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아동 민원에 대한 답변, 어떻게 변해왔나?
실종아동에 대한 민원에 대응하는 그들의 자세
나는 이미 일련의 글들을 통해서 실종아동에 대한 민원을 보건복지부에 넣어왔다. 그 중에는 채택된 것도 있고, 전혀 무시당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들어서 "무시당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한, 한가지 문제에 대해서 답변이 오락가락 하는 것도 많으므로 한 번 이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어느날, "딴 데가서 물어봐"
보건복지부에서 위탁 운영하는 "실종아동전문기관"은 한국복지재단이라는 유명한 재단에서 관리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위탁운영"이라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마땅히 직접 운영해야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다른 단체나 기관"에 대신 운영을 맡기는 것이 위탁 운영이다. 실제로 수많은 복지관련 시설들이 이런식으로 위탁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어린이집, 구립 복지관 등등...)
그런데, 위탁 운영을 맡기고나면, 보건복지부는 손을 놓는 것일까? 절대 아니다. 우리가 회사에서 어떤일을 '외주'로 주고 나서 손을 놓는가? 아니다. 어떻게 일이 진행되는지, 내가 준 돈을 제대로 쓰는지 하나하나 캐묻고 보고받는다. 매주 보고 받기도 하고, 수시로 보고 받고, 매월 보고서를 남겨서 근거로 삼는다.
또한, 어떤 외부적 문제 (민원)가 들어오면, 직접 위탁운영기관에 문의해서 국민들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다. 국민들은 위탁 운영기관에 직접 민원을 넣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인터넷에는 공식적인 창구가 없다. 기껏해야 자유게시판이 있는데, 여기는 말 그대로 '대답해줘도 그만, 안해줘도 그만'이다. (실제로 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위탁운영기관의 자유게시판에 오랜기간 방치되어 있었고, 많은 불평불만(?)을 쏟은 이후에 간단한 답변을 들었을 뿐이다.)
또한, 많은 국가기관의 홈페이지를 일일이 찾아서 민원창구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참여마당 신문고 (http://www.epeople.go.kr)" 라는 중앙 집중식 "전자 민원창구"다.
나는 그래서 위탁 운영을 맡긴 국가기관인 보건복지부에 질의를 하고, 보건복지부 담당 공무원이 직접 그 문제를 위탁 운영기관에서 답을 받아줄 것을 요구했고, 몇 달 동안은 별 문제없이 답을 얻어냈다. (직접 전화도 오곤 했다)
그런데, 나의 집요한(?) 혹은 지루한 반복되는 민원에 대해서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대답을 내놓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직접 가서 물어봐"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대답은 얼마전 수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신 "실종아동 사이트의 액티브 X 없애기 민원넣기 운동"의 모든 민원인이 그대로 받은 "모범답변"이었다.(참여해주신 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하다. 하지만, 우리의 민원은 계속되어야 한다!) 답변이 정말 빠르다고 느꼈는데, 내용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관련 블로거뉴스 기사 : 참여마당 신문고의 무성의한 답변 komawa님 [2007.7.23])
하지만, 이미 말했듯이, 실종아동 기관에는 공식적인 민원창구가 없을뿐더러, 대답은 늦고 물어본 것에 대한 정확한 답변이 오지 않는다. 우린 어디에 물어보란 말인가?
나는 왜 보건복지부에 물어보는가?
보건복지부가 주무관청이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건물을 지으라고 A라는 회사에 맡겼다고 하자. A라는 회사는 B라는 회사에 하청을 준다. 그런데, 나중에 건물에 문제가 생겼다. 그러면 우리는 어느 회사를 추궁해야 하나? A라는 회사다. B는 나와 직접 관련도 없거니와, B의 잘못에 대한 책임은 모두 A가 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위탁운영을 결정하는 과정은 아주 엄격하다. 공고를 내고, 몇개의 기관에서 신청을 받고 그것을 엄격한 기준에 심사한다. 한 번 위탁운영을 맡기면 영원히 가는 것이 아니고, 일정기간에 한 번씩 "위탁운영평가"를 해서 위탁 운영을 계속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때 상당히 많은 분야에 대한 점검이 실시된다.
이미 말했듯이, 매달, 매주, 수시로 위탁 운영기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 보고 받으며, 현안에 대해서는 정말 자주 보건복지부와 상의한다.
나도 보건복지부 위탁 운영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난 게시판에 답변을 안하면 월간보고시에 문책을 당하므로, 100% 무조건 신속한 답변을 원칙으로 삼는다. 매달 답변율이 보고됨은 물론이고, 보건복지부의 담당 공무원도 모니터링한다.
