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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소원에서 기각되면 망신인가?
노무현 대통령의 헌법소원 사건을 보며



헌재에서 "기각"된 노무현 "개인"의 헌법소원

아주 오래전이라 기억할 수도 없지만, "정치인"인 대통령이 실제 선거에서는 "무조건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어딘가 이상한 점이 있어서, 노무현 대통령이 개인 자격으로 헌법 소원을 냈다.

노대통령 憲訴.."정치적 표현자유 침해" [연합뉴스] 2007.6.21
http://news.media.daum.net/politics/administration/200706/21/yonhap/v17174457.html

(일부발췌)
천호선 대변인은 "대통령이 참평포럼 등에서 한 발언에 대한 선관위의 조치로 국가공무원법상 정치활동이 인정된 정무직 공무원인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제9조에 의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약당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했다"며 "정치활동과 선거과정을 통해 선출된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과 반론을 제약하는 것은 선진민주국가에서 유례가 없어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하고 정치선진화를 이루기 위해 선관위 조치에 대해 헌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헌법소원에 대해서 야당과 여러 신문들은 원색적인 비난글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노대통령 헌법소원 강행] 헌정사상 처음… 한나라 “각하 뻔히 알면서… 정략적” [국민일보] 2007.6.21
http://news.media.daum.net/politics/others/200706/21/kukminilbo/v17175370.html
(일부발췌)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이 각하될 줄 뻔히 알면서 헌소를 강행하는 것은 너무나 정략적이고, 임기 끝까지 혼란을 야기시켜 국면을 회피하고 레임덕을 방지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헌법소원이 "각하"되는 경우는 "대통령은 개인 자격으로도 헌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 인정될때이다. 이러한 견해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신문에서는 "헌법학자들"의 여론조사(?)를 토대로 "각하되는 것이 맞다"는 식의 논리를 폈다. (헌법학자들간의 이견이 있었지만, 보수적이냐 진보적이냐의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 비율은... 의문이다.)


[노대통령 헌법소원 강행] 헌법학자 34명 입장은… 21명 “憲訴 자격없다” [국민일보] 2007.6.21
http://news.media.daum.net/politics/others/200706/21/kukminilbo/v17176870.html
(일부발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경고조치에 따른 노무현 대통령의 헌법소원 청구와 관련, 헌법학자 10명 중 6명은 대통령은 국가기관으로서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조계 “개인자격 청구는 논리 모순” [경향신문] 2007.6.21
http://news.media.daum.net/politics/others/200706/21/khan/v17175859.html

(일부발췌)
주요 쟁점은 일단 노대통령이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있는지, 선관위의 결정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로 볼 수 있는지다. 두 요건을 모두 만족하지 못하면 노대통령의 헌법소원은 각하된다. 이 부분에 대한 결론이 나야 실제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규정한 선거법 9조가 대통령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는지도 판단할 수 있다.

한마디로 "각하"될 것이 뻔한데, 괜히 분란만 일으킨다는 소리였다. 이 정도일까?

[사설]노대통령은 더이상 선관위 흔들지 말아야  [경향신문] 2007.7.12
http://news.media.daum.net/editorial/editorial/200707/12/khan/v17422144.html
(일부발췌)
노대통령의 헌법소원에 대한 선관위 의견서에도 나와있듯이 대통령은 ‘사적, 공적 영역을 구분할 수 없는 살아있는 헌법기관’이다. 그 행위에 대한 법적 판단은 헌법이 정한 사법기관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경기 규칙이 마음에 안 든다고 대통령이 자꾸 심판을 흔들어대는 것은 법치주의와 권력 분립의 정신을 훼손할 소지가 크다. 노대통령의 자중(自重)을 거듭 촉구한다


한나라, "선관위 너무도 당연한 답변" [YTN] 2007.7.12
http://news.media.daum.net/politics/assembly/200707/12/YTN/v17415774.html
(일부발췌)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헌법소원 제기에 대해 선관위가 대통령은 헌소 자격이 없다고 답변한 것과 관련해 너무도 당연한 답변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과는... "자격은 있으나 선거법은 합헌" 그래서 망신? "각하"예상한 사람들은 망신아닌가?

그리고 결과는 아래와 같다.

망신당한 盧…‘정치적 표현 자유’ 헌소기각 [경향신문] 2008.1.17
http://news.media.daum.net/politics/administration/200801/17/khan/v19648735.html

(일부발췌)

헌법재판소는 17일 노대통령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노대통령의 청구를 기각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송두환 재판관)는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9조 1항은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아 합헌”이라며 “대통령의 정치인으로서의 지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선거활동에 관여하는 선거중립 의무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중략)
헌재는 우선 “원칙적으로 국가기관은 기본권의 수범자로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는 없으나, 일반 국민으로서 국가에 대해 가지는 헌법상의 기본권의 제약을 받을 때는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노대통령의 헌법소원 자체는 적법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노대통령에게 정치적 중립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요청한 당시 결정 자체는 정당했다며 선관위의 손을 들어줬다.

