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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헛발질 하기

한 정류장에 고유번호가 세개? -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버스 정보시스템 "따로따로"

한 정류장에 고유번호가 세개?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버스 정보시스템 "따로따로" 혈세 줄줄..
각자 개발후에 다시 통합하는 작업 하느라 예산 낭비.. 전형적인 예산낭비




버스 위치 안내 시스템, 편리하긴 한데..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다보면, 버스가 언제오는지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과 달리 배차 간격이 제법 되는데, 이 경우에 잘못하면 20분까지 발을 동동 구르며 서 있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경기도 버스 정보시스템 (http://www.gbis.go.kr/) 을 애용한다. 간혹 집에서 못보고 나온 경우에는 휴대폰에서 4247+인터넷 버튼으로 접속 가능한 버스 정보를 이용하곤 한다. (우리 집앞 정류장은 미리 북마크를 해 두었다.)

믈론, 서울로 가서도 마찬가지다. 퇴근길의 강남역은 거의 아수라장이라, 버스가 언제 오는지 알고 도로로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버스는 이상하게 번호별로 줄설 장소가 없다.)

그런데.. 미리 찾아놓은 곳 이외에 다른 지역, 예를 들어 종로에서 버스가 언제오는지 알아보려면, 한참을 헤매야 한다. 왤까?





서울시 버스 정류장에는 "서울시 고유번호만"

버스 위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세가지가 필요하다.

첫째가 "어디 버스인지.. 즉 경기도 버스인지 서울 버스인지 인천 버스인지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모두 시스템이 다르고 주소도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ARS 안내 번호도 다르고, 휴대폰 인터넷 접속 번호도 각기 다르다.

자주타는 버스라면 어디 버스인지 알 수 있으니 넘어가기로 하자. 이정도 불편이야.. (절대로 버스 정류장에는 안쓰여 있다.)

둘째는 버스 번호를 알아야 한다. (너무 당연한가?)

셋째는 정류장 고유 번호를 알아야 한다.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아래와 같이 내가 종로구에서 직접 겪은 일이다. 이 정류장에 고맙게도 고유번호가 적혀 있었다. 그런데, 이 번호를 넣으니, 이상하게 에러메시지만 떴다. 결국은 사용하지 못하고 돌아왔는데..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서울의 버스 정류장에 표기된 "정류장 고유 번호"는 모두 서울시 시스템에서만 통용되는 번호란 것이다. 만약, 서울을 오가는 경기도 버스의 정보를 알고 싶으면, 경기도에서 해당 정류소에 부여한 경기도 번호를 알아내야 한다. 그런데, 이걸 알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 찾기 기능을 이용해서 종로2가를 찾아보면, 정말 많이도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로2가에는 버스 정류장이 여러군데다. 거기에 상행/하행 까지 합세하면 엄청난 숫자다.)

▲ 종로2가의 버스 정류소 번호(01-192)
 


▲ 종로2가의 버스 정류소 번호(01-192)를 경기도 버스 시스템에 넣으면 "연무중학교" 정보가 나온다.
여기가 어디지?


마찬가지로 서울 버스가 경기도를 지난다고 했을때, 경기도에 있는 정류장 고유번호는 서울 시스템에서 사용할 수 없다.

난 이 두가지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인천 시스템도 따로 있었다.

결국, 한 버스 정류장에 고유번호만 3개가 부여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 한 정류장이지만, 여러개의 번호가 존재한다. 사용자는 버스의 "출신성분"을 따져서 "해당 지자체 전화번호"로 잘 걸어서 확인해야 한다.

버스는 모든 지역을 가로질러 가는데, 지자체별로 "따로따로" 주소를 매긴 것이다. 이러니 이 시스템은 "우리 애들만 챙기는 식"이 되어버렸다. ARS로 알아보기는 더욱 힘들게 되어있다. 한마디로 지자체 별로 자기네 버스가 다니는 지역의 버스 정류장 주소를 새로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왜 이런 말도 안되는 낭비적인 일이 벌어졌을까?
 

