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인출기를 시각장애인도 쓸 수 있게 하는 방법
조금만 더 배려하면 가능하다
늘어나는 아름다운 배려. 하지만, 잘못된 배려도 늘어
대한민국은 장애인에게 아주 불편한 나라다. 하지만, 최근들어서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여러가지 법규가 제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아름다운 배려'를 하는 기업이나 개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의 하나가 여러군데서 보이는 '점자표시'다. 시각 장애인에게 길을 알려주는데 집중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점자표시는, 돈이 그리 많이 안든다면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런데, 배려가 늘어나면서, 약간 낭비적인 배려도 눈에 뜨인다. 무엇인고하니,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시를 시각 장애인이 절대로 사용못할 위치에 붙여 놓는 것이다. 즉, 배려를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시각장애인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많다.
최근 신권 논란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졌었다. 시각 장애인들은 신권의 점자 표시가 예전보다 못한 무용지물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한국은행은 "별 문제 없다"는 식으로 버티는 것을 보면서, 잘못된 배려의 결과가 장애인에게 더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관련글 : 신권의 시각 장애인용 점자 표시는 시각 장애인에게 무용지물이다 ]
과연 현금인출기의 점자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최근 현금 인출기(ATM)에는 점자 표시가 늘어나고 있다. 통장 넣는 곳, 수표 넣는 곳 등에 점자표시를 병기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아주 바람직한 배려다. 그리고, 이런 배려는 더 많이 늘어나야 옳다.
▲ 현금 입출금기의 점자표시
그런데, 과연 시각 장애인이 누구의 도움 없이도 (즉,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고도) 사용이 가능할까?
이 질문을 던지고, 나는 몇몇 현금 인출기를 직접 찾아가 봤다.
하지만, 보자마자 그것이 불가능함을 눈치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은행은 비장애인에게 사용이 편리한 '터치스크린' 방식의 현금 인출기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터치스크린 방식은 직접 눈으로 보지않으면 절대로 사용이 불가능하다. (물론, 화면을 따로 구성하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 터치스크린 방식이 늘어나면서 시각 장애인의 사용은 점점 힘들어졌다
(물론, 위에서 보듯이 "저시력 고객용" 서비스 등은 아주 제대로 된 "배려"다.
관련글 보기 :눈 침침하신 분들을 위한 은행의 배려, 고맙습니다! )
즉, 숫자를 입력하는 버튼이 따로 있지 않고, 모두 모니터 화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눈이 불편하신 분들은 숫자 하나를 제대로 입력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만약, 시각장애인을 지원하는 현금인출기라면, 아래와 같은 숫자판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다.
▲ 숫자판이라도 있으면 조금 낫다
물론, 이렇게 아예 점자 숫자까지 표시된 숫자판이라면 더 안성맞춤일 것이다.
▲ 점자 표기가 된 숫자판, 완벽한 배려다
하지만, 이런 숫자판이 있어도 소용이 없다. 시각 장애인용 모드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1번을 누르시면 현금 인출, 2번을 누르시면 현금 입금..." 이런식으로 처리가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거의 모든 기계는 그런 것을 지원하지 않는다.
단지, "통장넣는 곳"에 점자 표시만 한다고, 시각장애인이 이 기계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무리다.
또한, 그림에서 보듯이, 시각 장애인을 안내하는 점자블록도 깔려 있지 않으니, 시각 장애인이 은행에서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은행 업무를 보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 바닥에는 점자 블록이 없어서 시각장애인이 스스로 입출금기로 접근은 불가능하다
제대로 배려를 했다면 이랬을 것이다
만약, 내가 제대로 배려를 하려고 한다면, 1)점자 블록으로 먼저 유도하고, 2)특정 기계 한 대만이라도 시각 장애인용 모드를 구현해 놓고, 3)숫자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완벽한 배려"를 할 것 같다.
아마, 이쯤되면 "그거 몇명이나 쓴다고 돈을 들여서 그런걸 만드나? 그냥 사람이 한 명 도와주면 되지.." 라고 하는 항변이 나올 것 같다. 점자블록 이야기에서도 한 이야기를 반복하자면... "지금은 사용이 불가능하니까 포기하고 안가는 것일 뿐"이다. 제대로 된 배려가 더 많아지면, 시각 장애인분들을 은행에서 보는 것은 크게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라면 남에게 통장 비밀번호를 알려주겠는가? 앞이 안보이는 것을 악용해서 더 많은 돈을 뽑아서 도망가는 사고도 일어날 수 있고, 옆에 있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그 분의 비밀번호를 다 알게 되는 문제도 생긴다.
그래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물론,이미 말했지만, 이런 점자 표시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렇게 점자 표시가 되어 있으면, 약간의 변화만 주어도 시각 장애인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계로 바뀌기 때문이다. 즉, 듬성듬성 돌이라도 놓여 있으면, 나중에 몇 개의 돌을 더 놓아서 징검다리를 완성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 이렇게 아무 표시가 없는 것보다는 점자 표시가 있으면 완전한 배려로 가는 길이 더 가깝게 된다
▲ 이런 숫자판이 있는 기계라면, 소프트웨어를 조금 고치고 점자 표시만 조금 더 하면 쉽게 시각장애인도 사용이 가능한 상태로 바뀔 수 있다.
이번 글을 시작으로 몇 개의 글을 더 준비하고 있는데, 주제는 모두 "배려"에 대한 것이 될 것이다. 또한, 장애인용 시설이라는 이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것이라는 것도 밝혀보고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한 배려"가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든다는 것, 그로 인해서 "내"가 더 편해질 수 있따는 것. 그것이다.
"축! 이 글은 2007년 11월 프레스블로그(pressblog.co.kr)의 밀리언포스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http://pressblog.co.kr/module.php?mn=notice&idx=97
선정에 참가해주신 여러분과 제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2007.12.10)
세상을 바꾸는 작은 외침
미디어 한글로. 2007.10.30.
http://media.hangulo.net
※ 이 글은 제 옛블로그(http://www.hangulo.kr/134)에서 옮긴 것입니다.
미디어 한글로. 200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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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제 옛블로그(http://www.hangulo.kr/134)에서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