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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사는 세상/점자-두뇌 트레이닝

친구, 술 한잔 할까? 점자 있는걸로!



친구, 술 한잔 할까? 점자 있는걸로!



친구.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말아.

아, 미안.

눈이 안보이는 내가 어떻게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줄 아냐고?

그렇군. 하도 그런 말에 익숙해져서 말이야.


다들 내가 앞을 못보게된 이후로는 너무 불쌍하게 봐서 말야.

하긴, 이해해. 나도 그랬거든.

나도 정말 앞이 캄캄했지. 이거 너무 멋진 표현인데? 정말 앞이 캄캄해진거야.

점점 희미해지다가, 어느 순간에 딱! 하고 꺼져버린거야.


참 암담했어.

이렇게 살아야하나 낙담했지.

그냥 죽어버릴까도 생각했어.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


적어도 나는, 이 세상을 봤잖아.

내가 아는 아이는 한 번도 세상을 본 적이 없어.

그래도, 나보다 더 길도 잘다니고, 친구들과 재밌게 놀더군.

그리고, 난 다른 감각이 모두 살아 있잖아! 이것봐, 입은 살아서 잘도 이야기하지.

이것만 해도 난 남들보다 더 많은 축복을 받은거야!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축복이라구!


그래, 피곤한 이야기 다 집어 치우고, 우울한 표정 걷어버려.

거봐, 그러니까 좋잖아?

(내가 설마 앞을 보면서 이런 이야기 한다고 생각말아. 이렇게 대해줘야 편하니 그런거야)

자, 그럼, 우리 한 잔 할까?


소주를 먹자구.

아니지. 쏘주.


뭐야? 내가 앞이 안보인다고 술도 못마신다고 생각한거야?

설마, 내가 앞이 안보인다고 술도 못따라 줄것이라고 생각한거야?

이 친구 보게나.

이거 완전히 몹쓸 친구일세.


자, 자네가 좋아하는 참이슬 한 잔 받아.

술잔을 이리 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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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구? 이게 참이슬인지 어떻게 아냐고?

거참.. 이 술 자네가 사온 것 아닌가? 그러면 당연히 참이슬이겠지?

가만.. 이거 뭐야? 옆의 것은 참이슬이 아닐세!


뭐? 어떻게 아냐고? 이봐, 자꾸 내 눈이 보이는지 손을 눈앞에서 흔들지좀 마. 느껴진단 말야.


여기봐. 여기에 글자가 써 있잖아! 안보여? 눈이 안보이는 나도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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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점자 표시가 보이나? 사실, 없는게 더 많긴해. 그래도 난 귀신같이 알아내지.

어떻게?


이 친구야. 술꾼이 한 잔 마셔보면 당연히 아는거 아닌가?
자, 한 잔 더 줘봐!


뭐? 다른 소주에는 없냐구? 그래. 없더군. 몰라. 요즘에는 생겼는지. 앞으로는 넣을 것인지.

그래. 자네 생각에는 여기에 뭐라고 쓰여 있는 것 같아? "참.이.슬?'

땡!이야


여기에는 "진로"라고 회사 이름이 쓰여 있어. 뭐? 여기처럼 영어로 쓰여있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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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무식한 친구 봤나. 훈맹정음도 모르는게야? 하긴 알리가 없지.


왜 전에 누가 점자 일람표를 올렸더군. ([점자 일람표 보기]) 아니, 그 글보다 더 먼저 점자에 대한 이해에 대한 글을 읽어야해 [두뇌 트레이닝 - 점자를 배우자] 그리고, 최근에 올라온... 그 한글 점자 장난감에 대해서도 읽어보게 [점자 장난감에 대한 글])


다 읽었나? 이게 왜 진로인지 이젠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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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 + 인(약자)+ㄹ+ㅗ = 진로


이렇게 되어 있는거야. 약자는 뭐냐구? 저걸 ㅈ+ㅣ+받침ㄴ 까지 쓰려면 글자수가 많아지지. 그래서 점자에는 자주 나오는 글자는 약자를 정해 놓고 쓰고 있어. 안그래도 훈맹정음(점자)로 바꾸면 문서의 양이 늘어나는데, 조금이라도 줄여야겠지.


가만..


