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정장에선 사진촬영 금지에요!
경정 막무가내 체험기
경정 막무가내 체험기
무작정 들어간 경정장
뜻밖의 일이었다. 다른 블로거 한 분과 미사리에 다녀오다가 그냥 무심코 지나치던 그곳에 '한 번 들어가서 사진이나 찍고 오자'는 객기를 부린 탓이었다. 나도 경마장이나 경륜장에 가본적이 없기에, 호기심도 생기고 시원한 모터보트 사진을 찍어가면 블로그에 올리기 좋을 것 같아서 흔쾌히 동행을 했다.
미사리 경정장은 수요일과 목요일에만 연다는 기초적인 상식도 몰랐고, 솔직히 어떤 방법으로 경주를 하는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경정이 그냥 '배로 경주를 하는 경기다'라는 것만 알고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그러니 입장료 400원을 내고도 어떻게 들어가는지도 헤매는 것은 당연했다. 들어가는 길에 안내원이 경기장 사진촬영은 안된다고 해서 내심 실망했다. 이거야 원... 그래도 경기장면만 아니면 그냥 건물하고 전광판이라도 찍으면 되겠거니... 이런 생각으로 들어갔다.
구경을 하다가.. 덜컥.. 잡혀가다
그래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경주 장면도 얼핏보고, 안에 들어가서 쉴새없이 바뀌는 여러가지 전광판이며, 경주 규칙 등을 보고 있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신기한 장면에 셔터를 몇 번 눌렀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덜컥! 영화에서처럼 양복입은 분이 다가와서 우리를 민원실로 안내했다. 나는 아직 호주머니에서 작은 카메라를 꺼내기 전이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이미 가슴에 커다란 카메라를 든 일행은 일치감치 잡혀가고(?) 있었다.
다행히 별 문제없이 사진을 삭제하는 선에서 끝났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찍힌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그렇긴하다. 스포츠의 성격을 띄고 있지만, 사람들은 도박장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니.. 누가 사진찍히기를 원할까? 물론, 블로거로서, 동의를 받지 않은 사람의 사진은 절대 내보내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소용이 없을 듯 싶었다. 괜히 문제를 일으키기 싫었다.(사실은 무서웠다.. -.-;)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사진촬영 금지 표시는 없더라. 곳곳에 사람만 세워두지 마시고, 좀 그런것도 써 놓으시면, 안찍을텐데... 좀 아쉽긴 했다. 어쨌든, 카메라 들고서 경정장 들어갈 생각은 하지 마시라!
경기규칙이 담긴 팜플렛을 집어 들고, 무료로 나누어주는 팜플렛 하나를 가지고, 배들이 가장 잘 보이는 높은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둘이서 가상으로 우승배를 점쳐보았다. 앞에는 삼엄하게 경비를 보시는 분들이 곳곳에 보였다. 좀 으스스한 기분은 들었지만, 죄지은 것이 없는데 뭘.. (그래도 그런데 가면 괜히 어깨가 움츠려 지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출발부터 예상 밖이었다. 준비땅.. 해서 나가는 것이 아니고 선회를 하다가 일정 시간, 일정 지점에서 출발을 하는 방식인데, 세바퀴는 금방 지나갔다. 앗싸! 내 배는 뒤집혔다.... -.-
돈을 걸어보다
경주와 경주사이의 시간은 꽤 길었다. 그래서 또 안을 기웃거리다가, 돈을 한 번 걸어보기로 했다.그리고 다음 경기를 접하니... 숨막혔다. 아.. 이런 기분에 경마장을 가고 경륜장을 가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과는 소 뒷걸음질치다가 우승배 1,2위를 맞췄다. 물론 아무런 과학적인 접근 없이, 안내지 보고 찍은 것이었다. (솔직히 지금 하는 경기에 누가 나오는지도 헷갈렸다.) 건 돈의 4배를 얻었지만, 두 게임을 걸어서 결국은 건 돈만큼 되돌려 받은 셈이 되었다. (그리 큰 금액은 아니다.)
▲ 다른 사람의 배팅표. 500원씩 걸었으니, 스포츠를 즐기는 건전한 관객인 셈
(버린 것으로 보아 못맞춘 것이 확실하다)
스포츠와 도박의 차이는?(버린 것으로 보아 못맞춘 것이 확실하다)
나는 다행히 본전을 넘게 건졌지만, 돈을 잃은 사람들은 상당히 실망했을 것이다. 위에서 보는 것처럼 한 경기에 500원 정도씩만 걸고서 "쪼이는 맛"을 본다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많은 돈을 거는 사람들은 희비가 엇갈렸으리라.
그래서일까? 사람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긴 했다. 1억이 넘는 돈이 한 경기에 걸리고 있었고, 출발이 가까워오자 배팅이 더 다급해지는 것이 보였다. 재미로 거는 사람보다 '업으로' 거는 사람이 더 많아 보였다.
스포츠와 도박의 차이는 무엇일까? 과연 그 금액의 차이는 있을까? 천원? 만원? 십만원? 이런 복잡한 생각을 하면서, 다시 길을 나섰다. 사진찍다가 걸려서 또 곤혹을 치룰까봐, 간신히 차속에서 몇 컷 건졌다. (정말 소심한 블로거다.)
맑은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1인승 모터보트들. 말의 이름대신에 '몇번 엔진이 오늘은 성능이 좋은데, 어느 선수가 차지했네요..'라는 식의 낯섬. 숨막히게 순위가 바뀌어서 누가 누군지 알기도 어려운 접전... 머리속에서는 단 두 번 본 경정 경기의 모습이 스쳐갔다.
상가집에 가서도 고스톱판이나 포커판에서 돈이 오가는 것을 극도로 무서워하는 나로서는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스포츠와 도박...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같지만, 어쨌든 확실한 것... 경정장에서는 카메라 들이대지 말라!
미디어 한글로
2008.3.24
media.hangulo.net
* 이 글에는 경정을 비난하거나 혹은 반대로 추켜세우려는 의도가 전혀 담겨있지 않습니다. 만약, 그렇게 느끼셨다면, 제가 글 재주가 없어서 그런 것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