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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사는 세상/점자-두뇌 트레이닝

한글 점자 자석 장난감 속의 깊은 뜻, 존경합니다!


어느 사장님의 방침
 
한글 점자 자석 장난감 속의 깊은 뜻,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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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의 한글 공부를 돕기 위해서 구입한 한글 자석 장난감


첫번째 편지 - 사장님, 이게 뭡니까?

사장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한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아이가 한글을 배울 나이가 되었기에, 마트에 나간김에 한글 자모를 냉장고에 붙이면서 배울 수 있는 한글 자석놀이 장난감을 사게 되었습니다. 사실, 꼭 사장님이 만드신 제품이 맘에 들어서 산 것은 아니었어요. 그 마트에는 그 제품밖에 없더군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집에 오자마자 "엄마"와 "아빠"를 냉장고에 써 넣고 아이에게 공부를 시키려고 했지요.

그런데, 이상했어요. 이거 불량품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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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오톨도톨한 것은 무엇입니까?


매끈해야 할 표면에 이게 뭡니까?

혹시 한글과 숫자를 같이 가르치기 위한 것인가 싶어서 아무리 봐도, 점 여섯개 혹은 열두개가 있고, 거기에 작대기는 또 뭔지...

이거, 끝처리 과정에서 불량이 생긴 것은 아닌가요? 혹시, 간첩들이 사용하는 이상한 암호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무심코 봤던 제품의 이름을 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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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가지 자석


신나는 한글.. 뭐 별거 아니네요. 자음 + 모음.. 이것도 당연한 것이지요.

가만.. 다섯가지 칼라"점자"자석? 점자라구요? 이거 시각 장애인이 쓴다는 그 점자 맞나요?

근데, 점자면, 점자인데.. 왜 한 글자에 이렇게 많이 쓰여 있는 것이죠? 위의 작대기는 뭐랍니까? 점자에 작대기도 있나요? 이거, 뭐 이런 것을 만드셔서 헷갈리게 하십니까? 점자를 누가 쓴다고 이래요?

이거 바꿔주세요. 그냥 매끈한 것으로 주세요.


두번째 편지 - 사장님, 죄송합니다


사장님께.

어제는 너무 흥분했습니다. 제가 좀 잘못알았나봐요.

찾아보니까, 점자가 맞더군요. 그리고 "시각 장애인 어린이들도 가지고 놀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라는 문구까지 읽고나니... 제가 어제 얼마나 경솔했는지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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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나는 한글.영어.숫자는 시각장애인 어린이들도 가지고 놀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덕분에 한글 점자에 대해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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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글 :  (1) 두뇌 트레이닝 - 점자로 잠자는 두뇌를 깨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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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것은 첫소리 ㅍ, 아래것은 받침 ㅍ이다.


이 글자만 봐도, ㅍ인데, 처음 것은 첫소리(초성) 으로 쓰이는 것이고 그 아래는 받침(종성)으로 쓰이는 것이더군요. 저는 점자가 받침 글자가 따로 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참고] 한글점자 일람표

첫소리ㅍ

받침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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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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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소리와 받침 모양은 한 칸 내리거나 좌우 대칭 형태라고 한다


훈맹정음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일제 강점기인 1926년 송암 박두성 선생님이란 선각자께서 만드신 것이라지요? 정말 놀랐습니다. 점자의 영어표기가 Braille인데, 왜 그렇게 철자가 어려운가 했더니, 프랑스 사람 "루이 브라이유(Louis Braille)"의 이름을 따서 그렇더군요. 이 분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여섯개의 점으로 된 점자를 개발한 분이시더라구요.(1829년)

위의 작대기는 그게 윗쪽이라고 표시하기 위해서 넣어두신 것 같더군요. 원래 점자는 여섯개의 점 중에서 필요한 점들만 도드라지게 표기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두는데, 조금 작게 도드라지게 한 것은 바로 학습을 위해서란 것도 알았습니다.

이런식으로요...

★ 첫소리

자음

된소리

첫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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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소리 이응(ㅇ)은 생략한다.

점자를 해석할 수 있는 표를  < 한글점자 일람표 (한글로 블로그) > http://blog.daum.net/wwwhangulo/5285748 에 실어 놓았다.

