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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헛발질 하기

반MB 김상곤 후보, 경기도 교육감 당선.. 꿈만 같다

반MB 김상곤 후보, 경기도 교육감 당선.. 꿈만 같다


난 서울시민이었다...

작년, 공정택 교육감의 당선을 지켜봐야했다. 지역에서 이기고 전체에서 졌다는 주경복 후보를 두둔하는 말은 다 소용없었다. 공정택을 선택한 결과, 자주적인 근대사를 주장했던 근대사 교과서는 퇴출되었고, 일제고사를 반대하면 사정없이 대가를 치뤄야했다.

하지만, 공정택 교육감은 당선 무효형을 1심에서 받았다. 하지만, 아직도 그는 현역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다. 일반 교사는 혐의때문에 검찰 조사를 받기만 해도 짤리고, 확정판결이 나기도 전에 짤리지만... 그 수장인 교육감은 아직도 튼튼하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굳이 내 입으로 말하지 않겠다.)

난 경기도민이다...

난 작년에 경기도민이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필사적으로 올리려던 것은 물가와 집값이었다. 들썩 들썩한 집값은 결국 집주인의 전세 인상요구를 이끌어냈다. 나는, 같은 돈이면 더 큰집에서 둘째아이를 맞이하겠다며, 출근에만 두시간이 넘는 경기도로 이사왔다. 힘든 것은 몸이었지만, 그래도, 서울보다 나은 환경에 기뻤다.

이젠 난 경기도민이다.

그리고, 다시 데자뷰처럼... 교육감선거가 닥쳐왔다.

난, 어제 분명히 말했다.

"이거? 어차피 지는 싸움이야. 우리나라에 희망이란 것은 없어. 그렇게 이명박 욕해도, 봐라.. 아마 선거때는 다 이명박 다시 찍을걸?"

그렇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누가봐도, 공정택 II 대 주경복 II 의 싸움이었다.

집에 날아온 선전물을 보라.



한쪽은 '이명박 교육을 바꾸겠다'고 하고 있고, 다른쪽은 '1년 2개월'이니 '현 교육감'이니 하면서 "1년 2개월로는 업무파악도 못한다"는 식으로 몰아붙였다. 그뿐인가... 막판에는 대체 존재감조차 없는 '전교조'까지 들먹이면서 '공정택'의 데자뷰를 느끼게 해주었다.

뒷면을 보면 더 쉽게 드러난다.


오른쪽 김진춘 후보의 선전물에 이렇게 되어 있다.

"교원평가 반드시 해야합니다!"
"학업성취도평가 멈춰선 안 됩니다!"

내 눈에는 이렇게 보였다.

"교원평가해서 전교조 다 몰아냅시다"
"일제고사 계속해서 애들 줄세워서 사교육시장 크게 해서 경제발전 시킵시다. 그러면 집값도 오를겁니다!! "

아내는 물었다.

"그러면, 투표 안할거야? 희망이 없으니까?"
"아니. 그래도 해야지. 적어도 희망이 없다고 비판이라도 하려면, 난 반드시 투표를 해야해. 하지도 않고 희망이 어쩌고 저쩌고 떠드는 것은 말도 안돼."


난 투표했다. 그리고, 체념했다...

투표장은 한산했다. 한산함을 넘어서서 거의 적막강산이었다. 투표를 감시하는 분들이 너무 측은해보일 정도로 한산했다. 투표확인을 위한 연명부는 거의 비어있었다. 내 싸인이 그 페이지의 두번째 서명이었다.

그래... 그런거지.

조용히 투표를 마치고 나오면서,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언제 투표하고 나가겠나. 아침부터 5분을 다투며 나가는 사람들은 밤 10시가 넘어야 도착한다. 올때는 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하긴.. 휴일을 만들어준다고 해도 투표율은 그리 높지 않을거다. 이미, 사람들은 체념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솔직히, 궁금하지도 않았다. 어느 방송에서도 투개표 상황을 알려주진 않았다. 그냥, 채널 넘기다가 '경인TV'를 거쳐가고 있을때였다.. 잠깐.. 저거 누가 이기는거야? 이상했다. 계속 김상곤 후보가 앞서가는 내용이 나왔다.

