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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헛발질 하기

어린이 날 행사에 정치인 귀빈 소개 꼭 해야 하나


어린이 날 행사에 정치인 귀빈 소개 꼭 해야 하나
높으신 분들 소개, 어린이 날엔 좀 참아주세요.


어린이 날 행사인데... 웬 귀빈소개가...

오늘은 어린이 날. 아이와 함께 마라톤에 참가하기로 했다. 마라톤이라고는 하지만, 그냥 2km 정도를 걷는 정도이다. 물론, 나이에 따라서 10km 까지 다양한 코스가 있었다.

9시 30분까지 오라는 말에 부랴부랴 시간을 맞추어서 나갔다. 하지만, 행사 시작은 그보다 늦었다. 아이는 이미 보채기 시작했다. "왜 출발 안해?" 하면서 짜증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가 어릴수록 집중하는 시간도 짧고, 사람들 틈에서 기다리는 것에 익숙하지도 않다.

아이를 달래면서 출발 신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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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시작하려고.. 귀빈소개에 "정확히 얼마 냈는지" 소개가 이어졌다


그런데, 이게 뭔지... 주최가 서초구 주민 자치발전 협의회에서 하는 것이었는데, 귀빈 소개를 하면서 국회의원 당선자를 비롯해서 구청장 등등 "누구.. 오셨습니다" 하며 박수를 이끌어내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번 행사에 물품이나 경품을 댄 곳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얼마 상당의 무엇"을 아주 세세히 소개했다.

아이의 짜증은 더해갔다. 솔직히, 누가 도와주셨습니다.. 정도는 그냥 접대 멘트로 넘어가겠지만, 일일이 얼마를 냈는지까지 밝히면서 생색을 내주는 것은 좀 오버같았다. 더욱이 귀빈들을 소개하면서 박수를 유도한 것은, "꿈나무 거북이 마라톤 대회"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건 못난 어른들의 행사에서나 하는 것 아닌가. 국회의원 소개하고, ㅇㅇ장 들 주르르륵 소개하고... 이건 꿈나무인 아이들을 위한 행사의 모습이 아니다.

그리고 소개받은 분들 가운데 두 분이나 나와서 (비록 짧긴 했지만) 연설을 하는 시간동안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아이들은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어른들 생색내기에 아이들의 소중한 시간이 허비되어선 안된다

어쨌든, 어린이 날 행사에서 만큼은 제발, 귀빈 소개라든지 협찬한 사람 소개는 좀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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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달리기까지 얼마나 많이 아이들을 기다리게 해야 했는지.. 어른으로서 미안하다


오히려 오늘 소리소문 없이 해서 엄청난 "꽝"이 많이 나온 경품행사와 바꾸었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많은 수의 사람들은 푸짐한 경품을 구경만하고, 정작 추첨 시간에는 다들 다른 곳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주최측의 공지는 일체 없었으니 당연한 것이다.) 주소와 이메일, 전화번호까지 꼼꼼하게 적어놓은 경품권을 받아놓고도 "현장에 없으면 무효"라는 묘한 방식을 택한것도 의문이지만, 만약 경품 추첨을 귀빈 소개 시간이나 누가 돈 얼마 냈는지 소개하는 시간에 했더라면 더욱 사람들은 기뻐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경품 추첨 후에 그 수많은 개인정보들은 안전하게 폐기될지도 의문이다. (오늘의 행사 진행을 봐서는 여러가지로 불안불안하다.. 거의 모든 것이 오류의 연속이었다.... 옆에서는 '서초구 바보'라고 하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어린이 날, 적어도 어린이를 대접할 줄 아는 "착한 어른이"가 되었으면 한다. 앞으론 어린이 날 행사에 귀빈 소개는 좀 초초초미니로 하든지 아예 하지 말아주길 빈다. 끝나고 하든지!


미디어 한글로
20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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