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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케이블 방송 끊고 살아보니..

케이블 방송 끊고 살아보니..

언제였을까? 케이블TV를 보게 된 것은..

정말 언제였을까? 까마득한 옛날 같이만 느껴진다. 으레 TV 리모콘을 잡으면, 한바퀴 쭉 돌려보는 것이 습관이 된 것은 또 언제일까? 이제 일곱살짜리 아이도 자기가 좋아하는 채널 번호를 다 외워서, 꾹꾹 누르고 있다.

영화를 보고 싶으면 OCN을 틀면 되었고, CSI와 CSI뉴욕, CSI마이애미를 아침 저녁으로 보고, 다시 '하우스' 시즌을 달리 해가면서 보고, NCIS의 옛시즌과 새 시즌의 차이를 느낄 때 쯤이면, 나는 하루 종일 케이블의 노예가 되어 있었다.

뉴스를 보고 싶으면 YTN이나 MBN을 틀면 언제든지 볼 수 있으니, 궁금할 것이 없었다.


▲ 이런 구식 텔레비전, 아니 '테레비' 이 때는 채널 3개면 행복했다


어느날, 케이블이 끊겼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어느날 갑자기 우리집엔 케이블이 끊겼다. 남은 채널은 KBS 1, 2와 MBC, EBS, SBS정도 뿐... 헉. 정말 견딜 수 있을까?

뉴스를 보고 싶으면 무조건 '정각'을 기다려야 한다. CSI가 보고 싶으면 일요일 늦은 밤을 기다려야 한다. 하우스를 보고 싶으면.. 더빙판으로 SBS를 찾아봐야 한다. 언제더라.. NCIS는.. 볼 수 없다. 뭐, 못보는 것을 세려면 한도 끝도 없다.

그렇게, 금단 증상이 나를 괴롭히던 며칠... 내 손은 자꾸만 자꾸만 케이블 회사에 전화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 번 참아보기로 했다. 정말 수십개의 채널 속에서 살던 사람이 단 다섯 개의 채널로 살 수 있을까?

케이블 없이 살아보니 바뀐 것들

그런데, 의외로 금단 증상은 짧았다. 금세 나는 적응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TV를 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볼만한 채널이 없다고 생각되면 과감히 TV를 껐다. 예전에는 괜히 OCN이나 YTN이라도 틀어놨었는데.. 아이도 EBS 채널 하나만 남은 이상,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것이 안하면 TV앞에 앉아있지 않는다.

그리고, 채널의 새로운 발견이 시작되었다. '어? 이 프로그램 괜찮네..' '어? 이런것도 했나?' 평소에는 잘 모르고 지나갔을 법한 프로그램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아주 많이 심심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리 심심하지 않았다. 하긴, 케이블 없이도 살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런데, 한가지 좀 우려되는 부분은 있었다. 방송 3사의 뉴스만 보다보니, 확실히 정보의 부족이 느껴졌다. 예전엔 한가지 사안에 대해서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제 방송 3사의 밋밋한 설명만 들으니, 진실을 알아내기 힘들었다.

예를 들어서, 집회 관련 보도의 경우, 아주 밋밋하게 처리하는 것이 느껴졌다. 케이블 TV의 보도 방송도 그리 자세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하루에 몇 번씩 보면 어느정도 '상황'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아프리카에 접속해서 각종 인터넷 방송을 보는 수 밖에 없다.


케이블, 잠시 쉬어보는 것도 괜찮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지금은 케이블을 보지 않지만, 그럭저럭 견딜만 하다. 언제 다시 신청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케이블이 없어도 살아가는 데는 큰 지장은 없을 듯 하다.

각 가정에서 케이블을 가끔 끊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같다. 물론, 위약금 물지 마시고.. ^^

미디어 한글로
2009.5.31.
http://media.hangu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