초반이라 그렇겠지.. 아니, 저 지역이 "빨갱이 동네"라 그런거야... 이런 자조섞인 소리나 하면서, 힘없이 리모콘을 누르려고 할 때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이기고 있었고, 전체 득표율도 앞서갔다. 어... 어.... 어?

이야.. 이거 대단한데?

하루종일 축 늘어졌던 기분이 갑자기 좋아지기 시작했다. 믿어지지 않았다. 평소에보지도 않던 경인TV를 붙잡고 늘어졌다.. 어.. 어... 어...!!!

당선확실!

당선확정!

정말 이건 기적이었다.

인터넷에 접속하니 이런 소리들이 있었다.

"그거 노인네들이 2번이 이명박인줄 알고 찍은거야, 바보들아..."

그래. 그렇다고치자.

그렇다면, 한국엔 희망이 있는거다. 2번에 좋은 후보를 내면 되는거니깐. ㅋㅋ

(내가 이런말을 할 줄이야.. ^^)

그렇게 생각하지 말자.

나처럼, "찍기나 찍고나서 욕하려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고 생각해보자. 그래.. 그런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나?

이명박 특권교육... 반드시 확 바꾸어주길...

내가 보기에 지금 MB교육정책은 20년이나 30년쯤 우리나라를 뒤로 후퇴시키고 있다. (언론정책이나 국가 경쟁력은 100년쯤 후퇴시키고 있으니.. 좀 낫나?) 특목고 입시때문에 유치원부터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니까, 그 해결책으로 내 놓은 것이 특목고를 늘리는 식이다. 정말로 그들이 믿는 '진리'가 어디에 있는지 정말 무섭고 두려워졌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 브랜드가 어느 나라보다 낮다고 불평하면서, 그 이유를 이상한데서 찾으려 했다. 내가 보기엔 최근 이명박 정부가 행한 언론 탄압, 일제고사 강행, 부동산 투기 활성화 등등이 더 큰 이유인 듯 한데 말이다. (원래 눈앞의 허물은 안보이는 법이다.)

몇몇 엘리트만 있으면 나머지는 다 먹고 산다는 식의 지독한 편협적 엘리트주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부정한 엘리트'들의 생각을 좀 산산히 부서뜨려 주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몸에서는 온통 고린내가 나는데, 남의 티끌 하나를 가지고 엄단을 하는 그 위선을 말이다.

우울한 뉴스만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아주 즐거운 뉴스다.

하지만, 지금부터 조심해야 한다. 곧 검찰의 모든 힘을 다 쏟아서 김상곤 당선자의 뒤를 캘 것이 뻔하다. 여태까지의 공식을 보면 그렇다. 공정택 교육감은 어차피 MB정부의 철저한 후원을 받고 있으니, 재판에서 유죄를 받아도 버틸 수 있지만 (그리고 크게 언론에서 떠들지도 않지만..) 아마 김상곤 당선자는 그 소환때부터 나라가 들썩일것이다. 그러면서 사퇴 안하면 아마.. 빨간모자 쓴 아저씨들이 가스통들고 교육청으로 쳐들어오는 "평화시위"를 경찰의 호위속에 할지도 모른다. (아마 경찰은 그 옆에서 마스크 쓰고 있는 시민을 폭력 혐의로 잡아갈 것이다. 아.. 이젠 고춧가루탄도 뿌린다고 한다. 고춧가루탄 맞기 싫으면... 빨간모자 아저씨들과 같이할지어다...)

자, 우리 눈 부릅뜨고 쳐다보자. 누가 누가 역사의 승리자가 되는지.
새로운 새벽을 기다린다.


미디어 한글로
2009.4.9.새벽.
http://media.hangu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