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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나비 효과 - 연말 연시 군대 방문 자제해야

 국회의원의 나비 효과 - 연말 연시 군대 방문 자제해야
한글로

 


화장실이 광나는 이유는?


★ YTN의 돌발영상 2006년 12월 26일자

http://tvnews.media.daum.net/part/politicstv/200612/22/ytnidol/v15151298.html

 

위의 동영상을 보고서 씁쓸한 웃음을 짓는 사람은, 거의 군대에 갔다 왔거나 군대에 대해서 많이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군대의 화장실이 광이 나야 하는 이유를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회의원님들은 바쁘시다. 그런데도 그 바쁜 시간을 쪼개서 헬기도 타시고 고급 승용차도 타시고, 혹은 군용 1호차에 탑승하시어 친히 군부대를 방문하신다. 언제? 바로 연말연시다. 평상시에는 군대쪽에 얼씬도 안하신다. (사실, 그게 얼마나 고마운지!)

군대의 나비효과

국회의원께서 방문한다는 부대는, 일단 비상이 걸린다. "진돗개 하나"라는 작전명보다 더 난리가 난다. 누구 말을 빌리면, "부대를 번쩍 들어서 설거지통에 넣고 잘 헹구었다가 다시 제자리에 놓는" 일이 벌어진다. 왜냐고? 국회의원이 오신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모두 설명이 된다.

사실, 관공서에도 국회의원이 시찰을 나온다면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에는 큰 차이가 있다.

국회의원이 뜬다고 하면... 안봐도 뻔하다.

일단, 모든 부대의 잡초를 씨하나 없어 말려죽인다. 그리고 치운다. 만약 눈이 왔을 경우에는 눈을 모두 걷어 내서 산너머로 보낸다. 남은 눈은 어떻게든 녹여서 없앤다. 눈이 치워지지 않을 정도로 추우면, 눈을 모두 일렬 종대로 예쁘게 정렬시킨다.

그리고, 모든 부대원을 동원해서 구석구석 청소한다. 그 청소란 것이 말이 청소지, 정말 '아스팔트 물걸레질'까지 단행한다. 그 청소 과정에서 화장실 변기가 더러우면, 염산으로 닦아내고 치약으로 닦아낸다. 건물은 보수하고, 당장 오늘 밤에 잠을 자야 하는 내무반에 페인트로 떡칠을 한다. 검은 페인트가 없으면 검은 구두약을 열심히 칠한다.

국회의원이 오시는 날은 모두 A급 전투복으로 갈아 입는다. 휴가 갈때나 입는 가장 좋은 전투복을, 밤새도록 손이 베일 정도로 날카롭게 줄을 잡아 다리고, 가장 좋은 전투화를 신는다. 전투화가 번쩍거리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전투화 좋은 것이 없으면 보급병이 가져다 준다.

국회의원께는 번쩍거리는 군복을 선사하고, 그 분이 30초 안에 지나가실 길은 쓸고 쓸고 쓸고 쓸고 다시 물걸레로 닦는다.

비록, 과장은 했지만, 군대의 화장실이 저리도 번쩍거리려면 위에서 말한 것보다 더 열심히 했을 것이다.

 

깨끗해서 나쁠게 뭔가?

 

좋은 지적이다. 깨끗해서 나쁠것 하나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위의 과정에서 생긴다.

저렇게 비정상적으로 오버하면서 청소하며 준비하는 가운데, 많은 비극이 생긴다. 이등병은 말할 것도 없고, 작업을 총지휘하는 상병급은 매일 매일 밑의 계급을 "못살게 굴어야"한다. 그 과정에서 필수적인 얼차려와 더불어 구타까지 발생한다.

그리고, 아스팔트를 물걸레질 하는 것과 국방과 위생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묻는 사람에게 군대는 아무 답도 내주지 못한다. 화장실은 락스로 깨끗이 청소하면 되는데, 그걸 잠도 못자고 광을 내고 있어야 하는 우리의 이등병에겐 아무도 "국방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하지 못한다.

 


요즘 군대 좋아졌다

그래, 참 좋아졌다. 월급도 1만원도 안되던게 몇만원이나 준댄다. 정말 눈물나게 고마워죽겠다.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교육까지 시켜주는데, 몇만원이면 감지덕지해야 한다는 말도 들린다. 그런 분들,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나온다.

군대는 국방의 신성한 의무이므로 가야한다...는 말은 사실, 정치인들이나 하는 말이다. 군대는 피하지 못할 의무이므로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 미안하다) 그런데, 과거에는 돈과 권력으로 이리저리 피해 갔다. 신성한 의무라면 그 분들이 피해가라고 하셨을리가 없지 않나?

어쨌든, '피하지 못하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즐기고 싶다. 그렇지만, 높으신 분들이 자꾸 오셔서, 그것도 사진찍으러 오시는 분이 많아서 미칠 지경일거다.

군부대의 지휘관이 점검 나가는 것은 괜찮다. 그건 그 분의 임무다. (비록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말이다.) 덜 억울하다.

그런데, 나라를 위해서 일하신다는 미명하에, 온갖 예산 쓰시면서 군부대까지 와서, 좋은 군복 한 벌 얻어입고 (그 군복은 돈주고 사셨는지도 모르니 이런 말을 하는 내가 부끄럽다. 분명히 돈 주고 사셨을 것이다. 아무렴!) 사진 몇 장 찍고, 위문품 몇개 전달하고... 이런 일은 안하시는게 좋을 것 같다.


할 일도 많으실텐데, 제발 부탁이다

1월부터 말들이 많다. 국회의원의 많은 수가 외국에 나가셔서 국회도 못연다는 기사도 봤다. 정말 바쁘시다. 나랏일 하시느라 바쁘실텐데, 제발 연말 연시에는 별로 상관도 없는 군대 좀 그만 못살게 굴었으면 좋겠다.

연말연시에 군인들이 할일이 없을까봐 괜히 일을 만들어주시고 싶은 우국충정이었다면 할 말이 별로 없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은, 기자들과 사진기자들을 대동하고 간 것만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정말 부대를 점검하고 싶다면, 조용히 가시라. 제발 오버하는 청소는 그만하라고 윽박지르시고 가시라. 저렇게 쓸데없는 곳이 광이나면 화를 내시라! 총기 점검해서 거기에 녹이 슬었거나, 무기고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것을 점검하시라!

이제 군대는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다. 누가 온다고 부대를 번쩍 들어서 청소하는 것은 정말 그만하자. 대신에, 자발적으로 1년에 두어번 스스로 청소하자. 청소할 곳을 청소하자는 뜻이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청소가 아니고, 정말 자신들이 생활해야 할 곳, 지켜야 할 곳을 말이다.

올해에는, 국회의원들의 군복입은 모습을 보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적어도 신문에서는 말이다.


한글로. 2007년 1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