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납 세금이 아닌, '휴면공탁금'을 끈질긴 노력으로 찾아내
속이 다 후련한 '좋은나라 운동본부'-고액 체납자의 집을 뒤져라!
가끔씩 보는 프로그램인 KBS의 '좋은나라 운동본부'의 "최재원의 양심추적" 보다보면, 갑자기 입에서 교육적이지 못한 말이 나오는 시간이 있다. 바로 고액 체납자들의 뻔뻔스러운 모습을 볼때다. 그러다가 갑자기 속이 다 후련해지는 순간이 온다. 바로, 지자체의 세금담당 공무원, 즉 서울시에서는 38세금 기동팀들이 '합법적으로' 들어가서 수색한 뒤에 노란 '딱지'를 붙이는 장면이다.
http://www.kbs.co.kr/2tv/sisa/goodnation/
무슨 '수색영장 가져와라'면서 생떼를 부리던 고액 악성 체납자들도 그 노란딱지를 보기 시작하면 급변하기 마련이다. 물론, 끝까지 안하무인인 경우도 있다. 38세금 기동팀에게는 수색영장 없이도 체납자의 집을 수색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인데도, 오히려 협박을 일삼는 악성 체납자들을 보면.. (정말 떵떵거리고 살더라) 왜 저렇게 살까.. 하고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어쨌든, 좋은나라 운동본부에서 맹활약한 서울시 38세금 기동팀은 정말 공무원을 보는 우리 눈을 다르게 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좀 늘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시원한 소식도 최근에 들려줬다.
서울시 "고액체납자 129명 출국금지 요청" [연합뉴스] 2008.6.11
(일부발췌)
시가 이번에 출국금지를 요청한 129명은 그동안 해외 출입을 빈번히 하고 가족 명의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등 납세능력이 있는 데도 고의로 세금을 체납할뿐 아니라 재산을 도피할 우려가 있는 고액 체납자들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중략)
한편 서울시 38세금기동팀은 올해들어 고액 체납자에 대해 부동산 및 동산 압류, 공매처분, 채권 압류, 회원권 압류, 소송 등을 통한 징수활동을 벌여 전체 체납세금 4천519억원 가운데 지난달까지 240억여원을 징수했다.
안됐다. 29만원 밖에 없어도 비행기타고 외국 가시던 그 분과 더불어서, 세금 낼 돈이 없어도 늘 요맘때면 해외여행 가시던 분들.. 이번에는 국내 여행으로 만족할 참이다. 하긴, 국내에도 고급스러운 곳 많으니 국내에서 돈 쓰시길..!
여기서 잠깐! 대체 왜 38세금 기동팀일까? 바로 헌법 38조가 납세의 의무라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관련글 읽기]
38세금 기동팀 찾다가 알아낸 또 하나의 사실 - 휴면 공탁금 찾기 노하우?
처음에는 38세금 기동팀 분들을 찬양하는 글을 쓰려고 시작했는데, 떡 하니 뉴스를 검색하니 아래와 같은 내용이 제일 위에 검색되었다.
첫 기사와 두번째 기사가 같은 내용인데, 한 번 보기나 하자.
서울시 `38세금기동팀' 노하우 '전수' [연합뉴스] 2008.5.2
서울시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 행정기관 명의의 휴면 공탁금 징수기법을 전수한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전국의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 세무 관계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휴면 공탁금 징수 관련 설명회를 개최한다.
이날 설명회는 서울시가 최근 25억원의 법원 휴면 공탁금을 회수한 사실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같은 사례를 겪고 있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세무 관계자들의 방문이나 전화를 통한 문의가 쇄도한 데 따른 것이다.
시는 지난 2월초 시 직원의 제안에 따라 자치단체 등 공공기관도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하면 휴면공탁금을 조회할 수 있도록 개발된 대법원 전산조회 시스템에 따라 시의 휴면 공탁금 65억원이 법원에 보관돼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 가운데 25억원을 회수했다.
(중략)
시 관계자는 "그동안 중앙부처가 워크숍 등을 개최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지자체가 다른 지자체 및 중앙부처 직원들을 초청해 설명회를 여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면서 "이는 지자체의 재정 수입과 직결되는 서울시의 창의행정 효과를 다른 지자체와 함께 누리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어? 이거 무지하게 솔깃하다. 얼마전에 쓴 '연봉 1억 받는 서울시 공무원'과 비슷한 것 같다.[관련글 : 서울시에 연봉 1억받는 공무원이 있다고?]
한 번 다른 기사를 찾아보기로 했다.
