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들어오시는데 박수도 안쳐?
한나라당의 자업자득
한나라당의 자업자득
어디 감히 대통령께서 들어오시는데, 박수도 안쳐?
그렇다. 유신 독재시절이나 전두한 각하의 5공때면 잡혀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떻게 일국의 대통령이 국회에 들어오시는데, 감히 국회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만히 있나? 무슨 소리냐고? 오늘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서의 한 장면이다.
이 모습을 가장 잘 묘사한 조선일보 기사를 보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0/27/2008102700713.html
[조선일보] 2008.10.27
여당의원들만 박수 9차례, 야당은 침묵…민노 의원들 집단 퇴장
[일부발췌]
민노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진행된 본회의장에서도 ‘서민 살리기가 우선입니다’ 등의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3분가량 서 있다가 단체로 본회의장을 퇴장하기도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이 오전 10시쯤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쳤지만 야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지 않은 채 서 있기만 했다.
26분간의 연설 동안 모두 모두 9번의 박수가 나왔지만 모두 한나라당 의원들이었고, 야당 의원들은 아예 박수를 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표도 연설도중 박수를 치곤 했다.
이런 불경죄가 있나? 한나라당의 논평이 나올만하다. "대통령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안표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 문제다.."라는 식의 말 말이다. 하지만, 결코 한나라당은 이런 논평을 낼 수 없다. 아니, 낸다면 아마 되로주고 말로 받을 것이다.
5년전, 노무현 대통령의 시정연설 풍경
그렇다. 이런 모습은 이미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에 직접 만들어 놓은 모델이기 때문이다. 아래의 기사를 보자. 2003년 10월 13일이니 지금부터 거의 5년 전의 일이다. 역사는 되풀이되는 법이다.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view.html?cateid=1020&newsid=20031013031750814&p=newsis
노 대통령 시정연설 악수도 박수도 없었다 [뉴시스] 2003.10.13
(일부발췌)
야당의원들의 외면=본회의 연설을 위해 노 대통령이 입장하자 통합신당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원 대부분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그대로 앉아 있었다. 원고의 대부분을 재신임 문제에 할애해서인지 노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박수는 단 한차례도 없었다.
이거다. 자신들이 인정하지 않는 대통령에 대해, 한나라당은 앉아서 맞이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의지를 내보였다. 오늘 민주당 의원들이 일어나서 맞이하고, 박수를 치지 않은 것은.. 글쎄.. 그 정도면 많이 봐준 것 아닌가?
그런데,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만, 한나라당은 이런 것을 전통으로 삼았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04년 6월을 보자.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view.html?cateid=1020&newsid=20040607081754791&p=hani
노대통령 국회입장 기립박수
정형근등 ‘앉아서 외면’ 연설중 박계동등 “하하” [한겨레] 2004.6.7
(일부발췌)
정형근・박계동・이해봉・이종구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은 이날 노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기립박수로 맞은 다른 여야 의원들과는 달리 자리에 앉은 채 노 대통령을 외면했으며, 박계동・김성조 의원 등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2층 방청석까지 들릴 정도의 큰 소리로 비웃기도 했다.
노대통령 국회입장 기립박수
정형근등 ‘앉아서 외면’ 연설중 박계동등 “하하” [한겨레] 2004.6.7
(일부발췌)
정형근・박계동・이해봉・이종구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은 이날 노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기립박수로 맞은 다른 여야 의원들과는 달리 자리에 앉은 채 노 대통령을 외면했으며, 박계동・김성조 의원 등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2층 방청석까지 들릴 정도의 큰 소리로 비웃기도 했다.
이쯤되면, 오히려 오늘 비웃지 않고 퇴장한 민노당 위원들은 양반축에 속한다. 위에서 대통령에 대한 예의, 국가 원수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은 의원님들은 뭐하는지 찾아볼까? 찾아볼 필요도 없다. 정형근 전 의원은 건보공단 이사장에 안착했고, 박계동 의원은 국회사무총장이다. 특히 오늘 이명박 대통령을 친히 국회 본청 앞에서 영접했다. 웃고 떠들던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이행봉, 이종구, 김성조 의원은 여전히 국회에 있다. 그러니, 자신들의 과오를 안다면, 오늘 민노당이나 민주당의 "버릇없는 행동"을 꾸짖기엔 좀 힘들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잘못했다
나는 민주당이 잘했다는 소리를 하려고 이 글을 쓴 것이 아니다. 잘못했다. 100번이고 천번이고 잘못했다. 아무리 자신들이 인정하지 않는 대통령이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들어올 때 박수를 쳐줬어야 한다. 정치인들이 가장 잘하는 것이 바로 '포커페이스' 아니던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을 길가던 아저씨 취급하던 한나라당의 못난 태도까지 배워서는 안된다. 한나라당의 그 행위는 국회의 수준을 떨어뜨린 행위였다. 그와 같이 추락할 셈인가? 물론, 한나라당을 철저히 답습하면, 적어도 다음 정권을 잡을 가능성은 높아질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거 농담이다. 국가 전복세력으로 몰지 마시길)
난 이명박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찍지 않았다고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던 과거 못난 사람들을 답습하지는 않는다. 대통령은 대통령이다. 그리고 결과에 승복한다. 잘못 뽑았다는 것과 현재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것은 다른 말이니까.
어쨌든, 다음 연설부터는 어른된 마음가짐으로 벌떡 일어나서 열렬한 박수로 환영해주길 바란다. 그러면 적어도 몇몇 신문들이 누가누가 박수 몇 번 쳤나 유치하게 세지 않아도 될테니까 말이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미디어 한글로
2008.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