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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촛불과 현실의 사이에서

거의 1주일만에 아이와 함께 깨어나고 아이와 함께 아침을 먹는다.

어느 한 곳에 매인다는 것. 경제적으로는 축복이지만,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에서는 거의 저주에 가깝다. 모두들 그렇게 사니, 유독 불평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내 마음 한구석을 짓누르는 것이 또 하나 있으니, 아이와 노는 것을 중단하고 촛불집회에 가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다.

물론, 아이를 재워놓고 이 한 밤중에 나갈 수도 있다. 아이와 같이 참석하는 방법도 있지만, 아이는 촛불집회에서 견디지 못함을 이미 경험으로 증명했다. (결국 그날은 아이를 집에 데려다주고 다시 나가야 했다.)

이틀간의 여유. 아이와 함께,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여유. 아니, 여유라기 보다는 해야 할 일들로 가득 찬 그런 시간들.

하지만, 나는 촛불을 들지 못하고 계속 아프리카 사이트만 뒤적거린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인지, 혹은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 것인지...

엊그제 100분토론에 모 경제신문의 논설위원이 촛불 드는 사람들에 대해서 심각히 모욕을 했다. '촛불 안든 사람이 더 많다'는 식의 발언으로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않는 사람은 촛불집회를 반대한다'는 식으로 몰고갔다. 한 신문의 논설위원이 그정도 상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 신문은 대단한 신문일 것 같다.

하지만, 나처럼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서 나가지 못한 사람도 많다. 내 주변에도 촛불집회에 나가고 싶어도 먹고 사는 문제들 때문에 못나가는 사람 많다. 그들이 모두 '미안한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 속에 활활 타오르고 있는 촛불을 시청 앞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촛불이여 힘내라. 난 여기서 촛불을 태우겠으니!

매번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꾸준히 있는 힘껏 초를 태우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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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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