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미디어? 경찰에겐 안통해!
경찰 '블로그는 개인 의견을 게재하는 공간'
시위현장에서 '신문협회'에 가입된 언론사들에게만 완장 배포
1인 미디어? 경찰에겐 안통해
쉽게 이야기하자. 이번 촛불집회에서 기존 기자들과 더불어 1인 미디어 '블로거'들의 활약은 이미 기성 언론에서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시사프로그램 보면, 맨날 그 이야기다. 그런데, 과연 경찰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미 수차례의 시위에서 기존 기자들과 블로거들은 마구 섞여서 취재를 했다. 가장 치열했던 '6월 1일'에도 경복궁 담장에 올라선 사람은 '물반 고기반.. ' 아차.. '기존 기자 반, 블로거 반'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진중권 교수가 '칼라TV'를 진행하다가 잡혀가서 한나절 지나서 풀려나기도 했다. 그리고, 취재한답시고 갔다가 잡혀간 블로거들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렸다.
궁금했다. 나야 뭐 시위대속에서 구호 외치다가 사진찍다가 하니, 잡혀가도 할 말은 없다. (어차피 마구잡이로 잡아갔으니까) 그런데, 순수하게 취재 목적으로 기존 기자들과 같이 취재하던 '블로거'가 잡혀간다면? 그래서 경찰청에 물어봤다.
2008.6.2 (한글로의 질문)
블로거기자가 무엇인지는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이미 1인 미디어로 자리잡은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기존 언론보다 더 강력한 전파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식을 들어보면, 기성신문 기자들이 아니면 무조건 시위대란식으로 연행해간다고 합니다. 조선일보 기자는 되고, 블로거 기자는 안됩니까? 명백히 같은 위치에서 (버스 위나 담장 위) 촬영을 했는데 조선일보 기자는 통과고, 블로거 기자는 연행이 되는 것인지요?
수많은 블로거 기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경찰청의 공식 입장을 여쭙니다.
새로운 1인미디어, 블로그를 인정하시나요, 안하시나요?
10일이 훌쩍 넘어서 도착한 경찰청 대변인의 답변은 아래와 같다.
경찰청 대변인 홍보담당관
접수일 2008.06.02 10:15:41
처리(예정)일 2008.06.13 18:13:12
처리결과(답변내용)
○ 먼저 경찰에 많은 관심과 깊은 애정에 감사를 드립니다.
○ 저희 경찰에서는 신문협회 등에 가입된 언론사 취재기자들의 취재요청시 집회시위 현장에서 기자들의 원할한 취재를 위해 보도완장 사전 배포 등 기자들의 취재활동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다만, 블로그는 개인 의견을 게재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 민원인이 생각하시는 기성신문 기자 외에는 무조건 연행해 간다고 하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저희 경찰
은 집회현장에서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등 명백한 불법행위자에 대해서만 법에 따라 조치 하고 있습니다.
그게 참... 마지막 "타인의 생명과..." 운운은 정말 여태까지 잡혀간 분들을 모욕하는 일이다. 자발적으로 버스에 타신 분들부터 앞서 말한 진중권씨 같은 분도 계시는데...
그건 둘째치고.. 블로그는 개인 의견을 게재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이것이 경찰이 블로거를 보는 시선이다. "우리의 현실"은 "경찰의 인식"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신문만 봐도 '블로그는 1인 미디어'라는 소리가 넘치는데...
취재하는 블로거들, 조심하시길!
난 취재 기자들의 완장을 신문사에서 지급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경찰에서 미리 '언론협회'에 등록된 그런 곳에만 주는 것이란다. 요즘 많이 보이는 시민기자단 완장은 그럼 효과가 있을까? 그 조차도 없이 혈혈단신 현장에서 디카와 캠코더를 들이대는 수많은 블로거들은 과연 어떤 대접을 받을까?
경찰은 아직도 블로거들이 제공한 사진이 그들이 인정하는 신문에 실린다는 것, 동영상 제공도 블로거 들에 의해서 많이 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그저, '자기 주장이나 찌끄리는' 것이 블로그라고 인식하고 있다. 하긴, 촛불시위 초기에 '너는 언제 아고라에 가입했느냐' 라는 재밌는 질문을 하신 분들이니, (난 대체 언제 가입한거지?) 블로그가 현재 세계적으로 1인 미디어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기엔 힘들 것 같다.
어쨌든, 취재하는 블로거들 몸조심하시길! 그냥 어디서 "주번" 완장이라도 줏어다가 차고 다니면, 그나마 급박한 상황에서는 통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취재만 하다가 잡히셨으면 저항하되, 반 시위형 반 취재형 블로거들은 잡혔을 때, 그냥 순순히 잡혀가자. 괜히 그때만 '블로거 기자' 운운하는 것은 좀 비겁해 보인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잡히지 말자. (물론 폭력 등을 휘두르고 나서 잡히지 말라는 소리는 아니다.)
어쨌든, 기자 완장 두르는 것이 그렇게 큰 차이인줄은 몰랐다. 그리고, 거짓말은 하지 말자. 타인의 신체 운운하는 기준.. 이미 내가 질문 넣던 시점에서는 지키지도 않은 기준이었다. 경찰의 거짓말에 국민은 화가나고, 그 화가 촛불을 더 키운다.
블로거라고 무조건 잡아가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고 엄연히 기존 기자 옆에서 같은 취재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기자들과 똑같이 잡아가지 말라고 하는 것일 뿐이다. 글 마지막에도 썼듯이 '시위형 블로거'들까지도 블로거니까 봐주자는 말도 안되는 소리가 아니다. ^^ 참고로, 나도 시위형 블로거에 속한다.
(하긴, 그 둘을 분리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2008.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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