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장님, 노래 하시지 그랬어요?
"노래해! 노래해"
마이크를 잡으면, 노래를 해야 합니다?
이 무슨 황당한 상황인고 하니..
사실, 경찰이 앞을 막은 상황에서 시위대는 할 일이 없습니다. 손에 든 것이라곤 다 타버린 촛불 정도가 전부인데다가, 평화시위를 하겠다고 한 이상 몸싸움도 안될 일이었지요. 경찰이 길을 비키지 않으면 우린 밀지 않습니다.
각종 구호 외치다, 헌법1조 노래 부르다.. 뭐 그런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친히 경찰서장님이 (어디 경찰서인지는 까먹었음. ^^) 마이크를 잡고 방송을 하시더군요.
[남대문 경찰서장님이래요. ^^]
이런저런 구호외치다가.. 한참 지나서..
"노래해! 노래해!"
이런 구호가 시작됩니다.
"한 박자 쉬고! 두 박자 쉬고! 세 박자 마저쉬고! 하나둘셋넷!"
정말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소리였습니다.
사실, 경찰이나 시민이나 다들 자기 할 일을 하는 것 뿐입니다. 경찰=절대악 이던 시절은 이미 지났습니다. 윗 자라에 있는 "누군가들" 때문에 괜히 아랫사람들이 고생하는거죠.
그런데, 재치만점 서장님.
"여러분이 광장으로 이동하면 노래하겠습니다"
하지만, 시위대가 질리 없죠.
"여기서! 여기서! 노래하면 집에간다! 노래하면 집에간다!"
(왜 반말이냐고 하실 분.. 이게 구호라서 4글자씩 끊어서 외쳐야 합니다. ^^ 존댓말 안쓴점은 제가 사과드리죠. ^^ 그리고, 왜 노래냐구요? 마이크 잡으면 노래하는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노래를 많이 불러드렸으니, 경찰측에서도 한 곡 뽑아주시는 것이 예의겠죠. ^^)
동영상으로 확인하세요!
▲ 노래하면 집에간다?
이미 사람들 입가에는 웃음이 번지고 있습니다. 시위하면 아주 심각하고 "위험한 배후세력의 조정에 의한 폭도"들이라고 생각하는 정부의 높으신 분은 반드시 이 시위대에 껴서 "경찰서장 노래해"를 외쳐봐야 그 웃음의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서장의 재치는 거기까지.
"여러분이 불법으로 도로를...."
뭐, 시위대도 다시...
"경찰버스 불법주차..."
노래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정말 경찰서장이 그 자리에서 노래를 한 곡 뽑았다면 어땠을까요?
아주 행복한 상상을 해봅니다.
시위대는 박수쳐주고 앵콜!을 외치면, 한 곡 또 뽑고.. 그리고 자진해서 경찰서장과의 약속을 지켰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차피 경찰이 길을 터줄리 만무하고, 그 길로 간다한들 무슨 큰 의미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어차피 상징성 아니겠습니까?
"경찰서장 노래 덕분에 시위대 해산..!"
이런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났을까요?
아니면,
"체신잃은 경찰서장. 시위대의 노래 요구에 굴욕..?"
이런 기사가 났을까요?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경찰서장님.. 노래 한 곡 하시지 그러셨어요?
그나저나, 오늘(31일 토요일)은 4시 30분에 대학로에서, 7시에 시청앞 광장에서 촛불시위가 있습니다. 시간 내셔서.. 평화로운 집회에 참석해 보세요. 아이들 손잡고 오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즐기는 시위. 이명박 대통령은 절대 이해 못하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게 말이죠.
미디어 한글로
2008.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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