 
▲ 경기도의 버스 정류소 번호



각자 자기 멋대로 개발 후 "통합 작업 중"


<수도권의 다양한 버스 정보 시스템 (모두 각각 따로 접속해서 알아봐야 함)>

서울 버스 정보시스템 
http://bus.seoul.go.kr  무선인터넷(WINC) 702#  ARS: 1577-0287
경기 버스 정보시스템
http://www.gbis.go.kr  무선인터넷(WINC) 4247  ARS: 1688-8031
인천 버스 정보시스템
http://bus.incheon.go.kr  무선인터넷(WINC) 359##00  ARS:1577-0359

서울시에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니, "원래 경기도와 같이 하려고 했는데 경기도가 예산 부족등을 이유로 늦추어져서 서울시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지금은 통합 작업을 하고 있다."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경기도의 경우에는 아래와 같이 국민신문고(http://epoeple.go.kr)을 통해 답변을 받았다.


 경기도와 서울시 정류소번호가 각각 부여된 사유에 대해서는
- 정류소번호는 지능형교통체계 표준인 9자리 번호체계로 규정되어 있으나, 원활한 버스도착시간안내 서비스를 위해 현재 서울시와 경기도가 5자리(지역구분2, 일련번호3)체계로 재구성하여 이용하고 있음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 정류소번호 부여에 있어, 버스정보시스템 구축시기의 상이에(서울시'05, 경기도'07) 따라, 기 서울시에서 적용한 정류소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시, 경기도 31개 시․군구의 코드부여 한계로 자체 정류소번호체계로 구성하였으며, 연계시스템 조성과 함께 해소할 계획입니다. 


결국 서울시가 먼저 만든 것은 맞고, 경기도가 나중에 서울시의 정류소 번호를 사용하려고 했더니, 경기도 실정에 맞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달리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통합을 할때는 아마 새로운 체계로 다시 번호가 부여될 가능성이 많다. 그 경우에는 정류장 곳곳에 붙여진 고유 번호 스티커도 교체를 하게 될것이다. 이것은 혈세가 아니던가?



한 치앞을 못내다보았을까?

왜 그랬을까? 서울시는 가장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들의 시스템이 분명히 경기도와 연계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먼저 추진한다는 이유만으로 경기도에서는 적용할 수 없는 정류소 번호체계를 사용했다고 한다. (경기도측의 주장)

한치앞을 못내다보고 만들었을까? 영원히 경기도가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을까? 그렇다면, 분명히 경기도와의 호환을 염두에 두었어야 했는데 말이다.

여기에 인천시까지 가세하면, 3파전이다. 또 있을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또 희한한 사이트도 발견했다. 사당-수원측 광역버스 정보 시스템은 이미 2005년에 완결된 사이트였지만,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는 않고 있는 듯 보인다.

이런게 바로 "중복 투자"이고 "혈세낭비"가 아니고 무엇일까?


제대로 하자면 이렇게 했어야 한다

"지금 불편하다고 해서 통합하려는데 무슨 소리냐!"고 항변을 하는 공무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하지만, 불편할 것을 충분히 예상했었고, 통합이 손쉽게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했어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본다면, 지자체별로 따로따로 할게 아니고 거대 컨소시엄을 만들어서 같이 추친하는 것도 염두에 두었어야 한다.

따로따로 예산써서 각기 자기 방식대로 만들어 놓고서, 그걸 하나로 통합한다고 또 하나의 시스템을 도입해서 중간에서 왔다갔다하면.. 결국은 엉망인 시스템이 되고, "새로 개발하자"는 소리가 나와서 또 새로 만든다. 이게 정부 IT사업의 전형적인 예산낭비 형식이다. (이런 사이트 수도 없이 많다.)

