작성에 관한 사무에 종사하는 자로부터 통계의 작성을 목적으로 질문 또는 자료제출 등의 요구를 받은 때에는 신뢰성 있는 통계가 작성될 수 있도록 조사사항에 대하여 성실하게 응답하여야 한다.

 제33조(비밀의 보호) ①통계의 작성과정에서 알려진 사항으로서 개인이나 법인 또는 단체 등의 비밀에 속하는 사항은 보호되어야 한다.
②통계의 작성을 위하여 수집된 개인이나 법인 또는 단체 등의 비밀에 속하는 자료는 통계작성 외의 목적으로 사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요즘엔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는 세상이고, 안그래도 여러가지 민감한 정보가 많은데 아기의 출생과 내 직업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그리고 그게 국가 인구 정책 수립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어디에도 쓰여 있지 않았다.

설마, "학력과 아기 출산과의 상관관계"를 뽑고 싶은 것일까? 하지만, 이런 통계는 국가적으로 이렇게 강압적으로 받을 것이 아니다. 따로 표본 조사를 해도 충분하다. 거기다가, 여기에 쓰는 내용이 정확한지는 어떻게 가늠하나? 아무도 모른다. 재직증명서나 학력증명서가 들어가지도 않으니 쓰고 싶은대로 쓰면 된다.

내 추측은 이렇다.

"아주 옛날부터 그냥 써 오던 것이니 계속 써 온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많이 변했다. 아이의 출생을 증명하는데 부모의 학력은 필요하지 않다. 또한, 저런 강압적인 조사에 대해서 '거부할 권리'도 있는 것이지만, 그런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내용도 없었다. 물론, 나도 모두 채워넣긴 했지만, 좀 떨떠름했다.

아무리 비밀이 보장된다고 해도, 이미 그 서류를 보는 동사무소 직원은 모두 봤으니.. 그 서류가 어떻게 흘러서 누구 누구가 보게될지 모르겠다. 그러니 비밀 보장은 솔직히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터.

왜일까?

아이의 출생과 전혀 상관없는 내 학력은 왜 국가가 알고 싶어할까? 궁금해 죽겠다.


덧붙임 (2008.12.16)
상당히 많은 댓글에서 상당히 많은 정보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가볍게 던진 질문인데, 이게 메인에 떠서.. 참.. ^^ (힘들게 쓴 글은 오히려 잘 안뜬다니까요..)

어쨌든, 다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조사하는 취지는 "통계목적"이다. - 인정하겠습니다. 통계학은 제가 공부를 잘 못해서.. -.-;

2. 그러니 문제가 없다 - 인정할 수 없습니다. 통계 목적이라면, 다른 종이에 무기명으로 설문지를 돌려도 같은 효과가 나지 않을까요? 적어도 저렇게 민감한 정보가 많은 서류에 학력과 직업등이 같이 들어가 있다면 상당히 민감한 자료가 됩니다.

3. 학력이 뭐 중요한 비밀이라고 쓰지 않으려고 그러냐? - 학력은 사람에 따라서 민감한 자료입니다. 직업도 비슷합니다. 다들 아시면서 일부러 그러시는 것 같습니다.

4. 비밀 보장 잘 된다 - 이것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제 신고서는 얼마든지 직원분들이 보실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주민번호 유출등의 문제점 지적에서 나오듯이 '필요없는 정보는 수집하지 않으면 된다'가 가장 정답입니다. 출생신고에 필요한 정보만 보면 됩니다. (이도 위험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겠지요.) 제가 문제제기를 한 것은 출생신고와 상관없이 '통계청 정보'를 위해 따로 입력하는 자료를 한장의 종이에 같이 써 넣은 것입니다. 


따라서, 제 결론은 "출생신고서에서 통계를 위한 부분은 빼고, "인구통계조사를 위한 설문지를 따로 만들고, 투표함처럼 생긴 비밀함"에 넣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

입니다.


미디어 한글로
2008.12.16
http://media.hangu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