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와 일본어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온 오래된 실수
이런 표지판을 본다면 어떨까?
태환
Money Exchange
양체
만약 중국이나 일본에서 이런 표지판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Money Exchange니까 환전을 하는 곳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겠는데, 대체 '태환'이란 한글 표기나 '양체'란 한글표기는 왜 붙였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이 한국에서는 일본인과 중국인을 상대로 오랫동안,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한자(漢字)'와 '일본어'와 '중국어'에 대한 이해
'한자 문화권'이란 말이있다. 중국을 비롯한 일본, 한국, 대만 등 한자를 사용하는 문화권을 의미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은 "한자=중국어' 또는 '한자=일본어'라는 인식이다. 즉, 우리말을 한자로만 써 놓으면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모두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상당히 많이 틀린 생각이다.
(1) 문자와 언어는 다르다.
서양에서 "알파벳"을 공통 문자로 사용한다고 해서 "영어=독일어=프랑스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영어의 단어가 그대로 프랑스나 독일에서 완전히 통용되리라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 물론, 같은 라틴어에서 온 단어들은 비슷하기도 하다. 하지만, 상당수가 많이 다르다.
중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같은 (사실은 다른..) 한자를 사용하지만 이미 어휘면에서는 상당히 많이 다르다.
(2) 중국식 한자와 일본식 한자가 따로 있다.
중국어의 경우, 북경어가 표준어인데, 이 한가지 말을 가지고 '번체자'라고 불리는 한자와 '간체자'라고 부르는 한자로 두가지 표기를 한다. 번체자는 대만등지에서 쓰이고, 간체자는 중국 전역, 싱가폴, 말레이시아 에서 쓰인다. 중국의 경우 간체자를 "써도 되고 안써도 되고가 아니다". 이미 1960년대부터 법적으로 정해서 사용했고, 총2235자의 한자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중국어 회화를 보면, 아무리 한자에 능통한 사람도 잘 못읽는 글자가 나온다. 이를테면..
즉, 우리에게 흔한 車(수레 차)가 중국어에서는 车라고 쓴다. 그리고 '기차'가 '자동차'고 우리의 기차는 중국에선 '화차'라고 부른다. 어휘도 다르고 표기도 다른 예라고 하겠다.
일본도 일본식 한자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약자와도 비슷하지만, 다른 글자가 많다. 이는 일본식 환자와 한국어 한자를 변환한 블로그글(http://mwultong.blogspot.com/2006/01/japanese-kanji-korean-hanja-convert.html )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은..
覚 (일본) 覺 (한국)
図 (일본) 圖 (한국)
즉, 일본에서 한국식 한자(정자)를 쓰게 되면 완전히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해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어딘지 어색한 표기가 되는 것이다. 또한, 일본어에는 일본에서만 사용하는 한자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한자 표기가 일본식으로 많이 변화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정자를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한자가 있다. "돌(乭)"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 이에대해서는 아래 위키백과를 참고하기 바란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무조건 우리말 중의 '한자어'를 한자로 바꾸어 놓는다고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중국어의 경우 두가지 표기법(간체자와 번체자)로 표기를 해야 중국 본토인과 대만인이 모두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지식을 가지고 다시 원래 이야기인 "환전"으로 돌아가자.
'환전'의 중국어, 일본어 표기
정확한 표기는 이렇다.
구분 | 표기 |
한국어 |
|
일본어 |
両替 (우리말 발음 '양체') |
중국어 |
兑换 (간체. 중국본토)
(우리말발음 '태환') |
※ 중국어의 경우 "外币兑换" (외폐태환-외화환전) 이라고 쓰기도 한다.
※ 위의 표기는 일본어, 중국어 전문가와 대만 문화원에 문의한 결과이다. 혹시 오류가 있으면 바로 댓글 달아주기 바란다.
그렇다면, 현재 은행들의 표기를 살펴보기로 하자.
이 사진들은 거의 1년 넘게 취재한 결과이며 (그만큼 게을렀단 이야기?) 은행을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은행을 알릴 수 있는 고유 심볼과 특정색을 지웠다. 그래서 흑백 처리 했으므로 양해바란다.
은행의 갖가지 표기들
오류는 다양하게 있었다.
1) 환전의 한국식 한자어인 "환전"만 표기한 경우 - 중국인과 일본인들이 알아보기 힘들다
2) 환전의 한국식 한자어를 간체자로 표기한 경우 - 중국에서 잘 사용하지 않은 어휘라서 어색하다.
3) 일본어 표기시 한국식 한자를 사용한 경우 兩替 (x) 両替 (o)
4) 중국어 표기시 번체자(대만)만 표기한 경우 (우리나라 관광객은 대만보다 중국인이 더 많다)
환전의 간체자 표기를 하긴 했지만, "환전"이란 표현은 중국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
일본어의 '양'자가 한국식 한자다.両이 맞다.
일본어는 잘 썼고, 중국어 표기에서 "간체자 표기"가 빠졌다. 대부분의 중국인(본토인)들은 간체자만 사용한다.
역시 중국어 간체자 표기가 빠졌다. 그리고 일본어도 한국식 한자로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라가나 표기(환전이란 뜻)도 덧붙였다. 일본인이 보면 좀 의아해할지도..
중국식 표기는 전혀 하지 않고, 한국식 한자표기만 했다. 역시 일본 표기도 틀려 있다.
거의 완벽한 표기다. 일본어도 제대로 썼고, 중국어(간체자)도 제대로 썼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동그라미 부분에 번체자도 추가하면 좋겠다. 대만에서 오는 관광객도 있으니까.
그래서 내가 제안하는 바람직한 표기는 아래와 같다.
문화관광부의 출입국통계를 보면, 일본과 중국 관광객인 압도적이며 대만인이 소수이긴 하지만 아시아 중에서는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다. 따라서, 그에 따른 표기 순서를 지킨 것이다.
(참고사진) 일본의 어느 은행창구의 사진이다. 한국어나 중국어가 완벽하게 쓰여져있다. 이정도면, 환전할 기분 나지 않을까? ^^
조사를 마치고...
한 은행이라도 지점에 따라서 표기가 틀렸고, 어디는 맞고 어디는 틀렸으므로 은행 하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또한 이런 "중국어와 일본어"에 대한 몰이해는 우리나라 표지판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후속 글을 통해서 하나씩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그리고, 은행들은 조금 부끄러운 이런 표기들을 좀 수정해 주었으면 한다. 앞에서 예로 들었지만, 어차피 Money Exchange가 있으니 환전하러 올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맞춤법 틀린 한글"을 써 놓은 것처럼 좀 창피하지 않을까? 아예 안쓰면 더 깔끔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제대로 써 놓으면 외국인의 발길이 더 잦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특히, 어르신 관광객들의 발길을 끄는데는 친근한 표기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이에 대해서도 앞으로 몇개의 글을 통해서 주장할 것이다.)
적어도 하나만 기억했으면 좋겠다. 우리식 한자로 쓴다고 중국인과 일본인이 모두 읽을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 사전을 좀 찾아보자.
미디어 한글로
http://media.hangulo.net
2008.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