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요금제 논란의 핵심은 "문화"다
휴대폰 쌍방향 요금제, 누진제 문제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가 또 대박을 터뜨렸다. 인수위는 운하문제로 인해서 그동안 심심했던 (혹은 선거법 덕분에 입을 닫아야 했던) 네티즌들에게 신나는 세상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다시 휴대폰 쌍방향 요금제와 누진요금제를 들고 나왔다. (이참에 인터넷 요금 누진제도 같이 들고 나왔으면 더 재밌었을 뻔 했다.)
쌍방향 통신요금...꼬리내린 한나라당 [민중의소리] 2008.1.18
http://news.media.daum.net/politics/others/200801/18/vop/v19653875.html
http://news.media.daum.net/politics/others/200801/18/vop/v19653875.html
이런 인수위의 헛발질에 대해서 인터넷은 후끈 달아올랐다. 그런데, 그런 설전을 보다보니 모두들 잊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는 듯하다.
앗. 선진국에서 검증된건가? 그러면 왜 반대를? - 이건 문화란 말이야!
찬성측은 "선진국이나 중국, 인도 등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쌍방향 요금제가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함정에 빠지고 있다.
이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문화"라는 것이다.
이미 휴대전화는 우리의 문화가 되어버렸다. 이 문화 속에는 "전화는 거는 사람만 돈을 낸다"는 길고 긴 원칙이 뿌리깊다. 유선전화때도 그랬고, 휴대전화때도 그랬다. 이미 이런 거대한 습성은 문화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선진국에서 이러니 바꾸자"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 "선진국에서는 가벼운 키스로 인사를 교환하니 우리도 그러자"라든지 "선진국에서는 You를 웃어른에게도 사용하니 우리도 웃어른에게도 '너'라고 하자"는 식의 말은 우스꽝스럽다. 왜냐하면, 그것은 "문화적 차이"이기 때문이다. (좀 억지스럽더라도.. ^^)
즉, 이미 휴대폰 전화요금은 십수년간 우리들의 머리속에 박힌 "문화"로 자리잡았다. (아직 관습법은 아니다 ^^)그 역사는 휴대폰의 역사보다 더 길다. "거는 사람이 돈 낸다"는 원칙 말이다. (이 시점에서 콜렉트 콜로 딴지 잡지 마시길 ^^)
이 원칙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다. 문화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문화를 바꾸려고 한다면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얼마나 힘이 들며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는 잘 알것이다. 그런데 인수위는 그냥 "바꿔!" 하면 되는 줄 알고 있다. 문화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나?
물론 1990년에 있었던 "전화요금 시분제" 사건은 획기적이었다. 하지만, 그 논란은 19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갔고, 시행도 계속 늦춰지다가 터뜨린 것이다. 그로인한 부작용이 바로 나타나자 그 해에 기본요금을 낮춰주는 등 헤프닝을 벌이고, PC통신이 발전하자 01410 등의 요금제를 신설하기에 이른다. 지금은? 지금은 다시 "도수제(1통화에 정액)"로 바꾼 상품을 내어 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그 시절"에나 가능했던 일인 듯 하다. 논란이 있었다지만, 국가에서 하시는 일인데, 국가에서 허락해주신 일인데 무지몽매한 국민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그때 시분제를 하면 기본요금이 사라지다는 식의 논리를 펴던 분들은 무얼하고 계시는지... 오늘 갑자기 궁금해진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었다. 이른바 "실용주의 정부"아닌가. 국민을 부자 만들어 주겠다는 정부 아닌가. 그런 정부가 쓸데없이 전화요금을 교묘하게 올리는 식의 정책을 내놓을리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이미 "문화"가 되어버린 전화요금제를 별다른 논쟁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진 않을것이라 생각한다. (헌재한테 물어보려나?) 그나저나 "문자 요금"은 언제 파격적으로 깎아주려나? (아마 이 정책도 쑥 들어갔다지?) 그리고, 요즘 폐지를 해야 한다고 적극 주장하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언제 손볼것인지도 궁금하다.
휴대폰 요금제, 조금 더 문화적인 접근을 했으면 좋겠다. 조심스럽게 말이다.
미디어 한글로
2008.1.18
http://media.hangu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