그런데, 사장님... 이건 좀 너무하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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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틀로 만들어도 될 것을 점자를 넣는 덕분에 서로 다르게 만들어야 했다
당연히 제작비는 올라갔을 것이다


사실, 다른 한글 자석 장난감은 ㅏ ㅓ ㅗ ㅜ 가 똑같은 모양의 틀에서 찍어낸 것이지요. 그런데, 사장님은 점자를 표기하기 위해서 네가지를 모두 다른 틀로 만드셨더라구요. ㅡ ㅣ 도 마찬가지고.. 이런식으로 하면, 더 많은 틀을 만들어야 했을 것이고, 덕분에 제작 단가는 올라갔을 것 아닙니까?

회사의 기본적인 윤리는 "제작 단가는 낮추고 이윤은 높인다"일텐데, 왜 굳이 이렇게 무리하셔서 점자를 넣으셨는지요?

정말 궁금합니다.대체 사장님이 생각하고 계신 기업 윤리는 무엇입니까?


세번째 편지 - 사장님, 존경합니다.


사장님께.

답변은 주시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런 것을 가리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라고 하더군요.

바로 "사람" 중심의 디자인이지요. 여기서 말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을 말하더군요. 우리는 흔히 "나와 비슷한 환경에 있는 사람"만을 "사람"이라고 칭하는 못된 버릇이 있지요. 하지만, 사장님은 진정한 "사람"을 찾으신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이 장애가 있든 없든, 어른이든 아이든, 교육을 받았든 받지 않았든, 한국인이든 파키스탄인이든... 모두가 "사람"이며, 그런 "사람들"이 아무런 차이 없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 바로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하더군요.

그 중에서 사장님께서 만드신 이 제품은 바로 "시각 장애인"이든 아니든 아무런 문제없이 가지고 놀면서 한글을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장난감을 만드신 셈이네요. 눈이 보이는 아이는 훈민정음의 한글을 배우고, 눈이 보이지 않는 아이는 훈맹정음의 한글을 배울테지요.


우리나라 국회 홈페이지를 가면 "시각 장애인용 홈페이지"를 따로 만들어서 안내하더군요. (www.assembly.go.kr 접속후 F12를 누르면 갑니다) 이러한 것이 바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시각 장애인은 특별한 홈페이지가 따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웹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간단한 작업만 하면, 그냥 우리가 보는 홈페이지를 같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해요.

그런데, 국회를 비롯한 많은 공공기관에서는 "장애인 수용소"처럼 따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고,  "니들은 여기서나 놀아"라고 하면서 생색을 낸 셈이지요. 무조건 "자신과 다르면 배척"하는 나쁜 습관이 인터넷에도 있는 셈입니다. 저는, 시각장애인이신 분이 만드신 블로그도 가끔 들르는데, 그 블로그는 그냥 우리나라 포털에 있는 블로그랍니다. 특별히 다르지도 않더군요.

만약, 사장님도 이런 "국회류"의 생각을 하는 분이었다면, 한글 자석 장난감에 점자는 안넣으셨겠죠. "시각 장애인용 점자 장난감"을 대충 따로 만들든지 했겠죠. (아뇨. 아마 채산성이 없다고 안만들었을 것입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저는 덕분에 제 주변에 "유니버설 디자인", "사람"중심의 디자인에 대해서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를 또 하나의 글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알릴 생각입니다.

제가 보지 못했던 넓고 넓은 세상을 보여주게 해주신 사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도 제 아이에게 한글 자석 장난감에 있는 점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 주려고 합니다. 이왕 사는김에, 숫자와 영문 장난감도 사야겠어요.

★ 이 제품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신나는 한글" 로 검색하셔서 "점자"가 있는 제품인지 확인하시면 됩니다. (다섯가지 칼라 점자 자석 문구 확인) 이런 좋은 제품을 만드신 분은 부자 되셔야 합니다! ^^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2007년 6월 13일

한글로 올림

http://blog.daum.net/wwwhangulo


★ 사실은 실제로 사장님께 편지를 보내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제 마음속으로 깊은 감사를 전하고 있을 뿐입니다. 여러분도 주변에 어떤 제품이 "유니버설 디자인"을 택했는지 찾아보세요. 저는 곧 다른 글을 통해서 여러분과 제가 찾은 것들을 나누겠습니다.

▲ 블로거뉴스 제목 :  점자 자석장난감 만든 사장님.."존경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 외침
한글로.
2007.6.13

한글로

← '한글로' 라는 점자 표기입니다.
http://media.hangulo.net/393



* 이 글은 예전 제 블로그(blog.daum.net/wwwhangulo)에서 옮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