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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헛발질 하기

박근혜씨에게 기대했던 나를 반성한다

박근혜씨에게 기대했던 나를 반성한다


미안하다. 착각했다.

잠시나마 착각에 빠졌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박근혜 덕분에 미디어법이 틀어질 줄은 몰랐다"고 하면서 일식 구경을 갔던 것이 정말 잘못이었다.

미실의 저주는 선덕여왕에게만 내린 것이 아니었다. 김형오 의장도, 박근혜씨도 그저 자기 방에 앉아서 대리인들을 내세워서 자신이 하고자 했던 일을 모두 해냈다. 그들에게 직접적인 화살은 날아가지 않으리라 생각했겠지만, 실제로 그들은 이미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독재시절에 말하지 않은 사람에게 기댄 실수

착각했다. 이미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퍼스트레이디 자격으로 있으면서도, 국내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 한 마디도 없었던 그 분에게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기댔던 내 자신이 실수라면 실수였다. 아예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더 확실했을런지도 모르겠다. 아.. 내가 무엇에 씌였던 모양이다.

연좌제가 아니다. 아버지가 잘못을 해서가 아니다. 지금 현재 진행형인 부분에 대해서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고, 자신의 방에서 조용히 사태를 지켜보며,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무언의 압력을 내린 것만으로도 박근혜씨는 분명히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아, 내가 왜 그랬을까?

박근혜씨가 미디어법을 막아줄 투사라고 왜 그런 착각을 했을까? 깜빡했다. 사람은 변하기 힘들다는 것. 그것도 보수의 혜택을 듬뿍 받고 있는 사람은 더더욱 변하기 힘들다는 것. 그것을 깜빡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단상을 점거하는 자에겐 불이익' 운운을 했다는 것을 굳게 믿은 민주당도 바보같았다. 바보들. 김형오 국회의장은 '단상을 점거하는 야당 의원에게 불이익'이라고 말한 것인데, 그걸 빼먹은 것이다. 민주당 바보다.

박근혜씨의 딴지도, 어차피 계산된 것이다. 자신을 따르는 '친박'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페인트 모션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박근혜'와 '김형오'의 페인트 모션에 모두 속았다.

우린 모두 바보다.

그리고, 출석체크에 응하는 더 바보같은 어느 당의 국회의원들과 정족수가 모잘라도 다시 표결하는 선례를 남긴 어떤 당의 국회 부의장보다 더 바보가 되었다.

앞으론 부결될 것 같은 의안에 대해서 이렇게 하면 된다

자유로운 투표를 당론으로 정해 놓고도 좀 불안한 의안에 대해서는 이렇게 하면 된다. 일단, 표결을 선언한다. 그리고 야당 의원들이 투표하는 꼴을 모두 본다. 이때, 여당 의원은 가만히 있는다. 그리고선 여당 표가 적당히 과반을 넘을 듯 하면, 모두 투표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를 나누어서 조금씩 투표하다가 어느 순간 멈춘다.

의장은 이때 "정족수가 안되었으므로 다시 표결하니, 찬성 안하면 죽인다"고 선언한다. 그러면, 살고 싶은 여당 의원들은 다시 투표한다. 당연히 가결...

아.. 대한민국...

이제 북한 괴뢰보다 못한 투표 시스템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느니, 우리가 배운대로, 찬성 안하면 바로 뒤에서 총살한다는 북한 괴뢰정권이 더 민주적이겠다. 거참...

한심하다. 창피하다. 그리고, 분노한다. 화가 난다.

국민을 무시하고, 국회를 무시하고.. 무엇보다도 "헌법을 무시하고" 국시를 뒤흔들며, 국가 정체성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이 정부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박근혜씨라면 이렇게 이야기 했겠지... "좌시하지 않겠다"..

하지만, 미안하다. 박근혜씨는 '좌시하고 그냥 앉아 있었다."

서글픈 하루다.

미디어 한글로
2009.7.23
http://media.hangu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