굳이 이 사실을 밝히는 이유는.. ."니가 뭘 안다고 그래?"라는 핀잔이 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기준으로는 현재 보건복지부나 실종아동 기관의 답변 태도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또한, 위탁운영기관이 가장 무서워 하는 것은 국민이 아니다. www.missingchild.or.kr 의 자유게시판에 가보면 안다. 수많은 질문과 핀잔에도 어떠한 답변도 주지 않는다. (몇개의 답변은 내 질문에만 한정하여 주고 있다. 나는 워낙 시끄러우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소리에는 댓글을 남기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위탁운영기관은 자신에게 위탁을 준 기관을 가장 무서워한다.
한마디로, 나는 엄한 할아버지에게 "나쁜 짓을 한 친구"를 고자질하는 것을 택한 것이다. 비록, 비겁하지만, 내가 그 친구에게 대항할 힘이 없을 때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제 그 할아버지가... "네가 해결해라"고 하신다. 아, 어쩔까?
액티브 X 문제에 대한 다양한 답변 - 보건복지부의 경우
내가 실종아동의 글을 쓰기 시작할 때에 가장 먼저 잡은 주제가 액티브 엑스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태까지 꾸준히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어왔다. 그런데, 최근 며칠간에도 아래와 같이 답변이 조금씩 달랐다.
참여마당 신문고 이외에도 창구는 아직 많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http://www.mohw.go.kr/)의 장관과의 대화란에 민원을 넣어봤다. (물론, 어차피 같은 담당자가 답변을 한다)
조금은 적극적인 검토다. 같은 분인데도 같은 내용에 따라서 아까는 직접 물어보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검토하겠다고 한다. 솔직히, 나도 언제나 "대답하기 곤란한 내용"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는 민원 답변을 정답으로 삼는다. 검토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다. 나도 그렇지만, 이게 공무원들의 일반적인 민원 태도다. (나도 그럴때마다 상당히 찔리곤 한다)
또한, 앞서 말한 "참여마당신문고"에는 "국민 제안"이란 제도도 있다. 내가 낸 제안이 채택되어 복지부의 시스템에 실종아동 배너가 걸리기도 했다. 그래서, 액티브 엑스 문제를 제안으로 처리해 달라고 넣어 보았다.
역시!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율적으로 분명하고 명백하게 잘못 운영하고 있는데도 그대로 놓아둔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종아동 전문기관이다. 올해 예산은 약 8억이고, 내년부터는 몇 배의 예산이 투입된다. (신규사업이 많이 늘어나기 때문) 막대한 예산을 헛되게 쓰는 것이 보이는데,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그냥 눈뜨고 쳐다만 볼 것인가?
액티브 X 문제에 대한 다양한 답변 - 실종아동 전문기관의 경우
2006년, 어떤 사용자에 대한 공식 답변은 아래와 같다.
제목 미아를 찾기위해서는 엑티브엑스를 설치해야합니까?
안녕하세요? 한국복지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입니다.
또한, 지속적인 나의 캠페인으로 인해 압박을 받자, 아래와 같은 공지문을 올린다. (2007.6.4)
ActiveX 설치에 대하여
실종아동 찾기에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종아동전문기관에서는 실종아동 및 장애인의 실종신고접수 자료를 경찰청과 공유하고 있으며, 또한 전국 시설보호 아동 및 장애인 중 보호자가 확인되지 아니한 대상의 신상카드를 접수받아 DB화하여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실종아동등의 관련 정보의 보호조치 및 공개,열람에 대한 내용은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05. 12. 1시행) 시행령 제4조제1항 규정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전문기관의 장은 법 제8조의 규정에 의하여 신상카드를 활용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운영함에 있어서 정보 또는 자료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정보복구 체계의 구축 및 외부침입 방지장치의 설치 등 정보 또는 자료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기관에서는 내부 주전산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으며 내부전산 프로그램의 데이터를 웹 인터페이스 통해 홈페이지에 구현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구현하는 개발Tool 자체로서 보안등의 사유로 ActiveX 프로그램을 첫 방문 시에 설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들께서 다소 불편함이 있으시더라도 홈페이지 첫 방문시에만 ActiveX를 설치해 주시면 이후로는 모든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으므로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들의 넓은 이해 부탁드리며, 실종아동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며칠전 내가 쓴 글 "실종아동 사이트에서 액티브 X 없애야 하는 이유" 이후 재차 답변을 요구하자 아래와 같이 답변하였다. (2007.7.26)
저희 기관에서 ActiveX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자료와 신상정보 등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서 취한 조치입니다(게시판 'ActiveX 설치에 대해' 참조).
