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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헛발질 하기

성형외과 진료거부? 나도 경험했다


성형외과 진료거부? 나도 경험했다


성형외과는 미용전문?

울산 성형외과 4곳서 진료거부 '물의' [연합뉴스] 2008.5.26

26일 울산시 남구 이모(37)씨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2시30분께 산업현장에서 일을 하다 코 아래 인중 부분이 1.5㎝ 찢어지는 상처가 났다.

이씨는 얼굴에 난 상처라 흉터가 남을까봐 종합병원 응급실이 아닌 남구 삼산동에 밀집한 성형외과를 찾았다.

그러나 맨 처음 찾은 A성형외과에서는 간호사가 "의사가 없다"며, B성형외과에서도 한 간호사가 "우리는 그런 치료는 안한다"며 진료를 각각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피를 흘리며 인근 C,D 등 두 곳의 성형외과를 더 찾아갔으나 "의사가 없다", "의사가 세미나를 가 치료를 못해준다"는 간호사들의 대답과 함께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나도 그런 적 있어

이 뉴스를 읽다보니 10여년도 더 된 옛날 생각이 난다.

매일 밤 인터넷이나 PC통신에 푹 빠져서 지내던 대학 초년생때. 그러다보니 잠이 늘 모자랐다. 그래서인지 약간 얼이 빠진채 걷기도 했는데...

계단을 내려가다가 죽 미끄러졌는데, 불행히도 손에는 무엇인가가 들려 있었든지, 땅을 제대로 짚지도 못했다. 결국 얼굴을 그냥 계단에 박았는데... 문제는 안경이었다. 안경의 코받침이 눈위를 제법 많이 찢어낸거다. 처음에는 그냥 시원한 느낌이었는데, 피가 정말 철철 흘렀다.

급한 마음에 학교의 양호실이란 곳을 찾아서 응급처치를 하려고했으나, 그 선생님 왈... 이건 꿰매야 한다고 한다. 결국 이마에 붕대를 대고서 병원을 찾아나섰다.

문제는 바로 눈썹위라서 "성형외과"에 가서 꿰매야 흉터가 덜할 것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언제 성형외과를 가봤어야 알지! 부랴부랴 근처에 눈에 뜨이는 곳에 가서 치료를 부탁했다. 그런데, 당황한 간호사는 선생님이 안계시다든가.. 어쨌든 뻔한 핑계를 댔다.

일단, 피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것으로 싸우고 있어봤자 손해겠다 싶어서, 다른 병원을 찾았다. 그곳은 더 좋은 곳이었다. 뭐 병원이라기보다는 무슨 카페같은 분위기랄까? 지금도 그때의 그 신선한(?) 충격은...

어쨌든, 상처를 보여주면서 꿰매달라고 했더니, 잠시 망설이더니 일단 치료실로 안내했다. 그리고는 "이런 환자는 처음이다!"라는 것을 증명이나 하듯이 참으로 당황스런 상황이 계속 연출되었다. 다행히 의사 선생님이 아주 착한 분이셔서 차분하게 치료를 해주셨다. 어쩌다가 다쳤느냐, 이거 상처가 꽤 깊다.. 아프더라도 참아라.. 등등...

서너바늘 꿰매는 줄 알았는데, 대체 얼마나 꿰맸는지 알 수도 없게 따끔거렸다. 그리고 병원비를 내는데도 참 황당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성형외과에 "다쳐서" 온 사람은 거의 내가 처음일테니까 말이다. 그리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았고, 몇 번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더 받고 실밥을 뽑을때까지, 나의 호사(?)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다행히 흉터는 거의 남지 않았다. 난 손을 여러번 다쳤는데, 그때마다 꿰맨자국이 아주 뚜렷한데, 눈썹위는 다행히도 자세히보지 않으면 잘 모를정도로 깔끔하다. 그러면 나도 얼굴에 칼 덴 축에 속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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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시즌 드라마 "비포&애프터 성형외과"
별로 큰 인기는 못끌었지만, 성형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하는 드라마였다.
특히 "재건전문" 성형외과로 다시 개원하는 결말은 참 인상적이었다.
http://www.imbc.com/broad/tv/drama/bna/


가끔이라도 좀 착한 일도 하시길..

어쨌든, 성형외과는 "미용" 목적의 시술도 있지만, 얼굴 부위를 다치거나 했을 때, 최대한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해주는 역할도 있다. 하지만, 미용목적의 시술만 하는 곳에서는 다친 사람을 받기가 싫었을 것이 뻔하다. 그래서 아마 위의 사례도 일어났을 것이다.

솔직히, 돈 벌자고 비싼 돈 들여서 병원 차렸는데, "싸구려" 의료보험 환자가 오면 의사로서는 당연히 싫을것이다. 하지만, 그런 환자 맨날 오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기술로 충분히 착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데, 그걸 네 군데서나 거절했다는 것은 참 씁쓸하다.

나라의 모든 기능이 '실용'이라는 단어 아래서 "무조건 돈만 되면 된다!"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어서 더 심한 것일까? 그동안 "환경" 문제 때문에 중단되었던 수많은 "공사"들도 모두 시작될 판이니... 누구를 탓하랴.

그나저나, 돈 안되어도 얼굴 다친 환자는 좀 받아주시라! 성형외과 의사 선생님들, 부탁드린다!


미디어 한글로
2008.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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