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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헛발질 하기

녹색 성장이냐, 초록 성장이냐 - KS 한국 표준은 '초록색'인데...

녹색 성장이냐, 초록 성장이냐 - KS 한국 표준은 '초록색'인데...


녹색 → 초록으로 표준 바뀐지 5년이 지났다



위의 글을 먼저 읽어보시길..

읽기 귀찮으시면.. ^^

교육현장 ‘녹색’ 대신 ‘초록’ 표기… 교육부 내년부터 시행  / 제주일보 2004.12.9
 

"횡단보도 보행 신호등은 녹색일까 초록색일까"

내년부터는 교육현장에서 '녹색'이란 명칭이 사라진다. 대신 '초록'이란 명칭으로 일원화돼 표기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KS 색이름 변경에 따른 색채교육'이라는 교과서 보완지도 자료를 발간해 일선 학교에 보급했다.

그 동안 교육부는 먼셀(Munsell.가장 널리 사용되는 표준 색도감 중의 하나)의 색체계를 기본으로 1968년에 교육용 10가지 색이름(빨강, 주황, 노랑, 연두, 초록, 청록, 파랑, 남색) 체계를 제정 고시해 지금까지 교육현장에서 활용해 왔다.

그런데 지난 1월30일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KS)이 개정 고시한 색채명과의 차이가 발생함에 따라교육부는 내년부터 일선 학교 미술과 교과서와 지도서의 '녹색' 명칭을 '초록'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초록'과 '녹색'의 색채 공간범위와 중심색의 위치가 거의 일치해 두 가지 색이름이 모두 기본 색이름으로 타당해 보이지만 '~빛'의 관형어를 채택했을 때 '녹색빛 회색'보다는 '초록빛 회색'이 더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일선 학교 교육현장에서는 '녹색'은 '초록'으로 통일돼 표기된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흰색'과 '검은색'은 순수한 우리말 어휘인 '하양'과 '검은색'으로 각각 대체키로 했다.


그렇다. 혹시 유치원 또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있다면 "신호등이 어떤 불일 때 건너냐"고 물어보시라. 하나같이 '초록불'이라고 한다. '파란불'도 아니고 '녹색불'도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KS A 0011 물채색의 색이름 개정안 중에서

이미 교육 현장에서는 '녹색'이 힘을 잃고 '초록'이 표준으로 잡아가고 있다.


죽어가는 '녹색' 살려낸 '저탄소 녹색 성장'

그런데 작년(2008년) 8월 15일, 광복절에 이명박 대통령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언하면서 "녹색"을 살려냈다.나는 이 단어를 듣는 순간 '왜 초록성장'이 아니라 '녹색성장'일까? 라는 의문을 가졌다. 녹색 성장은 산업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고, 그 산업의 중심에는 "표준"이 있다. 한국 표준 KS에는 '녹색'이 사라진 마당에 굳이 "녹색"을 쓴 이유가 궁금했다.

물론, 아직도 기성세대에겐 "녹색"이 더 친근하다. 당연하다, 오랫동안 그렇게 배워왔으니까. 비슷하게 난 '국민학교'가 더 친근하다. 하지만, 요즘엔 모두 '초등학교'로 고쳐서 부른다. 내 졸업장에는 '국민학교'라고 되어 있어도 말이다.

그래서 청와대에 민원을 넣어서 확인해 보았다. 왜 KS표준인 "초록"을 사용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답변은 이랬다.

안녕하십니까? 
귀하가 보내주신 민원은 잘 받아 보았습니다. 
민원의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으로 참고하겠습니다 
귀하의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실 

2008.9.3 답변. 무려 15일을 기다려서 받았음


감동의 물결이 밀려왔다. 15일만에 받은 것은.. '알았으니까 조용해!'...



"녹색성장" 때문에 "초록"이 모두 녹색으로...

