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는 찬밥? - 해수부 해체의 불똥이 튀다
해양수산부, 없어지고.. 그 자리엔 복지부가 쫓겨와?
해양수산부는 결국 해체의 과정을 밟게 되었다. 마지막까지 지키려다가 총선 역풍을 의식한 통합민주당이 발을 뺐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는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관련기사를 보자.
[복지부에 청사 '양보'… 해수부 본부 530여명 등 갈곳 없는 신세]
(일부발췌)
지난 22일 국회에서 통과된 국회조직법에 따라 신설 국토해양부와 농수산식품부로 분할이 확정된 해양수산부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일인 25일에도 내부 조직 정비와 이사 준비에 분주했다.
(중략)
하지만 내달 3일부터 여성가족부의 기능을 일부 흡수해 확대개편된 보건복지가족부가 서울 계동의 해수부 청사로 들어올 예정이라, 본부 근무 530여명은 갈 곳이 없어진 상태다.
여기서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가 과천 청사에서 계동(현대 사옥)으로 옮긴다는 사실은 신문지상에서 별로 크게 부각되지 못한 사항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묘한 힘의 논리가 있다.
뜨신 밥은 과천, 찬 밥은 내쫓아?
아래 기사를 보자.
기획재정부, 과천청사 1동 독차지 ‥ 금융위ㆍ공정위, 반포 기획처 건물로
[한국경제] 2008.2.25
기획재정부가 과천 정부종합청사의 명당자리인 1동 건물을 독차지하게 됐다.
(중략)
이번 청사 재배치안은 통합 대부처들에 유리하도록 결정됐다.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농수산식품부 등 인원이 많은 대부처들은 모두 한 건물을 단독 청사로 쓴다.
대부처들을 제외한 나머지 부처들은 두 개 건물로 분산돼 이동해야 하는 등 수난이 심하다.법무부는 과천 청사의 명당자리인 1동에서 쫓겨났다.그래도 5동으로 부서 전체가 옮겨 그나마 다행스러운 경우다.
노동부와 환경부는 5동에서 부서 전체가 모여 있었으나 이번에는 두 개 건물에 나뉘어 배치된다.노동부는 1동과 3동,환경부는 2동과 5동을 쓴다.
금융위와 공정위는 기획처 자리로 간다.반포 기획처 자리는 사통팔달의 위치와 좋은 환경 때문에 각 부처가 저마다 탐을 내던 곳이다.공정위는 그동안 과천 청사 3개 동에 분산돼 있다가 통합 배치의 꿈을 이루었다.금융위는 여의도의 금융감독원과 떨어진다.
보건복지가족부는 계동의 해양수산부 건물로 이사를 간다
http://news.media.daum.net/politics/administration/200802/25/hankyung/v20103289.html
이를 도표로 만들어 보았다.
기사를 잘 살펴보면, "과천 정부 종합청사"안에서 "한 건물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가장 좋은 명당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명박 정부는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농수산식품부"를 우대했고, "노동부, 환경부"는 홀대하는 셈이 된다.
실용주의 정부의 색깔을 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그런데, 복지부는? 참여정부가 복지부에 엄청난 힘을 실어준 것에 비하면, 한나라당은 보건복지 예산을 깎는데 많은 힘을 쓴 바있다. 그러므로, 복지부는 이번 정부에서 큰 힘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예측이었다.
복지부의 수난시대?
과천 청사가 조성되었을 때, 가장 먼저 "허허벌판"에 쫓겨온 부서는 어디였을까? 복지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1982년 7월, 찜통 더위에 어느 부처도 원하지 않던, 과천청사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1982년이면 "복지부"는 당연히 홀대되었을 것이 뻔하다.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이니, 누가 반발이나 했을까?
그리고 26년후에, 과천이 명당으로 자리잡자 이젠 쫓겨나는 불운을 겪게 되었다.