만약, 조금이라도 예산 낭비를 걱정하고, 국민의 편의를 위해서라면 이런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

1. 서울시가 사업을 먼저 추진할 때, 경기도, 인천, 수원시 등 지자체들과 상의해서, 충분히 확장 가능하도록 "규정"을 정한다.

2. 시스템을 공유하지는 못하더라도, 기본적인 데이터 구조, 정류장 번호 체계 등을 확장성 있게 잘 규정하고, 시스템 개발 시점이 달라도 충분히 호환, 확장 가능하도록 매뉴얼화 한다.

3. 각각의 시스템은 추후에 연계가 쉽도록 설계되어, 사용자들이 각각의 시스템에 따로 접속할 필요가 없이 통합된 환경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아주 어려운 것 같지만, "미리 1-2년 후를 예측해서 시스템을 구성하라"는 것이다. 서울버스가 서울시만 돌아다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서울시만 따로 번호를 부여할 수 있나? 물론, 뒤따라온 경기도도 그리 잘 한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약간의 편법을 써서라도 (예를 들어 서울시 버스 정류장 번호의 경우 02를 앞에 더 붙여서 사용하게 하는 방식 등) 충분히 가능했다. 그런데, 자체적으로 맘대로 붙여 놓으면.. 대체 어떻게 사용하나?

경기도지사님을 강남역에 모셔두고, 서울시장님을 경기도 어디에 모셔두고 핸드폰 하나만으로 ARS나 휴대폰 인터넷으로만 버스 안내 시스템에 들어가라고 한다면... 과연 가능할까? (물론, 경기도에서는 서울버스 검색, 서울에서는 경기도 버스 검색하게 해야 한다.)

잘 모르겠으면 포털에 문의를 해보면 된다. 네이버 버스 정보 안내가 그 복잡한 지자체의 시스템보다 10000배 낫다.

▲ 네이버 교통정보 (http://traffic.local.naver.com/Bus/Bus_1000_LaneGuide.asp?CID=1000&LMenu=2)
각 지역별 버스를 한 화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자체 들어가서 헤맬 필요가 없다.


좀 잘 했으면...

어차피 엎지러진 물이니, 어쩔 수 없다. 다시 혈세를 들여서 통합을 한다니.. 뭐 하는 수 밖에. 그런데, 적어도 지금의 정류장 번호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묘안을 내보기 바란다. 지역번호 형식으로 더 붙인다든지, 서울시 번호에는 앞에 0을 하나 더붙이고 경기도 번호는 1을 하나 더 붙이는 식의 묘안 말이다.

(자세한 아이디어는 요청이 있으면 제공하겠다.)

그리고, 인터넷 접속 번호나 ARS번호에 대해서 좀 제대로 알려줬으면 좋겠다.

얼마전 서울시에서 찍은 아래의 안내문에는 "ARS가 유료"라고 되어 있다. 물론 휴대폰 인터넷도 유료라고 되어 있다. 어느 바보가 접속할까? (실제로는 휴대폰 인터넷은 인터넷 접속료만 내면 되고, ARS는 통화료만 내면 된다는 표현을 그리 한 것 같다.)
▲ 음성통화료 10초당 20원, 데이터 각화면당 25원이라는 무시무시한 문구를 보고 접속할 강심장 누구인가!
(실제로는 기본 통화료, 기본 접속료만 들어간다는 뜻을 저리 이상하게 쓴 것이다.)


시스템 만드는데 열중하느라 그랬는지, 서울시 버스정보 홈페이지(http://bus.seoul.go.kr)에는 휴대폰 인터넷 접속번호(WINC)나 ARS번호에 대해서 제대로 나와 있지 않다. 거기다 그나마 찾은 안내문은 성의가 없이 대충 만든 느낌이다. 이 부분에서는 경기도 버스정보 홈페이지가 월등히 앞선다.

서로가 서로를 좀 본받으면서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어려운 시기, 눈먼 세금이라고 펑펑 쓰는 모습.. 정말 보기 안좋다.


미디어 한글로
2008.12.1
http://media.hangu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