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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헛발질 하기

정운찬 총리, 집에서 아바타 본 사건 뒷 이야기

정운찬 총리, 집에서 아바타 본 사건 뒷 이야기
총리실은 국민 무시, 총리 답변은 오락가락?


정운찬 총리, 집에서 아바타를 봤다고 실토하다


솔직히, 별거 아니다. 길거리에서 버젓이 불법 DVD를 팔아도 경찰이 단속조차 안하는 우리나라에서, 유명 영화의 불법 DVD를 구입한 것은 그리 엄청난 범죄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법치를 강조하는 정부에서 경찰 시켜서 다 잡아들였겠지) 다만, 그걸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나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다면 문제가 된다.

트위터에 따르면, 정운찬 총리는 대정부 질문의 답변 도중에 "집에서 아바타를 봤다"는 식의 답변을 했다고 전해졌다. 물론, 트위터는 순식간이 이 소식을 전하면서, 다들 한마디씩 하게 했다. 내 생각은 이랬다. 총리정도 되시니까, 공관에 영화관 하나쯤은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곳에서 봤다면, 혈세 낭비한 것 이외에는 별다른 문제는 없다.


설마 봤다는 아바타가 "10분 아바타"는 아니겠지?



대형 마트의 모니터 코너에서 아바타를 보다

우연이었을까? 며칠전, 나는 대형 마트의 모니터 전시 코너에서 아바타를 봤다. 이상하다 싶어서 몇 분간 바라봤는데, 분명히 '아바타'가 맞았다. 아직 DVD 출시조차 안된 아바타가 이렇게 대형 마트에서 상영되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사진을 찍을까 했지만, 이상한 오해를 사기 싫어서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정총리의 헤프닝을 보고서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해당 대형 마트에 질문을 했다. 금방 전화가 와서 해명을 들을 수 있었다. (여러번 전화가 왔다.)

그리고, 국민신문고 (www.epeople.go.kr)를 통해서 국무총리실에 공식적으로 질문을 했다.


어이없는 총리실의 답변에 분개하다

이상했다. 이렇게 빨리 답을 준 적이 없었는데... 국무총리실의 답변은 아래와 같다.

[한글로 질문]
제목 : 국무총리께서 아바타를 집에서 봤다고 답변했습니다.

대정부 질문에서 그렇게 답하셨다는 소식입니다.

아바타를 집에서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보고싶은데,아직 DVD가 안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3D장비를 공관에 설치하신 것인지, 특별 상영을 외부에서 했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외부 특별상영을 했다면, 비용은 얼마가 들었는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국무총리실 답변]

국무총리실 사무차장 정무실 정보관리비서관
접수일 :2010.02.10 19:44:56  
처리일 :2010.02.10 19:44:57

안녕하십니까?
국무총리실을 방문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귀하께선 국무총리의 대정부 질문 답변에 대한 비평으로서,
관련 업무에 참고하도록 하겠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열린 자세로 여러분의 말씀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국무총리실이 되겠습니다.

귀하의 건승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어이가 없다. 이게 답변인가? 질문에 대한 답변이 뭐 이러나?

그렇다면, 집에서 봤다는 것을 내가 "꾸짖었으니" 관련업무에 참고하겠다는 뜻인가? 그럼 긍정인가?

무슨 답변이 이러나? 아무리 국민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그런데, 사실, 이 답변의 뒷이야기가 있다.


대형 마트와 닮았던 정총리의 처음 변명

다시 앞서의 대형마트에서는 "그러한 사실을 찾을 수 없었으나, 혹시 봤다면 예고편을 봤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트위터에서 국무총리실의 공식 답변을 받은 @psyjo님 (조시영 기자)의 기사를 보자.

[매일경제 ]2010.2.10.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0&no=73349

정총리, 영화 아바타로 구설수

"총리님 혹시 영화 아바타 보셨나요?"

"(희미하게)예…집에서 봤습니다."

(중략)

혹시 비공식 루트를 통해 DVD를 전달받았을 가능성에 대해 아바타 배급사인 20세기폭스코리아 관계자는 "극장상영 중인 영화라 (합법적으로는) 집에서 볼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김창영 총리실 공보실장은 "예고편을 집에서 봤다고 한다"며 "아바타를 알고 있다는 취지의 대답"이라고 해명했다.


마트의 대답과 똑같았다.

왜일까? 무엇보다도, "예고편이었다"고 해명하는 것이 가장 합법적이고 쉽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다른 신문에서는 좀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정운찬 총리, 아바타 불법 다운로더? [뉴시스] 2010.2.10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view.html?cateid=1020&newsid=20100210183806520&p=newsis
(일부발췌)
"TV 영화 정보 프로그램에서 대강 봤다는 뜻이다. 영상을 돌려보면 '네, 대강 집에서'라고 말한다. 속기록에도 그렇게 적혔다"고 강조했다.


"이건 본 것도 아니고 안 본것도 아니여!"

즉, TV 영화 정보 프로그램에서 아바타 소개 "예고편"을 봤다는 것으로 일단락지어진다.

어쨌든, 정운찬 총리의 말실수는 처음이 아니라서 별로 새로울 것도 없다.


'아바타' 말실수 정총리, 과연 어디까지? [아시아경제] 2010.2.10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0021019544512748 (일부발췌)
정 총리는 지난 1월에도 돌이킬 수 없는 말 실수를 한 바 있다. 그는 당시 고(故) 이용삼 민주당 의원 빈소를 찾아 "초선 의원인데 안타깝다"는 말로 유족을 위로했다. 이 의원은 사실 4선 의원이었다. 유족은 이 점을 지적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 총리의 실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독신으로 일생을 보낸 이 의원을 두고 "자제분들이 아주 어리실텐데 참 걱정"이라는 말을 유족에게 한 것. 유족은 "고인은 결혼을 안 하셔서 독신"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이렇게 명확한 답변이 있으면서도 "국민"의 질문에는 "관련업무에 참고하겠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가 아니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서였을까?

미디어 한글로
2010.2.11
http://media.hangu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