사실, 복지부는 지금도 몇개로 나누어져서 일을 보고 있다. 과천에도 있고, 평촌에도 있고, 일부 임대를 해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에 여성가족부의 보육관계부분을 인수하는데다, 청소년위원회도 같이 합쳐진다고 하니, 현재 자리보다 더 넓은 "현대" 계동 사옥으로 가는 것은 오히려 더 좋아보이기도 한다. 정부 중앙 청사나 청와대에 가까우니 권력과 더 가까워지는 것일까?
그리고 보건복지콜센터와 전국의 보건의료 전산망을 연결하는 보건의료정보화 추진단은 그냥 안양에 있기로 했으니, 완전 하나로 합쳐지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이것을 이전하는데는 막대한 예산과 엄청난 기술적 지원이 필요하므로 그냥 두기로 한 듯하다.
이미 말했듯이, 과천 정부 종합청사쪽이 더 "힘있는 부처"들이 자리를 잡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라면, 그야말로 쫓겨나는 것이다.
불도저식 개혁?
그런데, 이 회의는 언론에 발표된대로 지난 2월 24일에 했고, 25일에 결정되었다. 정부 부처가 많이 옮겨가야 하는데, 그 시한을 3월 3일로 두었다. 겨우 1주일만에 수많은 부처들이 자리이동을 하란 것인데, 여기엔 많은 일들이 뒤따른다. (1달간의 여유를 두었지만, 주요부처는 3월 3일로 못박았다.)
과거 이사처럼 박스에 서류뭉치만 들고서 옮겨서 되는 일이 아니다. 수많은 전산기기들과 더불어서 복잡한 행정전산망 관련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경우에는 산하 복지시스템, 보건관련 시스템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데, 이러한 행정전산망의 IP도 모두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작업에는 많은 돈이 들어가고, 너무 급하게 서두르면, 몇몇은 분명히 전산이 중단되기도 할 것이다. 그 중단의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떠앉게 된다.
또한, 보건복지쪽은 각종 이익단체들의 집회가 많은 곳으로 유명한데, 계동 현대 사옥 앞이 집회장으로 변모할 경우에 일어나는 문제점도 무시 못할 것이다.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바로 공무원들의 생활반경이다. 이미 수십년간 터전을 잡은 곳이니, 대부분의 생활반경이 과천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을테니, 집이나 자녀들의 육아도 모두 그 반경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니, 갑자기 터전이 (그것도 어느날 갑자기) 2시간 거리의 종로로 바뀐다면... 이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하긴, 공무원들이 고생하든 말든 별로 신경 안쓰는 것이 우리네 풍토라면, "고소하다"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계동 사옥은 정부에서 "임대"해서 사용하는 곳이다. 어차피 "임대"라고 한다면, 저 멀리 있는 부처를 무리해서 옮기는 것보다, 그곳의 임대 계약을 끝내고 과천 근처에 큰 건물을 하나 빌리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1주일내로 모든 부처를 "준비"시키려는 불도저식 계획이니.. 그런 대안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모든 일을 합리적으로
실용주의가 무엇인가? 모든 일을 합리적으로 하겠다는 뜻으로 안다. 하지만, 벌써부터 들썩거리는 정부 부처의 "자리 배치"는 그리 실용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게 보인다.
공무원들의 출퇴근이 어렵게 되거나, 집을 옮기는 것은, 일반 국민이 알 바가 아니다. 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가 국민에게 되돌아와서는 안된다. 특히, 무리한 부처 이동으로 인해서 비용이 너무 많이 발생한다든지 하는 문제는 심각하다.
또한, 부처간의 알력 다툼을 과시라도 하듯이, "우리 정부는 이 부처를 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식의 권위적인 청사 배치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명박정부 처음부터 부처간에 청사배치 문제로 잡음이 일어나기 시작한다면, 이는 곧 국민의 손실로 돌아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과천에서 쫓겨나는(?) 보건복지부를 보면서 착찹한 심정이 든다. 홀대받는 환경부와 노동부를 보니, 또 가슴이 아프다. 아무리 쫓아내고 홀대하더라도, 보건복지에 대한 관심만은 버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청와대와 가까운 곳에 있으니,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너무 오버한것일까?
이명박 정부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미디어 한글로
2008.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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