왜? 소주를 몇 잔 먹고나니 취기가 도나?


그럼, 맥주로 주종을 바꿀까나? 우리 예전에 자주 그랬잖아. 기분 좀 내자구.

거.. 앉아 있어. 자넨 손님 아닌가? 내가 가져오지.


자, 여기.. 맥주...

자네도 알지? 내가 캔맥주 좋아하는거?

이상하게 같은 맥주를 마셔도 말이야. 이 캔을 따고 쭉 마시는게 정말 맛있거든. 자, 시원하게 따봐?


가만... 또 왜 머뭇거려? 그래, 묻고 싶은게 있는거군?

어떻게 이게 맥주인 줄 알았냐구?

이거, 시각 장애인이라고 너무 우습게 보는데?

우리는 냉장고 정리를 정말 잘해놓지. 그래야 쉽게 꺼내 먹을 수 있으니까.

그건 그렇고, 맥주에도 이렇게 쓰여져 있는데 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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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B라거, 하이트, 아사히 맥주


이런.. 여기에는 "하이트"라고 쓰여 있는 것이냐고? 나원참.. 아까 공부하라고 할 때 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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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침

 이거야. 그냥 맥주라고 쓰여 있어.


거기 옆의 다른 맥주도 있지? 거기도 사실.. 그냥 맥주라고 쓰여 있지. 맥주엔 다 맥주야.


거기, 다른게 하나 있다고? 그럼 당연하지. 그건 일제 맥주야. 일본어로 "술(おさけ)"이라고 쓰여 있지.

일본어도 점자가 있냐고? 이런 무식하긴! 전세계에서 사용하는 6점짜리 점자는 다 세계 공통기호야. 단지, 규칙이 다를 뿐이지. 한마디로 점자는 전세계 사람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유일한 문자라고나 할까. 자넨, 까막눈이니 잘 모르겠군. 난 소식적에 일본어를 좀 해서, 요즘에는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지.


자, 이걸 보게나. 다 쓰여 있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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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술 종류에는 점자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생각해. 생각해봐. 시각 장애인이 음료수인지 모르고 먹었을 때를 말야. 어린아이나 술에 약한 사람이 먹으면? 낯선 곳에서 누군가 음료수를 줬는데, 그게 술이라면? 뭐, 여러가지 일들이 있을 수 있지.


그런데, 이 음료수를 봐. 이건 음료수인데도 친절히 점자 표시를 해 두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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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뭐라고 썼는지 좀 알겠나?


그래. 내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했군.


잘 보면, 하트 표시도 되어 있고, "음료"라고 쓰여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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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침


ㅡ + 받침ㅁ+ ㄹ + ㅛ = 음료
가 되는거야. 점자에서 첫소리로 쓰는 ㅇ(이응)은 생략하거든


자, 이제 이걸로 입가심 하고, 나가자구.

오랫동안 안에 있었더니 답답하군.


이런, 또 이러긴가? 나는 매일 밖에 나가서 산책도 하고, 직장도 나가고 한다구.

아마, 자네보다 내가 길을 더 잘갈테니 걱정 말아.

대체 시각 장애인을 뭘로 보는건가?


자넨 블로그도 없지만, 난 블로그도 만들어서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지.

또또.. 시각 장애인이 컴퓨터를 어떻게 하느냐고? 이런.. 그건 다음에 이야기 해주지.

자, 좀 비키게. 거기 문 앞에 서서 뭐하자는거야?


나가자구.


다음에 올때는 자네가 술을 종류별로 사와.


꼭...

점자 있는걸로!

난 그게 더 맛있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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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시각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가상으로 쓴 글입니다. 제가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서 쓴 글이지만, 혹시 시각 장애인의 실제 생활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적해 주십시오. 즉시 수정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 글에 나온 제품들은 의도적으로 제품 이름을 노출했습니다. 굳이 노출 안해도 잘 팔리는 제품들이지만, 그래도 칭찬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 번 더 강조합니다

※ 술병 이외에도 의약품 등에 점자 표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늘려야 합니다.


미디어 한글로
한글로. 2007.6.28

* 이 글은 제 예전 블로그(blog.daum.net/wwwhangulo)에서 옮겨왔습니다. (2008.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