헌법소원을 했지만, 그것이 기각당하거나 결과가 청구와 다르면 그게 "망신"일까?

그렇다면, 얼마전 한나라당은 "큰 망신"을 당한 것인가? 삼성특검법에서 일부만 위헌 판결이 나왔으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다음 메인 (2008.1.17-18)에는 "망신당한 노무현 대통령"이란 제목의 위 경향일보 기사를 내걸었다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번 헌법 소원은 두가지 항목이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대통령이 개인 자격으로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낼 수 있는가"하는 쟁점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학계에서도 논란이 되었고, "가능하다"는 결론(판례)을 얻었다.

두번째는, 그러한 이유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 당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헌재가 "아니다"라고 답했을 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학계에서 논란이 되었던 부분이고, 판례로 남게 되었다. 이 부분을 망신이라고 하고 싶은 것일까?

그렇다면, 망신이 두려워서 헌법소원을 내지도 못하는 사람이 되란 것일까? 나는, 헌법소원에서 "기각" 판결을 받았다고 "망신"이라는 식으로 제목을 뽑는 언론이 더 "망신"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남의 입을 빌리긴 했지만, 줄곧 "각하"가 될 것이 뻔하다는 식의 논조를 유지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각하될 것이 뻔하다"면서 빈정거린 야당의 태도도 부끄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들이 말한대로 "임기 끝까지 혼란을 야기"하지 않고, 헌재는 조용히 자신의 일을 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번 사건은 "판결을 받아볼 만한 문제"였다. 찬반 양론이 팽팽했기 때문이다. (물론 언론의  보도 태도는 한쪽에 치우친 면이 너무나도 돋보였다) 대통령 후보의 공약은 국민의 선거로 선택된 것이니 무조건 실행해야 한다던 "수도이전"문제도 결국은 헌재에서 판결을 받고 수정되었다. 요즘 비슷한 "경부운하"문제도 이런식으로 헌재의 판결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예전과 다르게 한나라당은 공약이었으니 무조건 실행하는 쪽으로 가려고 하지만...)

정리하자면, 이번 사건은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에 대해서 헌재가 [아니]라고 말한 것이었고,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질문을 할 자격이 있다고 말해준 것일 뿐이다." 망신 운운은 정말로 악의적이며 선정적인 제목 뽑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선거법 93조 (사전선거운동 등의 문제) 에 대해서도 네티즌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대해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건 "망신"과는 상관없음은 확실하다. 빨리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사실, 헌법소원 결과에 상관없이 국회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이 조항을 고치길 원하지만, 이는 국회의 행태로 볼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번 총선때는 얼마나 많은 네티즌이 경찰 조사를 받고 전과자가 될지... 단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앞으로 이명박 정부도 헌법 소원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 신문들이 어떻게 논조를 유지하는지 이번과 비교해 보면 참 재밌을 것 같다. "공수교대" 덕분에 재밌는 일이 참 많아졌다.


미디어 한글로
2008.1.18.
media.hangul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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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그날을향해 2008.01.18 14: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해 주셨군요..
    동감입니다.. 그건 망신이랄게 아닌데... 도리어 대통령도 헌소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게 더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내 헌소 '각하'로 분위기를 몰아 가며 대통령 씹기에 급급했던 주요 언론이 더 망신인 판결이죠..

    • BlogIcon 한글로 2008.01.18 15: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노무현 대통령 덕분에 국민들의 법지식이 날로 늘어가는데다가... 우리나라의 헌법학도 수준이 높아지는 느낌입니다. ^^ 관습헌법까지 등장했으니까요. ^^

  2. 데빌루스 2008.01.18 14: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쩝... 제가 법원에 가본적이 한번도 없어서 어떤 절차로 이루어 지는지 모르겠으나
    저 헌법소원이나 선거법 93조 헌법소원 같은것 처리하는데에
    왜 이렇게 오래걸리는지 모르겠네요-_-;;

    그리고 헌법(정치적 자유)하고 공직선거법이 충돌하면
    고위법인 헌법이 우선되야하는거 아닌가요?

    • BlogIcon 한글로 2008.01.18 15:10  댓글주소  수정/삭제

      6개월 이내에만 할지 안할지 결정하면 된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느긋한 것이겠지요. 헌법과 공직선거법이 충돌했느냐를 따지는 것이 헌법소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시각이 다 다를테니까요. ^^

  3. BlogIcon 열산성 2008.01.18 16: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의견에 동의합니다.
    "기각" = "망신"은 아주 초딩적인 발상입니다.
    (초딩을 비하하는 것 아님)

  4. BlogIcon 양용현 2008.01.20 04: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슷한 생각을 했었는데, 글로 참 잘 정리해주셨군요.

  5. 또롱 2008.01.25 19: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헌재의 판정후에 다음 메인기사 보구 참 어이 없었는데 ....대체로 헌재의 결정이 상식선에서 이루어 진다고 봅니다. ....언론들이 기각과 각하의 차이도 모르는 거 아냐? 란 생각을 했드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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