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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치를 잘 모르지만

과학고가 어떻게 입시명문으로 전락(혹은 승격)했는가? - 이명박 후보의 교육 정책을 비판하며

과학고가 어떻게 입시명문으로 전락(혹은 승격)했는가?
이명박 후보의 교육 정책을 비판하며


자율형 사립고 100개를 만든다고?

이명박 대통령(이 된것이나 다름없는) 후보의 교육 정책이 발표되었다. 역시, 한나라당의 기본 방침 - 과거로의 회귀 -이 너무나 제대로 드러나서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어차피 부자들(만)이 잘사는 세상이 목표였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리고 내세운 교육정책은 역시, 부자들이 공부도 잘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인데도, 겉으로는 "가난의 대물림"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어딘가 잘못된 것 같다.

나는 딱 하나, 자율형 사립고에 대해서, 아니 그냥 쉽게 특목고라고 하자. (두개가 다르다고 주장하겠지만... 솔직히.. 같은 목표로 갈것임을 이 글에서 밝히겠다)

논점은 이것이다.

이명박후보 블로그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385367 에서

그리고 자율형 사립고 100개를 만들겠습니다.
외국에서 종교재단이 운영하는 사립학교처럼 자율형 사립고는 재단의 건학이념에 따라 다양한 인재를 키우는 새로운 학교 모델입니다

또한 ‘고교 특색 살리기 플랜’을 통해 모든 고등학교가 저마다 특색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학교운영비의 10%를 추가로 지원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맞춤형 장학제도를 마련하겠습니다.
돈이 없어 원하는 학교에 못 가는 학생을 단 한 명도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학생의 가정형편에 따라 납입금, 기숙사비 등을 장학금으로 지원하겠습니다.



과학고 변질의 역사 - 자율형 사립고든 특목고이든 모두 서울대 목표의  입시기관이 되어버린다.

이후보의 정책은 "대학을 자꾸 못살게 굴지 말고, 모두 자기 맘대로 하게 풀어주고, 비싸고 좋은 고등학교를 만들어서 우수한 학생을 공급하면 된다"는 것으로 쉽게 풀이할 수 있다.

어떻게 들어보면, 3불정책(본고사 금지, 기여입학 금지, 고교등급제 금지)이란 무시무시한 억압의 굴레에서 대학들이 허덕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과연 그런가?

과학고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1989년 서울 과학고가 생기기 이전에는 보통 과학고는 과기대로 가는 코스였고, 중학교에서도 별로 알려져 있지도 않았던 진학코스였다. 왜냐하면, 서울에 없었고, 교육의 목표가 서울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서울에 과학고가 생긴다고 하면서, 약간 바람이 불었다. 입시 첫해인 1999년에는 180명 모집에 약 10:1 정도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모여들었다. 중학교 성적 제한 등의 여러 제한이 있었음에도 많은 인원이 모여든 것이다.

서울 과학고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서부터 특목고의 입시기관화가 되기 때문이다.

첫해(1999년)에는 그래도 가운을 입고 실험을 하는 시간도 길었고, 교과서를 제쳐두고 토론식 수업도 많이 했다. 선생님들도 의욕이 넘쳤고, 학생들도 주입식 교육이 아닌 새로운 교육방식에 당황하면서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불의의 사태로 인해서 교장선생님이 1년만에 바뀌고, 대거 입시 전문가(?)로 불리는 우수한 선생님들이 투입된 둘째해부터, 좀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2학년 1학기까지 정규과목을 모두 마치는 것은 원래부터의 목표였다고 치더라도, 이상하게 교과서는 점점 사라지고 성문종합영어와 실력수학정석이 교과서 자리를 차지했다. (이것도 그냥 보통 현상이라고 치자)

그리고, 2학년 2학기부터는 오로지.. 입시학원의 문제집을 푸는 것으로 수업을 대신했다. 무려 1년 넘게 종로학원과 대성학원의 입시 문제집, 그리고 일본의 교재에서 베낀 어려운 문제들이 수업의 대부분이었다. 모든 수업체제는 입시위주, 즉 "이건 시험에 나온다"는 식으로 바뀌었고, 토론수업이나 과학실험은 사라졌다. 그냥 입시기관, 즉 학원으로 승격(혹은 전락)한 셈이다.

아, 외부에서 취재온다고 하면 깊숙히 숨겨두었던 가운을 입고 사진촬영에 임했던... 그런 현실이었다. (지금은 물론 많이 달라졌고, 정상적인 전인교육을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초기에 그랬다고 알고 있다는 뜻이다)

원래 대부분이 과기대로 진학하던 기존의 시스템과 달리, 120여명은 일반대 진학을 선택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목표는 서울대였다. 학교 수업시간에 서울대 원서를 다 나눠주고서 선생님의 지도아래에 일목요연하게 원서를 작성하는 아름다운 모습! 이게 바로 과학고 돌풍의 시초였다.

그래. 결국, 그렇게 단련된 용사들은 서울대에 대거 입학했고, 몇년이 지나지 않아서, 서울대 지원자 전원 합격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이 달성되었다.

