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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헛발질 하기

나경원 대변인님, 뗑깡이라뇨?


나경원 대변인님, 뗑깡이라뇨?
뗑깡은 '간질, 지랄병'이란 일본말 찌꺼기. "생떼"로 고쳐주세요


대변인 입에서 "뗑깡"이란 단어가 나오다니!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실린 나경원 대변인의 논평을 잠깐 보자.

  퇴임이 한 달도 남지 않은 대통령이 차기 정부가 할 일에 대해 시비를 걸며 이토록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것은 어린아이가 땡깡쓰는 꼴이다. 노대통령은 갖가지 이유를 들어가면서 신당의원들에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라고 했는데 이것은 선동가의 모습과도 같다.

http://hannara.or.kr/hannara2/hparty/hparty_news_briefView.jsp?no=42636
2008.1.28 나경원 대변인 논평 중에서


우리말 순화에 앞장서야 할 차기 여당 대변인의 입에서 "땡깡"이란 단어가 나왔다. 그냥 듣기에도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 이 단어의 뜻은 무엇일까?

흔히 "뗑깡"으로도 많이 쓰는 이 단어의 정체는....

국립국어원의 설명에 따르면
- 김민수 편 <우리말 어원 사전>에 의하면 ‘뗑깡’은 ‘간질, 지랄병’을 일컫는 일본어 ‘癲癎’[tenkan]에서 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저희 연구원에서는 일본에서 온 말인 '뗑깡'은 '생떼'로 순화해서 쓰도록 정한 바 있습니다.

*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묻고답하기] 중에서 www.korean.go.kr

뗑깡이란 말은 상당히 무시무시한 말이다. 아이가 아무리 생떼를 쓴다고 해서 "지랄하네"라고 하는 심한 말이다. 물론 쓰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이런 무시무시한 단어를 "아이"에게 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아래 기사를 읽어보면 더욱 그렇다.
 
"어른들이 어린 아이가 투정을 부리고 말을 듣지 않을 때 흔히 쓰는 단어인 ‘뗑깡(癲癎·전간)’은 사전적 의미로 간질병이다. 일제 강점기에 고등계 형사들이 독립운동가를 고문하면서 쓴 단어로 현재 일본단체에서도 사용을 금기시하고 있다. " 라고 하고 있다.
 
기사링크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89&aid=0000120312  [대전일보] 2007.10.12


이 뜻까지 알고 나서도 "뗑깡"이란 단어를 쓰는 "생떼"를 부려서는 안되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뗑깡"은 "간질, 지랄병"이란 뜻의 무시무시한 일본말이다. "쌩떼"로 순화해서 사용해야 한다


이 뜻에 따라서 나경원 대변인의 말을 다시 쓰면 이렇다.

 퇴임이 한 달도 남지 않은 대통령이 차기 정부가 할 일에 대해 시비를 걸며 이토록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것은 어린아이가 어린아이가 지랄하는 꼴이다.

이건 들어도 좀 끔찍하다. 물론, 이런 뜻으로 쓴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러한 "순화해야 할 말"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마치 대변인 논평을 하면서 "쇼부"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처럼 말이다.


뉴스에서는 "뗑깡 = 응석의 일본말" 이라고 잘못 번역해줘

그런데, 이상하게 이 말을 인용한 기사에서는 묘하게 해석을 해주고 있었다.

신.구 권력 `정부조직법' 충돌(종합) [연합뉴스] 2008.1.28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도 "퇴임이 한 달도 남지 않은 대통령이 차기 정부가 할 일에 대해 시비를 걸며 이토록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것은 어린아이가 `뗑깡'(응석의 일본말) 쓰는 꼴"이라며 "갖가지 이유를 들어 신당 의원들에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라고 했는데 이는 선동가의 모습과 같다"고 비난했다.

http://news.media.daum.net/politics/administration/200801/28/yonhap/v19780887.html 중에서

"뗑깡 = 응석"이라고 해주고 있다. 정말 그럴까?

일본어 사전에서 "응석"을 찾아보았다.


あまえること;あまえ;だだ

[다음사전] http://jpdic.daum.net/dicjp/search_detail_korjp.do?q=%C0%C0%A2%B0%BC%AE&idx_id=69248&dictype=2

내 짧은 일본어 실력에도 "뗑깡"이라고 발음할만한 단어는 보이지 않는다.

뗑깡은 '응석'이나 '생떼'를 뜻하려고 쓴 말이지만, "응석의 일본말"이 아니라 "간질, 지랄병"이란 뜻의 일본말이다. 그리고 이 말은 "생떼"로 순화해서 사용해야 하는 말이다.

연합뉴스도 틀렸다는 말이다.


즉시 수정을 바란다

이런 지적을 가지고 "괜한 트집 잡기"라든지 "논점과 상관없는 지적"이라고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후임 대통령의 대변인 물망에 오르락 내리락 하는 분의 논평에 "일본어 잔재"가, 그것도 아주 심한 단어로 들어 있는 것은 옳지 못하다. 또한, 사람들이 "뗑깡=응석의 일본말"이라고 잘못 알고 사용할 수도 있기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나경원 대변인의 "뗑깡"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마 일상적으로 잘못 사용하시는 것 같다.

이와 관련,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더 이상 억지 논리로 몽니를 부려봤자 국민들만 피곤하다”면서 “대통령은 그만 족한 줄 알고 말을 돌려야 한다. 아이가 ‘뗑깡’부리면 엄마가 처음 한두 번은 얼러보지만 나중에 마음대로 하라고 내버려둔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말했다.

http://www.dailian.co.kr/news/n_view.html?id=63766 [데일리안] 2007.4.13
한 "노대통령, 장난감 사달라 떼쓰는 아이"  중에서 발췌


고운말 쓰시라고는 못하겠다. 대변인의 자리는 독설도 내뿜어야 하니까. 하지만 "바른말"은 꼭 사용해 주시라.

하루빨리 홈페이지의 표기만이라도 고치길 기대해본다.

* 혹시나 해서 덧붙이는데, 나는 아직도 띄어쓰기와 맞춤법에 자신이 없다. 공부하는 중이니 가르침 부탁드린다.

미디어 한글로
2008.1.29.
media.hangu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