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그들만의 폭탄
종부세 일병을 구합시다!
종부세 일병을 구합시다!
너무나도 부러운, 종부세
자기 집을, 그것도 6억이 넘는 집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물론 그 6억 중에 빚이 얼마가 있든간에 말이다. 나는 매달 10만원 남짓한 서민 전세자금 대출의 이자를 갚는데도 상당히 큰 부담을 느끼는데 말이다.
작년 말, 강남의 어느 아파트에는 다음과 같은 현수막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북은 핵폭탄, 남은 세금폭탄, 불안해서 못살겠다"
정말 그랬을까? 하룻밤만 지나고 나면 쑥쑥 오르는 집값에 기분이 무척 좋았는데, 그것의 일부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불안했을까? 그리고 솔직히 북의 핵 운운이 정말 정말 불안했을까? 알 길은 없다.
어쨌든, 저런 "세금 폭탄" 발언에 일반 서민들도 같이 동요해서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는 양 덩달아 뛰었던 것이 바로 작년 우리의 모습이다. 그리고 "세금을 깎아 줄 " 대통령을 뽑았다. 그리고, 1년도 안된 이 시점. "폭탄"을 제거하려는 정부 앞에 우리는 서 있다.
사실, 종부세는 "그들만의 폭탄"이다. 우리 서민과는 아무 상관 없다.
정말 부자들만 내는 세금 깎아주면 서민이 돈 번다?
'나비효과'란 것이 있다. 영화로도 나와 있지만, 뭐 내가 여기서 기침을 크게 하면 그게 돌고 돌아서 결국엔 태풍이 발생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는 그런 것이다.
어쨌든, 현재 정부의 종부세 감세 혹은 폐지 논란은 어쩌면, 이런 나비효과를 노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종부세를 깎아준다 -> 부자들이 돈을 쓴다 -> 소비가 촉진된다 -> 서민들이 장사가 잘된다 -> 서민들이 부자가 된다???
거참.. 정말 그런 것일까?
▲ 타워팰리스는 강남 부자들의 상징이다. 부의 축적 마지막에 이 곳이 있다.
서울 사는 내가 타워팰리스 근처 동네만 가면 완전히 "관광객"이 되어버린다. 저 사진도 타워팰리스라고 찍은 것인데 실지로는 다른 곳일지도 모르겠다. ^^ 하두 비슷하게 좋은 건물이 많은 곳이니까 말이다.
어쨌든, 저기에 사시는 분들의 세금을 깎아주면 정말 내 삶이 나아질까? 저 분들이 소비하는 것의 대부분은 어차피 또 저기 사시는 분들 중 한 명의 주머니로 들어갈텐데 말이다. 이런 간단한 원리는 제쳐두고서 엄청난 우연의 결과인 나비효과를 찾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정말 존경스럽다.
마치 1+1=2 를 풀기 위해서 수퍼컴퓨터 세대를 사서 풀려고 하는 격이다.
세금 감면? 그거 다 부자들만을 위한 잔치
세금을 정부가 깎아주려면, 제대로 깎아 주어야 하는데, 모두 부자들이 내는 세금만 깎아준다. 이 정책이 정말 맞는 소릴까?
우리나라가 발전하려면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어야 한다. 이것은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부를 압박했던 말이기도 하다. 강력한 규제 정책의 약발이 제대로 받기도 전에 노무현을 욕하던 한나라당은 급기야 그 약발이 먹히기 시작하니까 약을 끊어버렸다. 그리고 아예 "투기꾼 선생님들, 투기 좀 하시죠" 하면서 부추기고 있다.
우리나라의 원동력은 오직 부동산 투기에 있는 것인양 그런 헛발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부가세 감면에는 인색하면서...
작은 쇼핑몰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10%에 달하는 부가세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잘 알것이다. 10%에다가 카드 수수료가 4%가까이 되니, 이건 남길 수가 없는 게임이다. 그나마 요즘처럼 불경기에는 쇼핑몰 운영비 내기도 힘들 정도다.
그래서 이 부가세를 조금 내리면, 종부세나 부자들을 위한 법인세율을 내리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다. "감세해도 아무 상관없다"라고 주장하는 현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부자만 혜택받는 종부세 등을 깎아주는 것보다 서민들이 직접적으로 지장을 받는 부가세를 깎아주면 어떤가?
물론, 안된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면 자신들에게 혜택이 덜 돌아가기 때문이다. 높으신 분들 중 많은 수가 종부세 대상자이며, 떵떵거리면서 사시니 이거야 원... 자신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세금 감면을 하면서 재정 지출은 늘리는 묘한 정책을 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펑크나는 돈은 어디서 메꾸나? 너무나도 당연하게, 일반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조금씩 더 끄집어 낼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나라 살림이 되겠나? 물론, 복지 관련 지출을 줄이는 것은 기본이다.
과거 한나라당은 국회 예산에서 복지 관련 예산을 깎는데 무척이나 애를 쓰지 않았던가. 그리고 앞으로도 쭈욱.. 그럴 가능성이 많다. 가장 만만한게 복지 예산이니까 말이다.
나라를 둘로 나누지 말라?
초등학교 교실에서 1등부터 3등까지만 급식을 따로 주고, 학비도 면제해 주고, 따로 과외도 시켜주었다고 치자. 아이들이 "왜 쟤네 상위권만 잘해주세요?!" 라는 다른 아이들의 항의에 "우리 반을 둘로 나누지 마라. 우린 하나야!" 이런 식으로 호통을 치면 이해가 가기나 할까?
오직 "강부자"를 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무던히 애를 쓰고 있으면서 "평등"을 이야기하면 "나라를 둘로 나누지 말라"고 하는 호통이 돌아온다. "분열" 부터 시작해서 "불순"이란 단어를 넘어선다. 이건 아니다.
양극화 해소를 못한다고 맨날 노무현을 욕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양극화를 넘어선 초양극화를 위해서 애쓰고 있다.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헌재에서 어떤 판결이 내려진다고 해도, 나는 종부세는 정당하다고 본다. 종부세 부과의 방법이나 과정에 약간에 위헌 요소가 있다면, 그것만 고치면 된다. 그냥 일부에 문제가 있다고 얼씨구나 하면서 전체를 날려 버린다면, 어쩔 수 없이 또 거리로 나가야 하는 것일까?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딱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생각을 해보기 바란다. 매일 환율이 널뛰기하고 있고 그에 맞추어 주식도 널뛰기 하는데, 안에서 마이크 잡고서 "우린 문제 없어!"만 부르고 있으니... 밖에 나와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좀 봤으면 좋겠다.
종부세. 나도 나중에 그 대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기꺼이 내고 싶은 세금이다. (나중에 생각 바뀌지 말라고? ^^)
미디어 한글로
2008.11.8
http://media.hangu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