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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헛발질 하기

한명숙 총리 최후진술. 우리 모두 울었습니다

한명숙 총리 최후진술. 우리 모두 울었습니다


“표적수사의 참담한 비극 더 이상 반복 안 되길”

- 한명숙 전 총리 최후 진술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이제 피고인으로서 치러야 할 마지막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까지도, 제가 왜 피고인으로서 이 법정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고 하는 말에 보내는 그들의 날선 적대감과 증오를, 그저 놀라운 눈으로 지켜볼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건을, 보편적이고 법리적인 방식으로 이끌어 오신 재판장님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친절하면 돈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고, 식사를 하면 청탁과 이권이 오고가는 관계로 발전한다는 해괴한 논리의 세계를 저는 사실 잘 알지 못합니다.
총리를 지냈으면 훨씬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받아야 당연하지만, 뚜렷한 증거도 없이 추정과 가정을 바탕으로 기소 당해야 한다는 현실은 참으로 참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피고인석에 앉아 검사들을 바라보며 저는 마음속으로 그들에게 묻고 또 물어봤습니다. 왜 저를 그렇게 무리하게 잡아넣으려 했는지, 왜 저에 대해 그토록 망신을 주고 흠집을 내려 했는지, 대체 어떤 절박한 상황 때문에 그렇게 했는지를 말입니다.

저는 법률가는 아닙니다.
그러나 법관이 판결문으로 말하듯이 검사는 오로지 사실관계에 기초해 증거와 공소장으로 말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진실을 다투는 과정은 오로지 재판정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검찰이 공명심에 사로잡혀 표적수사를 벌임으로써 생겨난 참담한 비극의 역사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 폐해가 얼마나 큰 지를 아프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역사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제게 주어진 시련을 견뎌내는 동안 몸도 마음도 매우 고통스러웠습니다. 특히 영문도 모르고 모진 일을 겪게 된 주위 분들과 가족들의 고통을 바라보는 일이 무엇보다 힘들었습니다.
학생의 신분으로 조용히 공부하며 지내는 아이가 마치 깨끗하지 않은 돈으로 유학 생활을 하는 듯 얘기되어지고, 홈페이지까지 뒤져 집요한 모욕주기에 상처받았을 마음을 생각하면 엄마로서 한없이 미안하고, 제가 받은 모욕감보다 더 큰 고통을 느낍니다.

그러나 저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재판정에서 최선을 다했고 저의 결백을 입증할 소명도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 16차례에 걸쳐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을 법정에서 구현하여 충실하게 심리해주신 재판부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저를 믿고 변함없이 격려해 주신 수많은 시민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저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변호인단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아무쪼록 저의 결백을 밝혀주셔서 정의와 진실이 반드시 이긴다는 믿음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0. 4. 2.
한명숙


이 최후진술을 듣는내내 훌쩍였고, 끝나고 나자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났습니다. 지난 노대통령 장례식에서의 기분이 자꾸만 느껴지더군요.

한명숙 총리의 무죄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동안 하셨을 마음고생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검찰의 유죄 논리중에 어이 없는 대목이 있습니다.

한 전총리가 곽사장 부인을 위로했다는 것을 이유로 "만약 죄가 없다면, 자신을 음해한 사람에게 따뜻한 말을 건넬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유죄의 증거라고 했습니다.

믿건데, 한 총리님께서는 4월 9일 검찰에게도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넬 것입니다. 알아두세요. 그런게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검찰에게 종교를 가질 것을 권합니다. 사랑을 배울 것을 권합니다.

(마지막 공판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히 다른 글을 통해 전해드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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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4.2
역사적인 재판을 참관하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