'휴면공탁금' 65억 찾아냈다 [서울경제] 2008.3.2
서울시 6급 공무원 끈질긴 노력 개가. '38세금기동팀' 이병욱씨
서울시가 6급 직원의 개인적 노력에 의해 65억원에 달하는 ‘휴면공탁금’을 찾아낸 사실이 밝혀졌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청 ‘38세금기동팀’에 근무하는 이병욱(44ㆍ세무6급)씨는 체납세금 징수업무를 담당하면서 지방자치단체 등이 법원에서 잠자고 있는 휴면공탁금을 찾아가지 않아 시효소멸(10년)로 공탁금이 국고에 귀속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씨는 지난 달 대법원 전산센터에 서울시와 25개 자치구 명의로 된 휴면공탁금이 있는지 확인해줄 것을 의뢰, 전국 46개 법원에 휴면공탁금 65억원이 흩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 시가 이를 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들이 휴면공탁금을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간단히 조회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이끌어냈다. 개인이나 법인이 주민ㆍ법인번호로 쉽게 전산조회할 수 있는 것처럼 국가기관이나 자치단체 등 공공기관도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하면 휴면공탁금을 간단히 조회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법원행정처와 대법원에 수 차례 호소한 결과다.
시 관계자는 “이씨의 건의로 마련된 전산조회 시스템에 따라 시 세수가 크게 늘어나게 됐다. 이씨의 끈질긴 노력은 서울시가 추구하는 ‘창의 시정’의 표본”이라며 이씨에 대한 표창 방침을 밝혔다.
http://economy.hankooki.com/lpage/society/200803/e2008030219144893760.htm
휴면공탁금? 어려운 소리지만, 어쨌든 시 예산 65억을 되찾은 셈...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위해서 서울시 홈페이지를 뒤져봤다. [관련자료] 그러니까,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기관이 소송할때, 공탁금을 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 공탁금은 재판이 끝나면 깔끔하게 정리되어서 찾아가거나 해야 하는데, 사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마치, 은행에 돈을 넣어넣고 오랫동안 잊어버린 휴면예금이나 받아야 하지만 (안알려줘서, 혹은 주소가 바뀌어서) 못받은 휴면 보험금 같은 것과 궤를 같이하는 돈이다.
왜냐하면, 법원에서 지자체로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았고, 더더욱 지자체는 추후에 그걸 찾고 싶어도 "법인번호"나 "주민번호"로만 찾을 수 있는 법원 시스템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즉, 지자체는 법인도 아니고 개인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업자번호는 가지고 있지만, 법원 시스템은 사업자 번호로 찾는 기능이 없었다.
결국, 지자체로 가야 할 돈이 10년 동안 고스란히 잠자다가 국고로 귀속되니, 지자체에서는 알게 모르게 소중한 예산을 낭비하는 격이 된다.
그런데, 이를 답답하게 여긴, 서울시 공무원.. 그것도 38세금 기동팀의 공무원 한 분이 법원과 국세청을 쫓아다니고, 전국의 지자체를 조사해서 '각 지자체의 사업자 등록 번호'를 모두 수집하고, 이를 법원과 세무서에 통보해서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건의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이 올해 3월에 반영되어서 전국 지자체 및 모든 국가기관은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해당 기관의 휴면 공탁금 내역을 찾아볼 수 있도록 바뀌었다는 소리다. 이런 방법으로 서울시는 65억원의 휴면 공탁금을 발견했고, 그 중에서 25억원을 찾아냈다고 한다.
그런데, 이거 정말 어이가 없다. 이 시스템이 이렇게 오랫동안 가동이 안되었던 이유가, '법원이 지자체의 사업자등록번호를 몰라서'였다니. 국세청도 그런 정리된 데이터가 없었다니, 정말... 그걸 서울시의 일개 공무원이 전국의 지자체를 다 조사해서 알려준 시점에서야 개선이 되었다고 한다.
같은 공무원이지만, 왜 이리 차이가 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전국의 공무원들이 싸잡아 욕을 먹지 않으려면...
솔직히, 공무원의 고정관념이 너무나 커서 나 조차도 '공무원=철밥통, 복지부동'의 공식이 먼저 생각난다. 하지만, 모든 공무원이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밤낮없이 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면서도, 봉사정신을 잃지 않는 대단한 공무원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해 놓아도, 몇몇 공무원의 추태가 뉴스에 보도되면 전체가 욕을 먹는다. 일부의 일로 전체를 욕하는 것은 옳지못한 일이지만, 우리네 풍토는 그렇게 한다.
어쨌든, 서울시 38 세금 기동팀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세금 안내는 사람 쫓아다니면서 돈 받아내, 제도적으로 문제 있는 부분을 찾아내서 60억 이상을 찾아내... 서울시에서 상 좀 많이.. 아니 상여금을 많이 줘야 하는 팀 같다.
다른 지자체들에게도 비법을 전수한다고 하니, 다들 배워서 맨날 '세수가 모자란다'고 하면서 예산 더 달라고 떼쓰지말고, 술술 새는 돈, 찾지 못한 돈들을 모두 찾아서 지자체 살림을 풍족하게 했으면 한다.
서울시 38세금 기동팀! 그리고, 이번에 65억 찾아낸 공무원분(이병욱씨) 화이팅이다!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모두 이랬으면 좋겠다.
미디어 한글로
2008.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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