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프레스카드에 속지 마세요
기자 증명에 허술한 영화제, 가짜 영화 기자를 양산한다
프레스카드? 언론인 증명이라고?
영화제에 가보면, 프레스 ID카드를 가지고서 손쉽게 입장하는 사람들을 보곤한다. 이들은 대개 진짜로 언론에서 일하는 기자들이다. 미리 영화제측에 신청하면, 표가 없어도 들어갈 수 있는 (물론 일정비율만 배정하지만) 공짜 프레스 ID카드가 발급된다.
▲ PRESS 표기가 된 출입증은 영화제에서 선망의 대상이다.
단순히, 영화 무료관람의 혜택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각종 라운지 제공,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특권 등이 주어진다. 그래서, 프레스 카드를 목에 걸고 커피를 마시며 영화제 프로그램을 유유히 뒤적거리는 사람은 일반 관객들에겐 '선망의 대상'이다. 물론, 한손에 카메라 한 대 들고 있으면 더욱 그렇다.
의외로 프레스 ID 발급이 쉽다? 사라진 '국정홍보처' 기자 사칭해도 발급돼
그런데, 문제는 프레스 ID카드의 발급이 생각보다 쉽다는 점이다. 내가 겪었던 일인데, 오랫동안 '국정홍보처' 취재기자임을 사칭하고 다니던 사람이 있었다. 영화제마다 가보면 빠지지 않고, 프레스ID카드를 목에 걸고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속했던 동호회의 회원들을 초청해서 구하기 어려운 표도 구해주는 등, 아주 멋진 매너를 보여주었다.
국정홍보처는 이명박 정부 들어오면서 폐지되었고, 이는 문화부에서 담당하게 되었다. 조직 자체가 없어진 셈이니 '국정홍보처 기자'는 사라진 셈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친구는 여전히 '국정홍보처'기자 자격으로 프레스 ID카드를 얻어냈다고 한다.
하도 궁금해서 영화제측에 확인을 해봤고, 국정홍보처 조직을 이어받은 문화체육관광부에도 확인을 해보았다. (epeople.go.kr 을 통해서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국정홍보처에서는 단 한번도 "취재기자를 영화제에 보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또한, 그 문제의 인물이 그 영화제에서 프레스ID카드를 발급받은 것을 확인했고, 취소를 요청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국정홍보처 기자를 사칭하고 몇 년동안 영화제들을 종횡무진 누볐다는 뜻이다.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상당히 충격을 먹었다. 그리고 놀란 것은 "우리나라 영화제에서 프레스 ID카드 발급할 때 신분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굳이 어느 영화제인지 밝힐 필요도 없다. 적어도 내가 영화 관련 일을 했던 지난 4년 동안, 거의 모든 영화제에서 목격된 사람이었으니까 말이다. 우리나라 영화제를 완전히 가지고 놀았던 셈이다.
영화 동호회, 조심하시길!
문제는 이런 "기자사칭"은 모두 목적이 있다는 점에 있다. 금전적인 문제가 대표적인 것이다. 심지어, 나조차도 이 "가짜" 기자한테 '어느 회사에서 투자를 하고자 하는데 컨설팅을 해달라는 요청이 왔다'는 식의 '낚시'도 당해봤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만약 내가 걸려들었다면... 휴... 아마도 지금쯤 큰 후회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 동호회에서 주로 활동하는 '가짜 기자'들.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영화제 측에서는 조금 더 신분 확인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저번 영화제는 분명히 그 '가짜 기자'를 걸러내겠지만, 앞으로 있을 수많은 영화제에서 또 그치는 '언론인' 카드를 목에 걸고서 또 다른 '사기'를 칠지도 모른다.
프레스카드는 영화 동호회 회원들에겐 상당히 큰 '신뢰'고 '선망의 대상'이다. 하지만, 이 프레스 카드, 없어진 국가 조직에게도 발급하는 허술한 발급체계를 가지고 있다. 무조건 믿기전에 명함을 제대로 받고, 시험삼아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다. (하긴, 그 가짜 기자는 한 번도 제대로 명함을 준 적은 없다.)
영화제 관련자분들 중에서 이 가짜 기자의 이름을 알고 싶다면, hangulo@live.com 으로 연락주시면 제보하겠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자도 당부한 사항이다. 피해가 더 생기지 않도록 내게 도움을 요청했다. (연락 주시면 죄송하지만, 확인과정을 거쳐서 연락드린다. 사기꾼이 많은 세상. 누굴 믿을지 원...)
서로 믿고 사는 사회... 정말 기다려진다.
미디어 한글로
2008.7.14.
media.hangu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