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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헛발질 하기

'동원의 추억'을 국빈 예우로 봐주길.. ? - 서초구청장의 글

'동원의 추억'을 국빈 예우로 봐주길.. ? - 서초구청장의 글


서초구청 홈페이지 (www.seocho.go.kr) 에 접속하면 뜬금없이 뜨는 팝업창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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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박사님답게 무지하게 어렵게 글을 쓰셨다. 나의 미천한 해석능력으로 분석하자면...

사실 관계야 분명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오시는데... 공무원들이 진입로에 자발적으로 나간것이 무슨 강제동원이냐?"는 소리같다.

또한, 동방예의지국으로서 맹방의 국가원수로서 "어려운 시기"에 "좋은 뜻"으로 방문했는데, 그 정도는 괜찮다는 점 같다.

두가지 질문이 있다.

먼저, 저번에 부시 대통령이 왔을 때는 '안어려운 시기'에 '나쁜 뜻'이라서 공무원의 '자발적인 환대'가 없었나? 혹은, 그때는 동방예의지국이 아니었나? 아니면 그때도 '자발적인 환대'를 했나?

또, 서초구청 공무원은 일하다가 '자발적으로 도로에 나가서 국기 흔들 정도'로 한가한가? 자발적으로 나가는 것을 허용하는 아주 자유로운 문화라서 그런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6시 30분이라고는 하지만.. 공무원들 모두 늦게까지 일한다)

일관성이란 단어가 있다. 또, 자가당착이라는 고사성어도 있다. 서초구청장은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앞으로, 어느 나라 국빈이 오든간에 서초구청 공무원은 '자발적'으로 나가서 그 나라의 국기를 흔들지 지켜볼 일이다. 그리고 서초 구청장 옆에 무슨 '박사'라고 쓴 이유는 무엇일까? '박사'의 말씀이기 때문에 옳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일까?

나도 5공때 선생님의 강압에 못이겨 '자발적'으로 국기 흔들던 생각이 난다. 정말 자발적이었다. 학교 수업도 빼먹고 그랬으니까.

참고) 이 글은 실제로 아래 글에 대한 "반론"이다. 아래 글은  한국일보 편집국에서 쓴 글이었다.

[편집국에서/8월 12일] 동원의 추억[한국일보] 2008.8.12

(일부발췌)


이들은 부시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출발한 오후 6시30분께부터 30여분 간 강남구 세곡동사거리 일대 도로 양 옆에 도열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부시 대통령을 환영했다. 강남구도 공무원 500여명을 환영 행사에 참석시킬 예정이었으나 부시 대통령의 이동시간이 당초 알려진 오후 4시30분에서 2시간 늦춰지자 직원들에게 강제가 아닌 자율 참여를 적극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라가 5공화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나 싶어 가슴이 답답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하니 얼마 전에도 비슷한 촌극이 있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정점으로 내달리던 6월 말 이명박 정부는 전국의 읍ㆍ면ㆍ동장들을 서울에 불러 놓고 시국설명회를 열었다. 쇠고기 문제를 해명하기 위한 자리였다지만 읍ㆍ면ㆍ동장들을 모아 관제행사를 한 것은 무척이나 한심해 보였다.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동원은 정신적ㆍ육체적 고통을 수반하는 인권 유린행위다. 세월이 흘러 80년대의 동원 괴담을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게 됐지만 당시 추억이 아름다웠다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동원은 과거의 망령으로 끝나야 할 일이지 21세기에 되살릴 미덕은 아니다.

이런 어려운 얘기 다 빼고 부시 대통령이 자신이 지나간 길에 나와 열렬히 깃발을 흔들던 사람들이 동원된 서초구 직원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뉴스 보고 알았을 텐데 이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나라 망신 톡톡히 시킨 것이다.

이은호 정치부 차장 leeeunho@hk.co.kr

전문읽기 -> http://media.daum.net/editorial/column/view.html?cateid=1052&newsid=20080812024305583&cp=hankoo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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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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