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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중간광고? 시청료 올리고, 광고도 펑펑?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시청료 올리고, 광고도 펑펑?



1시간 남짓한 영화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재밌는 이야기 하나로 시작해보자. 나는 인도 영화 동호회를 오랫동안 운영했는데, 인도영화는 보통 3시간이 넘고 긴 것은 3시간 40분을 넘기도 한다. 짧아야 2시간 40분정도. 그래서 인도 영화는 영화관에서조차 중간 쉬는시간을 갖는다.

그런데, 이 길고 긴 영화가 한국 케이블 TV에서 방영을 하는데, 거짓말 조금 보태면... "하루종일" 하더라는 것이다. 왜 하루종일이냐고? 거야... 중간에 광고를 자꾸 넣으니, 안그래도 길고 긴게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소리다. (그래서, 그 영화를 케이블TV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본 사람은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고 있다나... ^^)

그런데, 오늘 방송위원회에서, "지상파 방송, 즉 KBS MBC SBS의 중간광고 허용"을 의결했다고 한다.




첫번째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기 바란다. ('양날의 칼' 중간광고 허용되나)

어쨌든, 중간 광고는 추가적인 이익을 방송사에게 안겨주는 이점이 있겠다.

그리고, 시청자에게는 "중간중간" 딴짓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다. 특히, 흥미진진한 스릴러 영화를 보고 있는데, 중간에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궁금해서 가지 못했던 많은 영화 매니아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소식일 수도 있다. (거참.. 웃자고 하는 이야기임.. ^^)

하지만, 무엇보다 기분이 나쁜 것은... 이렇게 하는게 또 "시청자 니들을 위한거야!" 라는 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중간광고로 인한 '시청자 주권 침해' 주장은 명확한 근거가 제시되기 어렵다. 향후 지상파 방송사의 경영 악화로 HD프로그램과 같은 고비용 콘텐츠 제작이 지장을 받을 경우 오히려 시청자의 볼 권리가 침해된다는 점에서 더 이상 설득력 없는 논리다. 방송사 마케팅 활동의 핵심인 방송광고 운영제도는 광고편성권 자율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검토돼야 한다. 광고총량제를 근간으로 중간광고를 도입할 때 매출 증대는 약 400억 원 규모로 예상된다."(문철수 교수, 10월4일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 토론회 주제발표문 <재원구조 개선을 통한 지상파 공익성의 구현>)

'양날의 칼' 중간광고 허용되나 [미디어오늘] 2007.11.2 중에서 발췌



시청자를 위해서 시청료도 올리고, 중간 광고도 내보내고...


KBS 수신료 인상
▲ KBS의 약속이 공염불이 되지 않기를..



그렇다. 시청료를 두배정도 인상하겠다는 목적도 "시청자들에게 HD프로그램과 디지털 전환이 어쩌고..." 하면서 모두 "시청자를 위한 것" 이었다.

그러니, 중간광고로 돈을 벌어도 모두 이것은 "시청자를 위한 재투자"로 갈 것이라는 말이 된다.

아하! 이렇게 시청자를 위하는 방송국이었다니... 눈물이 막 날려고 한다.

그런데, 그러면... 만약... 조금 덜 위해줘도 되니까 중간광고를 줄이고 시청료를 조금만 올리면 안되겠느냐고 시청자가 물으면 어떻게 답을 할까?

솔직히, 자기들 배불리기 위한 것임이 분명함에도 괜히 "시청자 배려"운운 하면서 그러는 것 천하가 다 알지 않나.

그나마 이번 결정이, 도저히 합의가 불가능해서 "표결 (5:4)"로 간신히 통과되었다는 것은 방송위가 그나마 양심적이라는 이야기가 되려나?


시청료를 올리면, KBS는 중간광고를 포기해야 옳다

그렇지 않나? 논리를 따져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KBS는 광고 수익이 시원찮아서, 그리고 공영방송은 원래 시청료를 받아야 국민의 권익이 높아진다고 주장해 왔다. (물론,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이 기회로 광고 수익이 팍팍 올라가는데도 시청료를 기존 주장처럼 올리면.... 둘 중의 하나는 포기해야 하지 않나? 공영 방송 아닌가.

다른 MBC와 SBS도 중간광고를 조심해서 하지 않으면, 사람들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케이블TV는 중간광고 하는데 무슨 불편이냐고?" 케이블 TV와 공중파와 같지 않다는 것은 이미 공중파 방송들이 더 크게 외치던 꺼리다.

파급효과도 그렇고, 시청인구도 그렇다. 시청률도 엄청난 차이가 난다.

한마디로, 공중파TV가 케이블TV처럼 야해지면, 우리나라 성교육의 수준은 아마 세계 최고가 될 것이다. (물론 그 교육의 질은 보장못한다) 아마 집에서 TV 부숴버리는 일이 많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


시청자를 위한다는 소리는 안했으면 좋겠다

어차피, 결정이 되었으니 몰고 가겠지. 우리같은 서민이 무슨 힘이 있겠나. 그냥 보여주시는대로 보는거지.

하지만, 이 결정이 '시청자를 위한 위대한 결단'이라느니 하는 말은 삼가했으면 좋겠다. 듣는 시청자가 너무 기분이 나쁘다.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건, 누군가를 아무 이유없이 막 때리면서 "이건 너를 위한거야"라고 외치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중간 광고로 내가 무슨 피해를 입냐고? 그거야, 보는게 좀 짜증날거다. 이게 피해가 아닌가? 시청자가 좀 불편한게 피해가 아니면, 대체 뭐가 피해냐고.

하긴, 중간광고 좋아하는 분도 계실테니, 이 정도로 하는게 좋겠다. 어쨌든, 시청자를 위한 결단이라는 뉴스만 내일 아침에 안봤으면 좋겠다. 알겠습니까...!


미디어 한글로
http://media.hangulo.net
2007.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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