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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빠당은 있고, 차떼기당은 없었던 이유
[신조어] 책자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해명과 문제점을 밝힌다


놈현스럽다, 노빠, 노빠당, 노짱...

얼마전에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 라는 책이 논란이 된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거침없는 단어들을 실었기 때문이다.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에 해당하는 "놈현스럽다"가 그 문제의 발단이었다. 이에 비해서 "차떼기", "차떼기당" 등은 싣지 않아서, '정권이 바뀔 것을 예상하고 미리 선을 대는 것이 아닌가'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관련기사]

2007년 10월 9일 한글날을 기념해서 그동안 연구했던 결과를 정리해서 발간한 이 책은 정치적인 문제로 변질되고 말았다.

나는 이 사태를 접하고 즉시 이 책을 구입했다. 일단, 내 눈으로 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 때문이었다.



▲ 논란이 되었던 '사전에 없는 말 - 신조어' 와 "놈현스럽다"가 나온 부분



위의 "놈현스럽다"가 문제가 되었다고 하지만, 나는 "노빠당"에 눈을 돌렸다. 왜 그 유명한 차떼기당은 없고 노빠당만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 '노빠당'은 있지만 "차떼기당"은 없다



그리고 국립국어원 (www.korean.go.kr)의 민원란을 살폈다. 아래와 같은 답변이 있었다.

2007.10.12 국립국어원의 공식 민원 답변

  국어진흥교육팀  02-2669-9732   2007.10.12.
 
1. 신조어 자료집에는 고유 명사를 수록하지 않았습니다. 즉, "ㅇㅇ당(또는 ㅇㅇㅇ)을 ~한 뜻으로 달리 이르는 말."로 풀이되는 말은 싣지 않았습니다.

2. 고유 명사가 아닌데도 간혹 실리지 않은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수십 수백 명의 자료 수집과 검증을 통해 만들어진 국어사전에도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말이 오르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국어원은 어떤 정치적인 의도로 특정 단어를 수록하거나 배제하지 않았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상하지 않나? "노빠당"이 버젓이 실려 있는데도 "--당"은 실리지 않았다는 답변을 하다니..

그래서 질문을 했고, 답변을 받았다. 조금 입장이 다르게 변해있었다. (민원이 워낙 많은데, 답변은 거의 앵무새처럼 모범 답안을 베끼고 있었다.)

[나의 질문] 2007.10.17 질문에 대한 답변

국어진흥교육팀   02-2669-9732    2007.10.22.
 
죄송합니다.
고유명사와 관련한 부분은 신조어 자료집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고 답변한 내용이었습니다.
타 정당과 관련된 신조어가 누락된 것은 2003년 당시에는 조사자가 신문·잡지(인터넷 언론 포함) 등을 대상으로 일일이 수작업으로 신조어를 수집했기 때문에 조사가 과학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지 못해서입니다.

국어원의 조사 내용이 정치적인 부분과 밀접한 관련을 맺을 수도 있다는 것이 이번 사건으로 밝혀졌고, 국어원 내부에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실제 조사를 통해 수집된 내용을 외부에 그대로 발표하는 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신조어 선정 기준에 대해 아직 명확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비체계적인 틀을 탈피하려고 팀을 구성하여 논의 중에 있습니다. 


특히, 위의 답변에서 아래의 두 문단은 최근 질문에 모범답안으로 계속 복사해서 붙여넣기 신공으로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

일이 터지자, 국립국어원은 며칠간 (정말 며칠간만) 아래와 같은 공지사항을 내보내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하고 있다.


▲ 2007.10.12 부터 10.17까지 떠 있었던 팝업 공지 (www.korean.go.kr)

여기서 국립국어원의 "매년 발간했다는 신어 자료집"의 존재가 나온다. 나는 이 자료를 찾기위해서 도서관도 가봤지만, 너무 작은 도서관이라서 그런지 몇년치가 빠져 있었다.

그래서 , open.go.kr 을 통해서 정보공개 요청을 했다. 어렵게 어렵게 정보공개를 통해서 2001년부터 2005년까지의 보고서를 입수했다. 한 보고서당 몇 백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였다. 이제 이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를 밝히고자 한다.


