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끄적끄적

1박 2일 제주도편, 아쉬운 점

1박 2일 제주도편, 조금 아쉬운 점
야생이 야생이 아니야..


야생 버라이어티의 진수, 1박 2일

먼저 밝히는데, 난 1박2일의 팬이다. 그리고 늘 챙겨본다. 패떴을 보다가도 사정없이 채널을 돌린다. 저번 주에 날씨가 안좋아서 정말 즉석에서 을왕리 해수욕장 가서 찍는 것을 보고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정말, 아무런 장비없이 아무런 계획없이도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구나... "각본없는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그들의 능력에 감탄했다. 스탭들의 승리이기도 하리라.

제주도 편, 배신이 너무해

어제(3/8)는 벼르고 벼르던 제주도를 갔다. 그들이 간 목적은 처음부터 명확한 듯 보였다. 갈 때부터 저가 항공사를 이용한 것이다. (그래서 비행기 내에서 소음이 제법 컸다.) 알뜰 살뜰 제주도를 여행하는 컨셉이었음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몇몇은 3천원을 주고, 한 명만 3만원을 쥐어주고 택시비가 2만원에 달하는 해수욕장까지 가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다.

나는 다양한 멤버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찾아가는 것을 머릿속에 그려보면서 흥미진진해졌다. 그런데, 결과는 좀 이상했다. 돈을 가진 강호동이 계속 '동생들'을 꼬드긴다. 그러면서 이합집산이 이어지고... 이렇게 배신했다가 저렇게 배신했다가...

결국 이승기를 배신하고 강호동측에 붙었던 김C는 다시 버림받고 이승기에게 용서를 빈다. 걸어 가야만 했던 '만년 운전사' 이수근은 강호동이 빌린 렌트카의 운전을 한다.

좀 그랬다. 예전처럼 편을 나누어서 서로 돕고 서로 고생하는 모습을 기대한 것은 내가 예능적 시청감각이 떨어져서 그런가? 모두 장난인 줄 알면서도 돈을 흔드는 강호동을 향해서 모여드는 "동생"들의 모습이 참 씁쓸했다. 채널을 돌려보리고 싶었다. 예전에 보아왔던 따스함 보다는 너무 각박한 세상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서일까?

도착이 목적이었다면?

그리고 다시 좀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강호동은 2만원을 내고 택시를 타고 가면서 몇명을 더 태우고 가면, 분명히 시간내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런데, 돈을 더 들여서 소형차를 렌트하고 가면서 길을 몰라서 시간을 허비한다. 물론, 한 명을 더 태웠다는 것을 이유로 삼겠지만, 솔직히 "알뜰"을 이야기 한다면, 그 거리는 1만원이라도 아껴서 택시를 타는 것이 더 나았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 제시각에 도착했을 것이다.

결국, 강호동이 렌트카를 선택한 것은 처음부터의 설정이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아예 돈을 주면서 '렌트카를 이용하라'고 했으면 더 나았을 뻔 했다. 하지만, 강호동은 택시타고 간다고 하다가 갑자기 렌트카 이용한다고 하면서 바꾼다. 좀 안타까웠다.

택시를 탔더라면 제 시간에 도착했을 그들이 안타깝다. 돈도 1만원이 남았을테니, 배 곯지도 않았읉터. 아니, 그 뿐인가. 같이 탄 동생들의 6천원을 합하면 뭐라도 충분히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렌트카를 선택해서 다 놓쳤다. 알뜰한 여행이 되긴 한건가?

물론, 소형차 렌트가 그렇게 싸다는 정보는 아주 좋았다. 그런데, 그걸 강호동이 1시간 남짓 빌리면서 타는 것은 오히려 낭비적 요소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아아.. 알겠다. 왜 그냥 편안히 즐기지 못하냐고? 즐기긴 했지만, 뒷끝이 남는다는 뜻이니 제발.. 흥분 마시길. ^^

다시 이승기와 김C로 돌아가보자.

이 둘은 버스를 타고 간다. 3천원이면 충분히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터미널에 도착한 이승기. 그러나 버스를 타고 가면 절대로 제시간에 못간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김C를 기다린다. 하루 2만원인 오토바이를 렌트해서 둘이 타고 간다. 4천원인가만 내고 좋은 여행 가방도 하나 주면서 사정한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오토바이를 타고 갔을 때, 과연 시간적으로 갈 수 있었느냐 하는 것이다.

마치 이승기는, 터미널에서 오토바이를 렌트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안 것처럼 말을 하면서 기대를 하지만, 실제로는 "처음부터 각본이 그랬던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알뜰하게 여행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으니까.

그래서 충분히 더 늦는 오토바이를 선택한다. 오토바이도 아니다. 스쿠터다. 스쿠터로 버스를 앞지를 수는 없는 일. 처음부터 더 느리다는 것이 결정되어 있었다. 하물며, 초행길인 제주도 아닌가. 그리고, 어차피 늦는 것. 버스타고 가면 더 편안히 늦을 수도 있었다.

예능프로다. 다 이해하지만..

내가 지적하려는 것이 무슨 이 프로그램을 진지하게 만들라는 것은 아니다. 만약, 더 많은 정보가 목적이었다면, 모두 각각 '지령'을 따로 해서, 예를 들어서 누구는 오토바이, 누구는 택시, 누구는 버스, 누구는 히치하이킹, 누구는 뛰어서(ㅋㅋ)... 이런 식으로 처음부터 방법을 나누는 것도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제작진이 만든 '틀'에서 우연히 선택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인위성'은 야생 버라이어티인 '1박 2일'에 좀 맞지 않는 듯 했다.

물론, 1박 2일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은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아이가 주겠다는 도너츠를 '한 입 먹고 버려' 라고 해서 버린 것을 나누어 먹는 모습에선 뒤집어졌다. 사실, 김C나 이승기보다 아이의 어머니가 "한 입 먹고 버려!" 라고 소리치는 부분은 정말 재밌었다.

그리고, 저가항공사, 저렴한 렌트카, 게스트 하우스 등은 알찬 정보였다. 인도 여행을 하면서 게스트 하우스에 익숙해서 그런지, 우리나라의 게스트하우스를 보니 너무 반가웠다. (물론, 인도의 그것과 비교도 되지 않지만.. ^^)

재미 없었다는 것이 아니다. 정보가 유익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좀 거슬린 부분이 있으니, 좀 더 세심하게 배려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1박 2일! 정말 최고의 프로그램이다! 계속 재밌는 프로그램 만들어주시길!
아자아자!


미디어 한글로
2009.3.9
http://media.hangu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