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토론이 400회를 맞았다.
하지만, 이미 100분 토론은 재밌는 방송이 아니다. 밤 12시가 넘어서 시작하는 데다가 토론의 재미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곧 새벽 1시로 밀려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러다가 폐지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제는 달랐다. 토론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름만 듣고도 자꾸만 자꾸만 기다려졌다.
한마디로 '토론계의 거물들'이 나온 셈이다. 그리고 기대한 만큼 그들은 재밌는 토론을 했다.
사실, 한국에 '토론'은 없다. 각자 자기 이야기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남의 얘기 적당히 까 주고.. 이 정도면 우리는 그것을 '토론'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정도의 토론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어제 토론은 정말 재밌었다.
오래간만에 100분 토론의 진가를 보여줬다.
김제동 씨는 조용히 한 방을 날렸지만, 반대편 사람들은 그게 한 방인줄도 모르고 있더라. 여전한 그들. 우릴 위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자신'을 위한 법을 만드려는 그들은, 하나도 안변하고 그대로였다. (어느 순진한 경찰관이 내 블로그의 악플을 조사해서 대신 내게 고소 여부를 물어볼까. 만약 그런다면 감동이겠다.)
난, 100분 토론이 재밌는 세상을 원한다.
촛불=폭력불법 시위, 촛불집회=무식한 것들이 좌경세력에 의해서 조정당해서 나온 시위, 유모차 어머니 = 아동학대.. 이런 식의 이상한 논리를 슬그머니 밀어 넣고 그게 진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한 방 날려주는 그런 100분 토론을 원한다.
촛불은 불법인지는 몰라도 폭력은 아니었다. 일부 사람들의 잘못된 폭력을 전체로 부각시킨다면, 한나라당은 모두 '성추행자 들의 소굴'이 된다. 아니면 '부패한 자들의 소굴' 이라든지 '일제시대를 찬양하는 자들의 소굴'이 된다. 인정할 수 있나? 일부를 전체로, 그리고 그 일부를 자꾸 강조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참았던 욕이 벌떡벌떡 일어난다.
100분 토론을 보기 위해서 술도 안먹고 집으로 오던 시절이 있었다.
나를 키운 것은 "잘못된 교과서"가 아니라 100분 토론이었는지도 모른다. 전체 고등학생 비율로 따지면 몇 되지도 않는 역사 교과서 때문에 초등학교 애들이 한국전쟁이 누가 일으킨 것을 모른다는 식의 말도 안되는 논리가 먹혀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 누가 좌파가 되고 싶지 않을까? 정말이지, 잠도 못자고 씩씩.. 화만 냈던 기억도 있다.
어쨌든, 저들은 우위에 섰다. 탄핵 촛불 집회를 불경하다고 했던 이는 여전히 쇠고기 촛불 집회를 불순하다고 하고 있다. 이승만과 박정희의 잘못된 점을 말하면 그들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도 나와 있는 '상해 임시 정부'를 부정하고,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로 묘사하며, 일제가 축복이었다고 말한다. 대체 누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걸까? 4.19 혁명도 부정하는 이들이 말이다.
100분 토론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MBC는 100분 토론은 다시 10시로 바꿔 놔라! 바꿔 놔라!
미디어 한글로
2008.12.19.
http://media.hangu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