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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치를 잘 모르지만

황석영의 변절, 누가 돌을 던지랴

황석영의 변절, 누가 돌을 던지랴

변절자가 더 무섭다

잔인하다. 원래 변절자가 무서운 법이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갑자기 친일로 전향한 '순사'는 자신과 함께 활동하던 모든 독립투사를 속속들이 잡아낸다. 간첩을 하다가 잡혀서 전향한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고정 간첩'들의 모든 것을 다 분다. 일망타진이다.

북한의 '주체사상'을 모두 만들고 정립했다는 북한의 한 고위인사는 남한으로 귀순해서는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북한의 고급 정보들을 모두 쏟아냈고, "북한 빨갱이 나쁜 XX들"이라고 떠들면서 효과 만점이다. 그냥 밑에서 고생하던 사람이 넘어온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참 이상했다. 그를 반기는 우파들의 모습을 보다가 묘한 쓴 웃음이 나왔다.

황석영씨도 (본인이야 부인하겠지만) 변절했다. 난 황석영씨가 무섭다.

황석영씨의 변절을 축하드린다. 앞으로 아마 3대는 '극우보수'들의 보호아래서 호강하실 것이다.
(사진=청와대홈페이지)


부귀영화를 위한 것이든, 소신의 변화든

구체적인 사실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 분은 예전에는 "빨갱이"로 찍혀서 조중동에게 신나게 씹혔던 인물로 기억한다. 대선때도 반이명박 진영에서 신나게 활동하셨댄다. 그런데, 이제 이명박 대통령과 기념 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연출해준다.

그리고 무슨 자리가 주어졌다고 뉴스에 나온다. 1등석 비행기에 차관급 대우라나. 아니, 그건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아마도 앞으로 잘 나가면 문화부 장관 자리 하나는 받지 않을까 싶다. (이놈의 불길한 예언은 언제나 적중한다.) 유인촌 장관의 효용이 다 하면 분명히 차세대 스타로 '황.석.영'을 앉힐 것이 뻔하다. 왜냐하면, 이보다 더 좋은 선전도구가 어딨나. 마치 "주체사상"을 만든 사람이 주체사상을 욕하는 것처럼.. 진보의 선두에 섰던 사람이 진보를 때려잡는 일을 한다면 말이다. (문화관광부는 정부 대변을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런 부귀영화를 누릴 자격이 있다. 적어도 황석영씨는 말이다. 고생 많이 했다. 그래, 말년에 그냥 눈 한 번 질끈 감으면 가문의 영광이 온대는데, 누가 솔직히 거절할 수 있을까?

나는 늘 이야기한다. "언제라도 청와대에서 너 청와대에 취직시켜 줄테니, 와서 청와대 블로그 관리해라" 고 한다면, 당연히 덩실덩실 춤추면서 들어간다. 그게 인간의 본성 아닐까. (물론, 무지하게 고민하는 척을 하겠지만.. 결국 나도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일 뿐이다.)

그런거였다. 황석영을 비난하려다가 그런 비슷한 일을 내가 겪는다고 생각하니,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잠깐...

황석영의 의지가 나의 나약하고 빈약한 의지와 비슷했었나? 하지만.. 그 혜택을 제대로 모르기에.. 아마도 그 혜택이 그런 "평생을 지켜온 가치"를 무너뜨릴 수 있을만큼 큰 것이었기에 무너졌으리라... 그도 어차피 인간이니 말이다.


독립운동가는 망하고 친일파는 흥한다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상당히 어렵게 살고 계시다. 반면에, 일제시대에 충분히 친일하신 분들은 아주 떵떵거리다가 못해서, 엄청난 재산으로 맘껏 살고 있다. 그리고 MB정부는 그런 '친일 부자'까지고 포함한 '부자'들을 위해서 세금 깎아 주시고, 양도세 면제 해 주시고...온갖 혜택을 다 주고 있다.

김구 선생님을 테러리스트라고 쓴 역사책을 쓴 단체는 옹호하고, 부정부패 세력에 의해 세워진 정권을 비판하는 교과서는 맘대로 수정하는 것이 바로 2009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평화로운 부분이 더 많았던 촛불을, 일부의 폭력으로 포장해서 '폭력집회'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바로 현실이다. (같은 논리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의 말에 따르면... 청와대는 성매매 알선 단체다. 거기서 행정관이 성접대 받았으니..)

그렇다. 현재 극우파가 득세하는 이 나라에서 (심지어 시민단체도 급조해서 만들어도 모두 돈 준다.) 극좌파로 찍혀서는 먹고 살기 힘들다. 문학이라고 다를 리가 없다.

이제 시민 사회단체들이 몇 년안에 고사될 것이고, 그 뒤에서 그 파편들을 쓸어서 쓰레기통에 넣는다는 우파 단체들이 득세할 것은 뻔하다. 아.. 무기력하다. 이러다간...

그래. 그래서, 황석영씨가 변한 것이다.

마음 한 번 굳게 먹으면... 저 굳건한.. 일제시대부터 우리나라를 지배해 온 저 굳건한 수구 우파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적어도 앞으로 몇백년은 후손까지 잘먹고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것 같다.

보라. 예전 같으면 벌써 쫓겨났을 정도의 잘못을 저지른 '대법관'이 꿋꿋하게 버텨도,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말이다.

난 돌 못던지겠다

이해가 간다.

부럽다. 솔직히, 난 부러워 죽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저렇게 부를 정도로 '강한' 사람이라는 것도 부럽고, 그가 그렇게 쉽게 마음을 바꿀 수 있었던 과정도 부럽다. 스스로를 고문했어야 하는데, 그리 얼굴이 나빠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주 대범한 '대인'같다.

어차피, 헌법 파괴를 일삼는 무리들과 그의 후예들이 아직도 득세하는 나라다. (그걸 아직도 부인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습이다. 독재정권을 독재정권이라 부르지 못하고, 쿠데타를 쿠데타라고 부르지 못하는 그들의 '호부호형'이 그립다.)

실제로, 헌법 파괴의 선봉에 섰던 사람들이 고위층 혹은 집권층 혹은 사회지도층에 많이 섞여서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자기들은 그냥 시켜서 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그 때 그냥 '시켜서' 했다고 변명하는 분들.. 지금도 잘 사신다. 황석영씨도 훗날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시면서 외제차를 타고 사라지실 것 같다.

눈만 슬쩍 감으면... 국민은 다 잊는다. 몇 달 있으면 황석영은 원래부터 이문열과 같은 우파 소설가였다고 국민들의 머리속에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그게 이명박 정부의 특기다. 보라. 세계적으로 유래없는 '자발적인 평화 집회'인 촛불집회를 '폭력 불순 세력에 의한 집회'로 전락시키는 데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나.

블로그를 비롯한 수많은 '기록'들은 그 날의 변절을 기록할 것이다. 그리고 '황석영'이란 이름으로 검색하면 그 글들이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과거에는 변절이 쉬웠겠지만, 지금은 좀 어렵다.

아참.. 이명박 정부는 인터넷을 잘 안쓰니 괜찮기도 하겠다. (역시 나는 생각이 짧다.)

어쨌든, 나라도 그런 자리 제안 오면 변절할 용의 있다. (결국 황석영과 나를 동격으로 두는.. ^^)

축하드린다. 앞으로 오래 오래 사실 것이다.


미디어 한글로
2009.5.15.
http://media.hangu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