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개그프로 '하땅사' 보며 4대강 사업을 떠올린 이유
'개그야' 가고 '하땅사' 왔지만, 감동은 없어
그나마 재미를 느끼던 MBC '개그야'가 폐지되고, '하땅사'가 선보였다. '하늘도 웃고 땅도 웃고 사람도 웃는다'의 약자라고 한다.
하지만, 개그보다 MC들의 재담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는데다가, 자기들의 개그를 자기들이 보고 억지로 웃는 설정은 이미 MBC에서 실패한 모델이다.
거기다가 그나마 선보인 '배틀 개그'도 그다지 신선함은 보이지 않았다. SBS의 웃찾사와 MBC의 기존 개그맨들이 마치 '설날특집'으로 개그 대결을 펼치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늘 봐와서 알지만, 명절때 다른 프로에 나온 개그맨들의 개그는 질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냥 봐준다. 즐거운 명절이니까.
하지만, 명절도 아닌데, 느닷없는 이런 연출은 정말 즐기기 어려웠다. 어차피 개인적인 차이니까 그렇다고 해도, 거의 방송3사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챙겨보는 나로서는 정말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그 중에서 정말 기분나쁜 부분이 있었으니...
한국이 물부족 국가? - 4대강 홍보하는 듯한?
한국은 물부족 국가가 아니다. 물론,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은 전세계가 모두 가지고 있으니, 말할 필요조차 없다. 또한 물은 아껴야 한다.
하지만, 공공연하게 4대강 '죽이기'를 하는 이명박 정부는 틈만나면 "한국은 UN이 정한 물부족 국가"라고 거짓말을 한다.
아래 두개의 글을 읽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UN에서는 절대로 한국을 물부족 국가로 지정한 적이 없고, 미국의 한 민간기관이 별로 설득력 없는 근거로 그렇게 선정한 것 뿐이었다.
한국의 '물부족 국가' 진상과 네티즌 관심도는? [뉴스보이] 2009.3.20
http://newsboy.kr/news/articleView.html?idxno=5077
(일부발췌)
1990년, UN이 한국을 물 부족 국가로 지정했다? 이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미국 사설연구기관 PAI에서 조사된 자료로 UN의 산하기구가 각종 보고서에 인용했을 뿐 UN이 '대한민국은 물부족국가다'라 공식 발표를 한 바는 없다.
한국 정부도 오류를 인정했다. 2006년부터는 세계 물의 날을 맞아 펴오던 '물과 미래'에서 '한국은 물부족국가에 해당한다'란 표현을 삭제한 것.
그렇다면 PAI의 자료는 적절한 것일까. 실은 한강으로 흘러드는 물을 인구수로 나눈 단순수치라 국토면적, 인구밀도, 수질, 수도 보급률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우리나라 '물부족 국가' 아니다 [2009 국감] 아시아 경제 2009.10.5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view.html?cateid=1020&newsid=20091005100407224&p=akn
(일부발췌)
박 의원은 "UN은 단 한번도 한국을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하지 않았다"며 "미국의 민간연구기관인 국제인구행동연구소가 매우 단순한 방법으로 계산해 내린 결론을 정부가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283㎜로 세계 평균인 973㎜보다 높고, 세계 최고수준의 인구밀도를 가진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한 1인당 강수량도 세계 평균에 10%밖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2006년 당시 건설교통부가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을 수정할 때 국내 전문가들이 같이 참여해 검토한 결과, 우리나라는 수요량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물 부족국가라는 말을 쓰지 않기로 했었다"며 "상수도 시설가동률이 50% 남짓한데 물 부족 국가라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밝혔다.
왜 갑자기 물부족 국가 타령이냐고?
바로 정종철과 박준형이 한 개그의 시작에서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다' 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분수대 같은 곳에서 목욕을 한다든지, 목욕탕 물을 먹는다는지 하는 몸개그를 한다. 이러면, 다들 또 머리속에.. '아.. 우리나라는 물부족 국가구나..'라고 깊게 박힌다. 그리고 4대강 광고 한 번 보고나면 세뇌당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아마도 하늘도, 땅도, 사람도 웃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썩소를 날릴만 하다.
개그는 개그일 뿐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얼마전에 4대강 홍보 개그 영상을 찍은 '대화가 필요해' 팀은 얼마나 많은 비난을 받았던가? 4대강을 반대하는 사람을 '무식한 사람'으로 치부하는 말도 안되는 2분법적 논리의 개그가 우리를 얼마나 바보로 만들었나?
또한, 그렇게 이야기 해 놓고서, 벌칙은.. 그 아까운 물을 뿌리는 것이다. 앞뒤가 하나도 안맞지 않나?
물은 아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이유가 '현재 물부족 국가라서'가 아니다. 언제든지 물은 부족할 수 있으니, 아껴야 하고, 물 뿐만 아니라 모든 자원들을 아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아마 하땅사의 제작진은 4대강과 아무 상관없이 개그를 짰다고 항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일을 하든 '기본적인 사실'에서 출발해야 하는 의무를 다 못한 것 같다. 한국은 현재 물 부족 국가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으니 (이 부분도 현재로서는 그리 크지 않다고 하지만) 물을 아끼자고 했어야 한다. 아니, 물부족 국가라는 단어는 그냥 빼고 "물을 아낍시다" 라고 하면 되었을 것을!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지는 개그 프로였다.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다른 곳을 볼 것 같은 예감. 아까운 개그야만 포기한 것 같아서 아쉽다.
미디어 한글로
2009.10.12.
http://media.hangu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