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크롬, 뒷북 이야기
구글 크롬 블로거 간담회에 초청되었지만...
구글 크롬이 발표되던 날, 구글코리아의 블로거 간담회에 참석했다.(2008.9.2) 하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글을 쓰지 못했다. 사실, 구글에서 하는 행사에 초청되는 것만으로도 나는 참 뿌듯하고, 세상 헛살지 않았다는 묘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 뭐, 다들 알듯이, 한 번 갔다가 오면 생기는 기념품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지만, 경력이라곤 블로그 운영 한 것 밖에 없는데, 그것도 IT전문도 아닌데, 불러주는 곳은 언제나 고맙다. ^^ (네이버도 좀 불러줬으면 좋겠다. ^^)
어쨌든, 때 늦은 구글 크롬 이야기를 그냥 해보겠다.
빠른 크롬, 깔끔한 크롬...
구글도 말했고, 사용자들도 반긴 것처럼 크롬은 빠르다. 그리고 깔끔하다. 군더더기를 없앴다. 맞다. 이미 많은 구글 예찬론자와 IT전문 블로거들이 (둘은 교집합이 있을 뿐, 같은 급이 아니다. 오해 말길) 반겨 맞은 부분이다. 모두들 다 안다.
이미지 한 픽셀을 줄이기 위해서 목숨을 건다는 증언(?)처럼 정말 구글은 최대한 화면을 넓게 만들기 위해서 애썼다.
내 영어 실력과 국내 영어사전을 아무리 뒤져도 잘 나오지 않지만 Chrome(크롬)은 우리가 흔히 아는 그 금속(Cr)이 아니라 "브라우저에서 컨텐츠 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말한다고 한다. 처음 알았다. 난 금속인줄 알았다. 역시 무식하면 용감하다. ^^
어쨌든, 크롬의 총평은 빠르다! 가볍다! 뭐 이런식이다. 그리고 과거의 플랫폼에 연연하지 않고 새롭게 만들어서 향후 엄청난 기능이 많이 들어갈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맞는 소리다. '불가능하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구글에서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나?
문제는 인터페이스
구글은 최적의 유저 인터페이스를 구현한다. 그런데, 그 최적이라는 말이 좀 어패가 있다. 사실, 난 구글메일을 매일 쓰지만, 낯설고 불편하다. 가끔 나오는 어색한 번역투의 메시지를 보면 가슴 속 어딘가가 답답해옴을 느낀다. 가끔씩 영문 구글 들어갔다가 오면 내 이멜도 영어 메시지로 바뀌어 있어서 깜작 놀라곤 한다. 뭐,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구글의 답장 기능이 편리한 사람도 있지만, 사실 불편한 사람도 있다. 이 부분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구글 크롬의 경우에도 구글의 설명을 듣고서야 알게된 기능이 참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메뉴가 어디 붙었는지 찾는데 한참 걸릴 뿐더러, 그 기능들을 찾아내는 파워 유저가 아니고서는 좀 쓰기가 어렵다.
각종 사전 검색을 간단한 키워드와 탭키로 구현하는 기능을 보고 찾으려고 해도 어디에 있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가 없었다. (주소창-오른쪽버튼-검색엔진 수정 에 있다. ^^ 근데 이거 맞나? 난 이걸로 했는데..) 역시 등록하는 것도 쉽진 않았다. 우리 아버지껜 절대 못가르쳐 드리겠다.
액티브 엑스가 구현되어서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는 선에서 점유율이 올라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각에 가장 큰 문제는 '크롬이 크롬을 최소화 한다는 의미'라는 것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MS도스나 MS윈도우가 한국을(세계까진 이야기 하지 말자) 지배한 유일한 이유는 그것이 '옳은 방향'이었거나 '가장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단지,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도록 유도되었고, 그렇게 익숙해진 사람이 많아서가 아니었을까?