작년 말에 있었던 "녹색 블로거를 찾습니다" 라는 문화관광부 이벤트는 더욱 의아하게 생각되었다. 이제 '초록'은 버리고 모두 '녹색'으로 쓰기로 한건가?  그래서 물어봤다.

http://blog.daum.net/hellopolicy/6976945 "녹색"블로거를 찾는다고 되어 있다.



지적하신 대로, 한국표준규격(KS)에 따르면 2003년 '녹색'을 '초록색'으로 변경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녹색'은 환경·자원위기 시대에 '저탄소 친환경'성장(녹색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한 개념으로서, 녹색경영·녹색연합 등 환경 관련용어에 '녹색'이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며, 국어사전에도 등재된 단어임을 고려하였음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정책공감” 블로그에서 진행 중인 ‘대한민국 녹색블로거를 찾습니다’라는 이벤트는 ‘녹색성장’을 국민들에게 더 쉽게 알리고 그 의미를 공유하기 위해 진행 중인 것입니다.  

다시 한번, 좋은 의견 주신 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정책공감”에 계속된 관심과 의견 부탁드립니다. 

2008.11.27 문화부 답변


정부의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서 "비표준 단어"를 쓴다는 것은 좀 그렇다. 또한 국어사전 이야기가 아니라 이것은 "한국 표준"에 관한 이야기이다. 또한, 녹색연합 등은 이미 그런 표준 이전에 만든 단체이니 논란 거리가 되지 않는다.

결국, 대부분의 '녹색' 열풍은 모두 청와대의 '녹색성장'에 말을 맞추어가는 형국이다. 결국, '녹색'을 살려낸 것은 청와대고, 그에 맞추느라 녹색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표준인 '초록'은 어디로 가야 할까?


혹시 교과서를 바꾸진 않을까?

고심했다. 최근 역사 교과서를 입맛대로 바꾼 MB정부이고 보면.. 이전에 만든 KS를 바꾸고, 교과서도 다시 "초록"이 아닌 "녹색"으로 되돌리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그래서 민원을 넣어 확인해 보았다.


2005. 5월 지식경제부(구,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고감성 색체시대에 걸맞는 관용색 명칭 133개”를 표준화하고 ‘KS색채명’ 고시를 하면서 일부 색채가 바뀌었습니다. 그중 녹색은 초록으로 바뀌었습니다.
우리부에서는 수정된 부분에 대해 초중고 교과서 보완 지도자료에 발간하여 배포, 새교육과정은 전면 초록으로 개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2009년 1월 9일 교육과학기술부 민원 답변


휴.. 다행히 아직까진 안바꾼다고 한다.

쓸데없는 딴지가 아니라 의미있는 지적으로 받아주길

한 국가의 표준. 그리고 색깔의 표준을 정한 것은 의미이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계속 되어온 "녹색"과 "초록"의 헷갈린 사용에 하나의 기준을 정해준 것도 의미있다.

하지만, "녹색 산업", "녹색 혁명", "녹색 성장"에서 처럼 그 기준을 깨는 말을 그냥 사용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부에서 정한 표준을 정부가 지키지 않는 셈이기 때문이다. 물론, 부처가 달라서 그렇다고 한다면, 그냥 이해하겠다. 원래 소통이 안되니까.

또한, 이런 지적에 대해서 "개인의견으로 받아들인" 청와대의 민원은 15일이 지나서 도착한 것도 이상하거니와 조금이라도 성의를 보였으면 한다.

다시 말하거니와, 나 조차도 "녹색"이 더 친근하다. 그렇지만, 표준을 정하고 그 표준을 따르는 것은 '규칙'이 아니던가. 이런 '규칙'을 지키지 않기 시작하면, 혼란이 온다.

제발 "표준"을 지키는 정부가 되시길!

저탄소 초록성장.. 어떤가?

혹시, 이 글로 인해서 교과서가 수정되는 일이 없길 빈다. 설마 설마 하는 일을 워낙 잘 하는 정부라서 이런 이야기 하기도 겁난다.



미디어 한글로
2009.1.9
http://media.hangu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