사람들은 "과학고=서울대 입학"이라는 공식을 가지고 열광했고, 그렇게 10여년이 더 지난 오늘, 과학고를 가기위한 초등생 과외까지 나올정도가 되었다.

(추가로 말하자면, 초기에는 "비교내신"이라고 해서 비교내신 평가를 실시해서 과학고 학생들에게 내신을 따로 매겨주는 파격적인 제도도 있었다. 덕분에 내신 등급을 손쉽게 1등급으로 받을 수 있었지만, 추후에 이 제도가 사라지면서 갖가지 문제가 생겨났다.)

모든 것은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최고의 선"이라는 세태에 교육이 물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떻게 잘 아냐고? 그건 비밀로 해두자. ^^

그래서, 과학고를 아무리 더 세워도 결국 "서울대"가 목표인 입시기관이 되어서,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왜냐? 그건 학부모들의 꿈이고, 학생들의 꿈이기 때문이다.

과학고의 성공(?)에 위기를 느낀 외국어고도 한층 박차를 가해서, 결국 서울대에 누가 많이 보내나가 특목고의 등급을 매길 정도가 되어버린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대학의 서열화가 그대로 있고, 그에 따라서 기업이 "대학 서열화"대로 공식,비공식 적으로 신입사원 채용에 내부 점수를 주고 있는 이상... 자율형 사립고를 100개 만들겠다는 것은 결국...

"입시에 미쳐 날뛰는 (무지무지 학비가 비싼) 고등학교 100개를 더 만들겠다" 는 것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종교재단의 건학이념? 사학법을 통과시키면 무조건 학교 문을 닫겠다던 그 건학이념 말인가? 학생들은 안중에 없던 그런 건학이념? 자신들의 신에게 기도 안한다고 퇴학시키던 그런 건학이념? 농담도 잘하십니다~

또한 건학이념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대학 못보내는 학교라고 찍히는 순간... 그 학교엔 지원자가 없게 된다. 안그래도 자립형 사립고는 학생을 다 채워서 돈을 벌어야 운영이 가능한 학교인데, 지원자가 없도록 "전인교육과 인성교육"을 강조하면서 공부시킬까? 개그콘서트 시청률 떨어지는 소리같다.

즉, 자립형 사립고고 뭐고, 이런 특수학교들을 많이 만들면 만들수록, 그곳에 들어가기 위한 여러가지 학원들이 많이 생길 것이고 (100개가 많은 것 같지만, 지역 안배 하면.. 글쎄..) 돈없는 아이들의 서러움은 더욱 커질것이다. 장학금 제도를 많이 늘린다고 하지만, 그 혜택을 못받는 사람도 많다. 요즘에도 대학 입학금 못구해서 학교를 포기하거나 하는 경우는 많으니까.


특목고, 자율형 사립고 늘린다고 공고육이 정상화 되나?

현재의 특목고 열풍이 그 개수가 적어서라고 분석했다면, 조금 이상한 분석인 듯 하다. 100개 늘려서 해결될 문제는 아닌 듯 하다. 그러느니, 모든 고등학교를 특목고화 하는 것이 더 낫지않나? 그게 무슨소리냐고? 몇개의 특별한 학교 만들지 말고, 정말 원한다면, 모든 학교를 특목고로 만들라는 소리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인, "대학 서열화"를 해결해야 한다. 실력있는 사람이 실력있는 대학을 나와서 실력으로 좋은 곳에 취직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현재는 "실력있는 대학의 아무 과"나 나와도 그냥 인정하고 "지방 대학의 최고 우등생"을 문전박대하는 현실이 아니던가?

즉, 어느대 무슨과에서 몇등을 했는가보다 그냥 "어느대 출신"을 더 높게 쳐주는 것. 이것이 문제다. 꼴찌학교에서 1등한게 무슨 대수냐고? 내 경험에 의하면, 꼴찌학교의 1등이, 최고 학교의 꼴등보다 훨씬 수준이 높다. 아니, 성취욕부터 시작해서 모든 면에서 더 낫다. (이걸 대부분 모른다)

대학 서열화라는 고질적인 병폐를 없애기 위한 대책은 없고, 오히려 대학이 억압당하고 있다는 인식을 하면서 다 풀어주겠다는 식의 공약은, 좀 이상해도 많이 이상한 것 같다. (아마 사학법 투쟁 덕분이리라. 학교=사유재산이 아닌데도... 정부 보조금을 그렇게 많이 받는 사유재산은 들어본 적이 없다. 받은만큼은 공적인 재산 아닌가?)

현재 거의 대통령이나 다름없는 이명박 후보의 교육 정책 발표를 듣고, 나는.. 정말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 아, 이제 우리 아이들이 더욱 힘들어지겠구나.. 하는 그런 끔찍한 생각때문에 말이다. 제발, 마음을 조금 바꾸시길 빈다. 우리들의 미래를 위해서.


한글로. 2007.10.10.
http://media.hangul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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