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을 조심하라고 쓰면 죄가 될까?
사기꾼의 최대 무기 - '명예훼손법'
어떤 동호회에 사기꾼이 나타났다고 치자. 그 사기꾼의 정체를 알아낸 운영자가 공지글을 올리고, 전체 메일을 통해서 '이 사람은 사기꾼이니 조심하라'고 올렸다고 치자. (그 사기가 금전적인 것일 수도 있고, 혼인빙자.. 등의 여러가지 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운영자의 전체 메일로 인해서 한 명의 희생자가 구제되었다고 치자.
그러면, 이 운영자는 어떻게 될까? 정의로운 일을 했다고, 칭송받을까?
아니다. 곧 경찰서에 가서 조사받는다. '피의자' 신분으로 말이다. 사기꾼이 당당히 고소를 한 것이다.
죄명은 '명예훼손'
법조문을 살펴보자.
[형법]
제307조 (명예훼손)
제307조 (명예훼손)
①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6>
②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6>>
②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6>>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1조 (벌칙)
①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②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그렇다. 현재 우리나라 법률은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강력하게 처벌한다. 그런데, 아래의 형법 조항이 많은 이들을 살려준다.
[형법]
제310조 (위법성의 조각)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제310조 (위법성의 조각)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사기꾼을 알려서 사기를 막은 사람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 정말로, 사람들을 위험에서 구해주기 위해서였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진짜 사기꾼이었다는 것을 증명만 할 수 있다면, 적어도 형법상의 처벌은 받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처벌에 준하는 조치를 여러개 받는다.
첫째로 경찰서에 출두해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정말 곤란한 일이다. 월차를 내면서 '경찰서'에 출두한다는 것을 적어도 누군가에게는 알려야 하니까 말이다. 경찰서에 가면.. 원래 정상적인 사람은 주눅이 든다. 그리고 경찰관이 '죄가 될 수도 있다'거나 '왜 남의 일에 끼어드냐' 라든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으면 다시 걱정이 된다.
'죄가 될지 안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유죄 사유가 충분히 된다'라고 말을 듣고 나오면, 엄청난 압박이 다가올 것이다. 몇시간에 걸친 조사도 사람의 진을 뺀다.
둘째로, 언제일지 모르는 입건 시점, 기소시점을 기다려야 한다. 그리곤 하염없는 기다림이다. 한 달, 두 달, 세 달... 아무리 기다리고 기다려도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모른다. 검찰로 넘어갔는지, 그냥 혐의없음이 되는지 알 도리가 없다. 전화라도 하면.. 짜증나는 말투의 담당 경찰의 대답뿐이다. '기다려요' 그 사이 술값은 많이도 나간다. 얼마나 속이 타는지 모를 거다. 그리고 검찰에 넘어갔다고 하면.. 언제나 검찰에서 출두 명령이 올지 두근두근 거려야 한다. 하지만, 정말 정당하다면, 그냥 통지서 한 장 날아온다. '죄가 안됨'
셋째로,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갑자기 전화가 온다. "사람들한테 이 사건에 대해서 알렸어요? 그런짓 하지 말아요!" 이런 경고성 메시지를 경찰에서 받는다. 어이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내가 억울한 고소를 당했는데, 친구와 그 이야기도 못나누나? 나의 결백을 밝혀줄 사람들에게 진술서를 받아오라고 하고서 그 사람들을 만나는 짓을 하지 말라니.. 그것도 참 우습다. 더욱 우스운 것은, 그 사기꾼의 편에 서 있는 듯한 경찰이다.
이게 처벌이 아니고 뭔가? 나중에 "죄가 안됨"이란 통지문, 그것도 등기도 아닌 일반 우편으로 보내는 통지문 한 장이 전부다. 이걸로 그냥 '난 착한 일 한거야' 하고 토닥토닥 하면 끝이 나는 걸까?
명예훼손죄, 지금도 충분히 보호한다. 사기꾼까지!
그동안 그 사기꾼은 룰루랄라 하면서 "당해봐라" 고 콧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이 뻔하다. 뭐, 죄가 되든 안되든, 앞으로 자신의 정체를 폭로할 수 없도록 입막음을 한 것이니, 사기꾼으로서는 아쉬울 게 없다.
그리고, 지금도 그는 다른 동호회에서 똑같은 사기를 위해서 떡밥을 뿌리고 있다. 그 사실을 알아도, 나는 그 동호회 운영자에게 알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또 다시 처음부터 같은 사건을 되풀이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사기꾼의 성공적인 고소다.
지금의 명예훼손죄가 이렇게 큰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도, "공익을 위하면 괜찮다"는 식의 저 조항 하나만으로 모두를 보호한다고 착각한다.
사기꾼을 보호하는 세상인데도, 저 법조항을 더 강화해서 '사이버 모욕죄'까지 도입, 무조건 경찰관이 불러서 조사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어이가 없는 세상이다.
아는가? 국회의원들은 경찰서에 가서 조사 받는게 무섭지 않을지 모르지만, 일반 서민은 하루 밥벌이 문제도 문제고, 그 치욕스러운 시간들.. 그리고 결과가 나올때까지의 초조함까지 모두 문제가 된다. 사이버 모욕죄 신설이 지금도 충분히 보호하고 있는 파렴치한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도 있다는 검토, 적어도 한 번은 해보길 바란다.
▲ 과연 법은 누구의 편일까? 사기꾼? 고발자?
그리고, 사기꾼의 피해를 더 막아보겠다고 하는 각종 동호회, 카페 운영자들은 '각오' 단단히 하시고 임하시기 바란다. 적어도 진실이라면, 처벌은 받지 않지만, 상대방이 교활한 사람이라면, 실수를 유도해서 분명히 재판까지 가게 할 것이다.
사기꾼을 사기꾼이라 부르지 못하는 대한민국... 대체 그 피해는 누구의 몫인가?
미디어 한글로
2009.4.27
http://media.hangu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