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MBC 스포트라이트를 보면, 기자에 대한 환상이 완전히 깨진다. 잠도 못자고 경찰서와 병원을 뛰어다니는 수습기자를 보면, 정말이지 "저러고도 기자하고 싶나"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작년에 어느 신문사던가? 수습기자가 선배기자에게 엄청난 폭행을 당해서 (물론 상호폭행이라고 주장들을 했지만..) 난리가 났던 사건이 기억난다.
http://media.daum.net/society/media/view.html?cateid=1016&newsid=20070410145109413&cp=hani
옥상, 그 두려운 존재
그런데, 처음 지진희가 다시 캡으로 복귀했을때나, 어떤 사고가 터졌을 때마다 "옥상에 집합"해서 훈계를 듣는 모습이 나온다.
난, 그 장면이 정말 두렵고 무섭다. 가슴이 아파온다.
군대시절, 옥상은 정말 무서운 존재였다. 그냥 내무반 집합은 그래도 나았다. 앞이 잘 보이기라도 하지. 그리고 남들과 함께 머리박고 두드려 맞는 것은, 그리 무섭지도 않았다.
그런데 옥상은 달랐다.
거의 같은 계급 또는 한 단계 윗 계급에 의하거나 '교육군번'이 집합을 거는 장소가 바로 옥상이었다. 동병상련? 그런 것은 없었다. '너 때문에 내가 깨진다'는 심리 때문일까? 깜깜한 밤중에 줄을 맞춰 서 있으면, 보이는 것은 하얀 런닝셔츠 뿐. 저쪽에서 유령처럼 (거의 담배를 피고 있다) 불빛 하나가 다가온다. 그리고 몇마디 낮게 지껄이고.. 퍽퍽 소리와 함께 옆에서 쓰러진다. (쓰러져야만 한다.)
옥상. 그 무서운 공간.
그래서일까? 나는 옥상만 가면 자꾸 빨리 내려가고 싶다. 대낮이라도 말이다.
기자, 대단하다는 생각 뿐. 그런데.. 사람이 어떻게 변하니?
이젠 정말 기자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군대야 그냥 거꾸로 매달리면 시간이나 가지. 기자들은 시간 가도 기자일 뿐...
그래서 그런걸까? 그래서 '기자실'에 집착하고, 기자의 특권을 뺏으려는 노무현 정부에 그렇게 저항했던 것일까? 알 수가 없다. 군대가 사람을 변하게 하듯이, 기자의 그런 분위기가 그들을 변하게 한 것일까?
그나저나, 꼭 그렇게 '사람을 극한까지 몰고가며 짐승처럼 대하는 식'의 훈련을 거쳐야만 기자가 되는 것일까? 혹시 그냥 '나도 그랬으니까, 너도 해야 해'라는 단순한 그런 되물림은 아닐까? (비슷하게 의사들이 그렇게 잠도 못자면서 환자를 돌봐야 하는 것도 우려가 간다. 그들이 피곤에 절어서 환자를 대하면, 환자에 대한 위험도 커지니까. 그러고보니 의사들의 수련과정도 군대와 닮았다.)
나도 블로거 활동 덕분에 기자라는 직함을 가지게 되었지만, 아직도 어색한 호칭이다. 그런데, 스포트라이트를 보고나니 나는 "그런 기자님"은 못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군대적 시스템은 내가 다시는 견디지 못할 것 같다. 아.. 민방위 통지서 나왔던데.. ^^
미디어 한글로
2008.5.24
media.hangu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