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보내달라고 했더니, 성추행 혐의 영장이라..
육군 보내달라고 했더니 영창에 "영장"까지?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은데, 일단 어느 전경이 육군으로 보내달라고 인권위에 진정을 했다. 이 사람은 현재 촛불집회 진압에 투입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선택의 자유가 없이 전경으로 차출되었고, 그 전경이 하는 일이 비인권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전경을 열심히 취조(?)한 결과 성추행이라는 걸쭉한 단서를 찾아냈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한다.
관련기사 : `육군 보내달라'는 전경 성추행 혐의 영장 [연합뉴스] 2008.7.1
그런데, 자꾸만, 나에겐 안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10여년전 군대에서 있었던 이야기
국방부에서 연락올까봐 정확한 부대 이름은 이야기하지 않겠다. 어쨌든, 어느 사병 한명이 중위에게 신나게 맞았다. 코뼈가 부러질 정도였다. 뭘로 팼는지는 군대 갔다온 사람은 거의 다 알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맞았는데, 맞은 친구가 워낙 억울해서 기무사에 신고를 했다. 그리고는 이상하게 상황이 전개되었다.
그 중위는 전역을 앞둔 ROTC장교였고, 우리 중대장도 ROTC출신이었다. 교묘한 우연의 일치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사병을 팬 장교는 무사히 전역했다. 그리고 맞은 사병은, 다른 후임병을 상습 폭행한 혐의로 아예 군 교도소에 수감, 형을 살았다. 군대에서 전과를 달게 된 것이다.
참 이상했다. 맞은 사람을 취조해야 할 군대가 이상하게 '맞은 사람'의 주변을 샅샅히 살피고, 그의 흠집을 찾아내더니, 속전속결로 '피해자'인 사람을 구속해서 바로 형을 때리는 모습을 보면서, 군대에서 하루 빨리 제대하고 싶었다.
이런 식이면, 나도 누군가에게 맞았다고 신고했다간, 나의 허물을 하나하나 다 찾아내서 내가 오히려 피해자가 될 것이 뻔했다.
이번 사건도 이것과 비슷한 수순이 아닐까?
이미 내가 있던 시절에도 군대에는 "구타및 가혹행위"는 없었다. 없다고 말하라고 두드려 맞았다. 제대로 말 못하면 "구타 및 가혹행위는 없다"고 교육받기 위해서 옥상에서 집합했다. 그래, 그런게 군대다. 요즘 군대도 아마 구타 및 가혹행위는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좀 이상한 면이 보인다. 여태까지 가만히 내버려 두었던 한 전경을 갑자기 육군으로 보내달라고 했더니 이상한 혐의가 갑자기 떠오른 것인가? 이거 내가 겪은 일과 너무나 유사한 수순이다.
죄가 있다면 받아야 한다. 그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야비한 수순으로 만들어진 죄라면, 글쎄다...
군대를 몸이 아파서 못가신 대통령이라서, 군대를 더욱 강하게 키우시려는 이유일까? 아니면 전경은 경찰이니 경찰을 더 굳건히 만드시려는 이유일까?
음모론이라고 치부하기엔, 나의 경험이 자꾸만 되살아나는 오늘이다.
그리고, 한가지. 경찰보다 더 힘든 전방으로 그 친구 보내주는 것으로 끝내면 안되나? 솔직한 말로, 군대 면제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육군 보내달라는 것인데, 영창이며 뭐며..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미디어 한글로
media.hangulo.net
2008.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