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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헛발질 하기

Kangnam역은 Gangnam구에 있다? 강남구 영문표기 엉터리

Kangnam역은 Gangnam구에 있다? 강남구 영문표기 엉터리
2000년에 바뀐 표기를 아직도 수정하지 않아



경찰서만 틀린 줄 알았는데...강남구가 더 문제

아래의 글에서 나는 경찰서의 공식 영문표기가 현행 표기법을 따르지 않고 엉터리로 되어 있음을 고발했다. 경찰에서는 이를 받아들여서 상당수 수정했다.

그런데, 그때 처음으로 지적했던 '강남 운전면허 시험장'의 표기는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 근처를 돌아보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이미 2005년 말까지 법적으로 고쳤어야 할 표기를 고치지 않은 "불법" 표지판이 수두룩 했기 때문이다. 이곳에 그 사진들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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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역(Kangnam Subway Sta.(X) → Gangnam(○) / 국기원은 아주 옛날 표기로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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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취재 이후에도 여전히 바뀌지 않는 강남 면허 시험장 Kangnam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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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위를 올려다보면 이런 표기도 눈에 뜨인다. 맞는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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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정류장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역시 맞는표기.
Kangnam역은 Gangnam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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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추억을 되살려주는 반달 표시까지 친절한 틀린 표기





강남구의 답변은... 2008년말까지 정비예정.. 하지만 이게 더 문제

그래서 강남구에 문의를 해보았다. 왜 이런 표기법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답변은 아래와 같았다.

 우리구정에 깊은 애정과 관심을 보여 주신데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귀하께서는 강남구 새주소 도로명판에 표기된 영문이 현행 로마자 표기법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해 주셨습니다.

현행 로마자 표기법을 검토해 본 결과 2005. 12. 31 까지 이 표기법에 따라야 하나 반영하지 못한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강남구는 현재 새주소 도로명 개선사업을 추진중에 있으며 올해 안으로 완료할 예정에 있으므로 시설물설치시 현행 로마자 표기법에 맞도록 조치하겠습니다.

- 2008.6.20. 강남구 재무국 지적과


그리고 잠시 잊고 있었다가 최근 다시 자료를 뒤져보았다. 강남구는 전국에서 제일먼저 도로명 주소 시범사업을 한 곳이기 때문에 옛날 표기가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그렇지. 이미 법은 2000년에 바뀌었고, 2005년까지 5년 이상의 기한도 주었다.


로마자 표기법 (문화관광부 고시 2000-8호)

부 칙

① (시행일) 이 규정은 고시한 날부터 시행한다.

② (표지판 등에 대한 경과 조치) 이 표기법 시행 당시 종전의 표기법에 의하여 설치된 표지판(도로, 광고물, 문화재 등의 안내판)은 2005. 12. 31.까지 이 표기법을 따라야 한다.

③ (출판물 등에 대한 경과 조치) 이 표기법 시행 당시 종전의 표기법에 의하여 발간된 교과서 등 출판물은 2002. 2. 28.까지 이 표기법을 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구는 전혀 개선작업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하긴 했다. 조금씩 땜빵을 했는데, 사실 그 땜빵 덕분에 더 복잡한 표기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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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도로 표기는 땜빵을 해 놓았다. 불을 비춰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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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옆의 길은 수정하지 않아서, 결국 같은 "봉은"이란 말이 다른 표기로 적혀 있다.


그리고 이미 도로명 주소는 법률에 의해서 사용되고 있는데, 강남구는 올해 초에 다시 "기존 도로명 주소를 무시하고 새롭게 만든 도로명 주소로 교체"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래 기사를 보자.



주소체계 달라 혼란 [MBC] 2008.1.25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80125221517629&cp=imbc

행정자치부의 지침대로 주소를 만들자 강남구에만 9백 개가 넘는 길 이름이 생긴데다 주소를 찾기가 어려워 강남구가 독자적으로 새 주소체계를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동산말길'은 '논현로 서24길'로, '영동시장길'은 '학동로 남3길'로, 큰 도로 이름을 따 주소를 바꿨습니다.
주민들은 집 주소가 2번이나 바뀌어 혼란을 겪었고 강남구는 새 주소판을 제작하느라 이중으로 예산을 썼습니다.


결국, 도로명 주소 사업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외국 관광객은 강남구에서 Kangnam을 따라가다가 Gangnam을 만나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 뿐인가, 각종 표지판이 혼돈되어서 이제는 헷갈린 수준을 넘어섰다.


법을 지키는 지자체가 되자

로마자 표기법은 국가의 여러 지명들을 표기하는 데 필수적으로 지켜야 하는 법이다. 특히 바뀐지 8년이 되었는데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자체가 이를 무시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거기에다 한 번 정한 도로명 표지판의 페인트가 마르기도 전에 새롭게 고치는 것은, 어쩌면 '새로운 보도블록 교체 작전'에 가까울지 모르겠다.

또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모두 교통 표지판의 미흡함을 이야기 하는데, 표기법 하나도 제대로 통일 못한 표지판이 가득한 강남의 거리는 국가적 망신이기도 하다.

땜빵이라도 좋으니, 좀 빨리 고치기라도 하시길....


미디어 한글로
2008.7.8.
media.hangu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