'놈현스럽다'는 2003년 자료집에 이미 수록되어 있어

정말 그랬다. 아래 그림처럼 "놈현스럽다"나 "노빠당" 등의 단어는 한 글자도 틀림없이 2003년 자료집에 이미 수록된 내용이었다. 국립국어원의 항변처럼, 이미 수록된 내용을 발췌해서 옮겼을 뿐이라는 것이 일리가 있다.
▲ 국립국어원 편. 2003년 신어, 12쪽에서 발췌



뭐, 그런 정도라면 역시, 책에 수록된 "노비어천가"도 2002년 자료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 국립국어원 편. 2002년 신어, 21쪽에서 발췌

즉, 국립국어원의 설명대로 "정치적 외압 없이, 별로 과학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조사를 한 바람에, 한나라당 관련 단어는 쏙 빠졌다"는 것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다.

하지만, "새로운 정권에게 잘보이기 위해서"라는 의문이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런 단어가 보고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골라낸 것이 이번 작업이었기 때문에, 편집자의 의도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는 못한다.

그리고 떠오르는 의혹은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는 새로운 신조어, "차떼기 선거" 덕분이다.


"차떼기", "차떼기 당"은 없고 "차떼기 선거"는 있어

2007년 6월 자료부터 게시판에 공개되는 "새로 나온 말" 서비스는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의 첫페이지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2007년 9월 다섯째주에 "차떼기 선거"를 넣음으로써 발빠르게 신어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덕분에 약간 이상한 모습이 되어 버렸다.

▲ 차떼기 선거에 대한 설명
http://korean.go.kr/06_new/newword/List.jsp

이 단어는 문제가 생기기 전에 올라간 것이긴 한데, 아무리 봐도, 오해를 살만한 것이다. 왜냐하면, 결과적으로 국립국어원 신조어 목록에는 "차떼기당"은 없고 "차떼기선거"만 남았으니까 말이다.

한나라당 스스로도 '차떼기당의 이미지를 벗자'는 식의 말을 할 정도로 국민에게 친숙한 '신조어'인데도 이것은 "지난 날의 잘못으로 수집되지 않은 단어"이므로 영원히 묻어두고, 재빠르게 정치적인 문제가 다분히 있는 "차떼기 선거"란 단어를 수록한 것은, 스스로 논쟁을 만드는 격이 된다.

'폰떼기' 라든지 '폰때' 등의 말도 모두 수록되어 있다. 청와대포비아라는 말까지 있는데, 내가 잘 못찾는 것인지는 몰라도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관련된 말만 집중적으로 있는 것은, 좀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그때는 가만 있다가 왜 지금 문제냐고?

한나라당은 2003년 신어 보고서에도 실린 것을 가지고 지금에 왜 문제를 삼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관련기사]  이는 참 '한나라당스러운 일'인 것 같다. ^^ (만약,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더 난리를 쳤을분들이.. ^^) 그때는 그냥 '보고서' 수준의 문서였지만, 지금은 온 국민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 책'으로 출판된 것이다. 그리고, 국립국어원장님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책이 나올때도 유심히 안봤는데, 보고서 수준에서 정말 그렇게 자세히 봤을까?

(만약, 정말 편집자들이 꼼꼼히 봤는데도, '차떼기 당'이 없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놈현스럽다'가 아무 문제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는 참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제를 바로잡고 싶으면...

국립국어원은 문제를 바로잡고 싶으면, 흥분해서 마구 민원을 넣는 국민들에게 '앵무새 답변'을 하는데서 그쳐서는 안된다.

신어보고서에 빠진 정치적인 단어들 - 한나라당과 관련된 단어들을 포함해서 - 을 인터넷에서라도 보충해야 할 것이다. 만약, 특정당에 대한 것을 뺀다는 원칙이 있다면, 열린 우리당에 대한 말도 빼는 것이 옳다. 하지만, 언어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중요한 자료가 된다는 국립 국어원의 원칙이 있다면, 빼지 않고 보충하는 선에서 해결을 하리라 믿는다.

예를 들어 "놓쳤던 신조어"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전과 달리 뉴스 검색 등이 쉬우므로 조금 더 쉽게 자료들을 과학적으로 정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이 일을 기회로 정치권에서는 자신들을 지칭하는 여러가지 '말'이 어떻게 수집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신들을 조롱하는 단어들이 역사에 기록되고 있는데도, 전혀 반성없이 잘못을 되풀이하는 모습은... 정말 요즘 말로 "안습"이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 외침
미디어 한글로.
2007.10.31.
media.hangulo.net

※ 이 글은 제 옛블로그(http://www.hangulo.kr/137)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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