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헛발질 하기

표기법 틀린 서울시 디자인 교과서 - 굳디자인(x), 굿디자인(o)

표기법 틀린 서울시 디자인 교과서
엉터리 외래어 표기법 적용, "굳디자인"이란 표기를 버젓이..


내년부터 초등생 디자인 수업... 그건 좋지만...

내년부터 서울지역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자인 수업이 개설된다는 소식은 무척이나 반가운 소리다.

내년부터 '초등생 디자인' 수업 [MBC뉴스] 2009.12.7
http://imnews.imbc.com//replay/nw1800/article/2515831_5794.html

(일부발췌)
서울시와 서울시 교육청이 일년 반 동안 연구 개발해 만든, 국내 최초의 디자인 교과서로 내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이 재량활동 시간에 이 교과서를 배우게 됩니다.

서울시는 디자인을 단순히 이해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디자인 창작까지 경험할 수 있어서 창의력 증진에 도움일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참고자료 : 서울시 보도자료 링크



위의 뉴스를 DMB로 흔들리는 버스 위에서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상한 부분이 눈에 확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에 들어와서 위의 기사를 찾아서 동영상을 확인하다가 결국.. 발견하고 말았다.

Good design 의 바른 표기는 "굿디자인"인데 "굳디자인"으로 잘못표기


▲ "굳디자인"은 틀린 표기다. "굿디자인"이 맞는 표기

위의 캡처 사진을 보라. "굳디자인이란?" 이라고 아예 단원 제목으로 쓰여 있다. 이는 "굿디자인(o)"의 잘못이며, 앞뒤 문맥을 따지지 않고 본다면 굳이 "굿디자인"이 아닌 "좋은 디자인"이라고 써도 무방할 듯 하다.(만약 Good design 마크를 설명하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표기법 중에서 "외래어"의 표기는 "외래어 표기법" (1986년 고시)을 따르고 있다. 나라별 용례 등이 조금씩 수정되긴 했지만 아래의 커다란 원칙은 20년 넘게 지켜지고 있다. (외국어 표기도 같이 따르고 있다.)


외래어 표기법
(국립국어원)
http://www.korean.go.kr/08_new/data/rule03.jsp
http://enc.daum.net/dic100/contents.do?query1=10XXXX7606

제1장. 표기의 기본 원칙

제1항. 외래어는 국어의 현용 24 자모만으로 적는다.
제2항. 외래어의 1 음운은 원칙적으로 1 기호로 적는다.
제3항. 받침에는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을 쓴다.
제4항.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제5항.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


그래서 "케잌" 대신에 "케익"이 맞다.  "굳모닝 증권"이 아니라 "굿모닝 증권"이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교육을 국어시간에 배우는데, 사실, 별로 중요하게 안가르치고 맨날 바뀌어서 헷갈린다는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맞춤법이 바뀐지는 20년, 현행 외래어 표기법은 23년째 같은 표기를 쓰고 있다.)

이 표기법에 대한 논란은 하지 말도록 하자. 적어도, 출판물은 현행 표기법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더더욱 교과서는 말 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어떻게 서울시와 서울시 교육청이 함께 오랫동안 개발했다는 교과서에 이런 엉터리 표기가 실린 것인지 궁금하다. 현행 표기법 자체를 무시한 어떤 원칙이 있다면, 그도 같이 발표해야겠지만, 이는 우리 말글살이의 뿌리를 흔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표기법에 대해서는 국립국어원 www.korean.go.kr 에서 운영하는 "가나다 전화" 02-771-9909에서도 확인했음을 밝힌다. 2009.12.8. 오전 9시 10분경)

한 나라의 표기법은 손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 개인이나 신문은 자체적으로 만든 기준을 쓴다고 하지만, 적어도 국가에서 나오는 교과서는 현행 표기법을 맘대로 바꾸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교과서가 표기법을 틀리면 어떻게 하나?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표기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표기를 쓴 것은 정말 국가적인 창피다.

서울시와 서울시 교육청은 이런 틀린 표기가 적힌 교과서를 버젓이 언론에 공개한 것에 대해서 자세한 경위를 설명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틀린 표기를 현장에서 보고도 별다른 지적이 없었던 수많은 기자분들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굳디자인"으로 검색해 보면, 신문도 무척이나 많이 틀리게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d발음이니 ㄷ으로 적고 싶고, k 발음은 ㅋ으로 적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적으려면, 먼저 외래어 표기법 부터 바꾸어야 한다.) 심지어 대한민국 정책포털 (korea.kr, 국가에서 운영하는 것)에도 "굳디자인"이라고 쓰여 있다. (관련링크) 이건 좀 아니라고 본다.

서울시 담당자에게 문의해 보니, 아직 보도자료 수준의 인쇄물이라 현재 수정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정식 인쇄가 들어가지 않았고, 오류 부분은 모두 수정한 후에 배포한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너무나 기초적인 부분에서 오류가 난 것은 유감임을 밝힌다.

각종 신문, 출판물에서도 표기법에 조금만 유의했으면 한다. 영어 철자가 틀리면 무식하다고 핀잔을 주면서, 맞춤법이나 표기법이 틀린 것은 그냥 넘어가는 세태는 분명히 정상은 아닌 듯 하다.

* 또한, 이런 글에 따라올 내 글에서 표기법 틀린 부분에 대한 지적은 얼마든지 환영한다. 늘 공부하는 마음으로.. ^^



미디어 한글로
2009.12.8
http://media.hangu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