그러나 여러분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제거를 건의함에 따라 저희 기관에서도 이 관계 전문가들과 상의 중에 있습니다.
향후 제거후 문제점을 보완하고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을 고려하여 제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업의 근본취지를 이해해 주시면서 빠른시일 내에 ActiveX 제거를 할 계획이오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2007년 5월 18일 어느 사용자에 대한 답변
안녕하세요? 실종아동전문기관입니다.
게시판에 올려주신 내용을 잘 읽어보았습니다.
먼저 홈페이지 이용에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또한 저희 실종아동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귀중한 의견 주신 점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실종아동의 사진을 보다 많은 분들이 보시고 제보를 해주시는 것은 참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실종아동의 사진이 올바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선의의 목적으로 실종아동의 사진을 보시고, 다운받으시려는 분들이 대부분인 줄로 알지만, 영리목적 혹은 기타 불의한 목적으로 실종아동의 사진을 다운받았던 사례가 있었던 바, 저희 기관에서는 이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고 실종아동의 자료를 안전하게 보호하여 실종아동과 실종아동 가족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액티브X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열람하며, 기관에 등록한 후 자료를 제공받도록 한 것입니다.
다만 기술적으로 저희 기관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어 이용에 불편을 드린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말씀해 주신 내용을 토대로 하여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실종아동을 신속히 찾기 위하여 액티브X 사용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을 논의하고 있사오니 이 점 깊이 양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래는 2007년 4월 24일 내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안녕하세요? 실종아동전문기관입니다.
게시판에 올려주신 내용을 잘 읽어보았습니다.
앞서 답변해 드린 바와 같이, 저희 기관의 운영원칙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을 드렸다고 봅니다.
또한 지적해 주신 사항 중 수정가능한 부분에 관해서는 저희 기관에서도 충분히 검토하여 수정하고자 하며,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홈페이지 뿐만 아니라 기본DB 전산프로그램을 모두 수정,신규개발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예산상 측면과 기술적 측면, 인력적 측면을 모두 검토를 하는 입장입니다.
진행사항에 관해서 부족함이 있더라도 양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리며, 또한 님께서 직접 저희 기관을 방문하셔서 귀중한 의견을 제시해 주신다면, 저희로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희 기관에서는 한분한분의 귀중한 의견에 언제라도 귀를 기울이고, 또한 궁금하시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보완하고 설명드리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위의 주장은 거짓이다. 홈페이지만 수정이 가능하며, 예산상 그렇게 큰 돈이 들지는 않는다. (나도 보건복지부 산하 웹사이트를 기획하는 사람임을 다시 밝힌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2006.3.7 불편하더라도 액티브 X 설치 바람
2007.4.24 . 기술적, 인력적 측면 검토하겠음. 직접 방문해서 의견 제시 바람
2007.5.18 액티브 X의 효과적인 방법 논의중
2007.6.4 액티브 X를 설치해주기 바람
2007.7.26 관계기관과 상의중. 제거후 문제점 최소화를 위해 상의중. Active - X 빠른 시일내 제거 예정
엎치락 뒤치락... 논의 하겠다. 고려하겠다. 토론하겠다... 이것은 나도 답변을 두리뭉실하기 위한 단어들로 애용하고 있음은 이미 밝힌 바 있다. 나도 이런 단어를 쓰면서 참 한심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당사자가 되고나니... 나의 말이 얼마나 무책임했나를 깨달았다.
나도 속 시원히 해준다고 말하지 못하는 담당자의 고통을 잘 안다. 나도 똑같은 입장이지만 어떻겠는가? 하지만, 내가 계속해서 이렇게 떠드는 이유는... 이건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 때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제 "빠른 시일"이 정말 빠른 시일이 될지에 대해서 꾸준히 지켜보겠다. 액티브 X는 실종아동 시스템의 아주 단순한 부분중의 하나다. ("발생일자"를 "실종일자"로 바꾸는 것처럼 단순한 발상의 전환 차원일 뿐이다.) 이게 바뀐다고 나의 외침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번만 입막음 하려고 해서도 안된다.
한글로라는 목소리 큰 블로거가 잠시 주춤하면, 어디서 다른 분이 분명히 문제를 삼을 것이다. 왜냐하면, 실종아동, 실종자를 찾는 것은 몇몇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 외침
한글로.2007.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