한 번 익숙해지면 바꾸기 힘들다. 나도 아래아한글 최초버전부터 사용을 하면서 익숙해진 나의 워드습관을 바꾸기 쉽지 않다. MS워드를 쓰면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다. 아래아 한글을 쓰면 날아다니면서 쓴다.
비슷하게 구글 크롬을 초보자(아니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 사용자)에게 보여주면, 당황할 것이다. 평소에 보아오던 모습과 너무 다르고, 메뉴도 없어진 것에 불안해 한다. 프린트를 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안절부절 못한다. 여태까지 보아오던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인터페이스는 익숙함이 아닐까
내가 지적하는 부분은 구글 크롬의 인터페이스가 나쁘다거나 그 지향점이 틀렸다는 소리가 아니다. 단지, 구글 크롬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다가오기 힘든 이유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나 조차도 구글 크롬 이야기를 크롬에서 사용하지 않고 IE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은 묘한 익숙함 때문이니까 말이다.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점유율을 못올리는 것은 '구글은 검색 서비스'이고 '네이버'는 포털이기 때문일 뿐이다. 우리는 네이버에서 '검색'도 하고 있다. 검색'만'하러 구글에 가지도 않고, 대부분의 국민은 '구글'이 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다 구글까지 안내해 줘도, 낯선 그 황량함에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구글이 한국식 포털을 지향하지 않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고, 단지 그것이 한국에서 점유율을 올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이는 구글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구글 크롬의 등장으로 피해를 입을 것은 MS가 아니라 파이어폭스가 될 것이라는 몇몇 분들의 의견에 동의한다. 오늘 우체국에 갔었는데, 거기엔 공개 OS 보급의 일환으로 리눅스가 깔려 있고 파이어 폭스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 컴퓨터 앞에 갔던 많은 사람은 뭘 눌러야 할지 모르고 돌아섰다. 덕분에 나혼자 기다리는 시간 적적하지 않았다. 아직도 사람들은 파이어 폭스의 아이콘이 뭘 하는 것인지 잘 모른다. 그게 대중이다. 대중이 무식하다고 비난해선 안된다. 무식해도 인터넷 할 것 다 하지 않나? ^^ 그건 무식한게 아니다.
다방식 커피믹스 커피만 커피인 줄 아는 사람이 에소프레소 커피 안먹는다고 무식하다고 하면 안되는 이치와 같다고 생각한다.
자, 다시 원점이다.
내 블로그에 접속했는데, 이렇게 자꾸 글씨 크기가 이상하면, 난 쓰기가 싫다. 그게 CSS를 잘못 건드린 내 잘못이든, 누구의 잘못이든간데, IE에서는 잘 보이는데 크롬에서 잘 안보이면 당연히 보기 싫다. 다시 말하지만, 그렇다고 크롬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내 기호의 차이일 뿐이다.
내가 자주 가는 블로거뉴스의 화면이 이렇게 깨지면, 난 크롬쓰기가 싫어진다.
물론, 이런 부분은 크롬 잘못이 아니라 정확히 CSS코딩을 못한 사람에게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도 디자이너나 CSS프로그래머들은 IE 몇개 버전과 파이어폭스, 사파리를 오가며 호환성 테스트를 하는데, 거기에 크롬이 하나 더 늘어서 한 숨을 더 쉬고 있을 뿐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롬은 잘 나왔다
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롬은 잘 나왔다. 그리고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람들이 조금 더 좋은 환경으로 '변해갔으면' 좋겠다. 크롬의 여러가지 정신이나 기술, 미래에 대해선 무조건 찬성한다. 가고자 하는 비전도 마음에 든다.
그렇게 변화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크롬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 마치 MS워드가 아래아 한글 핫키를 지원했듯이 말이다.
크롬은 점유율에 관심이 별로 없다고는 했지만, 크롬이 정말 좋은 브라우저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널리 쓰도록 해 주는 것이 세계적 기업, 구글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세계 최대의 구글이 해야 할 첫째 임무가 아닐까.
2008.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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