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총리가 소머즈인가?
몇초만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세번째 공판
오늘(2010.3.12)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 30분간 곽영욱 피고인에 대한 변호인측 심문이 있엇다.
오늘의 핵심은 두가지였다. 먼저 총리공관이야기.
정리하면 이렇다. 어제까지의 진술은 이렇다.
(어제 곽영욱 피고인의 진술)
1) 정세균 당시 산자부장관, 강동석 장관, 곽영욱씨가 한 총리의 초청으로 총리공관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휴일아님)
2) 밥먹을 때는 무슨 이야기 했는지 모르는데, 국정 이야기를 한 것 같다. 내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난 듣지도 않았다.
3) 총리가 일어나면서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모두에게 했다. 곽 피고인은 그게 "나를 잘 부탁한다고 하나보다"라고 혼자서 생각했댄다.
4) 거의 동시에 모든 사람이 일어나고 나가는데, 두 장관이 먼저 나가고, 곽피고인이 그 다음으로 나가는데, 나가기 직전에 양복 안주머니 양쪽에 넣어온 2만불, 3만불 돈봉투를 놓아두었다. 그리고 한명숙 총리에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한총리는 웃고 있었다고 했다. 그 말을 하기 전부터 웃었다고 했다. 원래 잘 웃는 분이라고..ㅋㅋ)
5) (처음에는) 돈을 놓은 것을 한총리가 봤는지 모르겠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으니 봤을 것이다..
6) 그리고 나가니 정세균 장관에게 한총리가 "잘부탁 드립니다" 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대체 한총리는 분명히 안에 있었다고 했는데, 그러면 뒤 따라 나와서 앞질렀다는 말?)
직접 준건가, 의자에게 준건가? - 이렇게 오락가락?
그런데, 웃긴것이, 이 재판이 있게한 검찰의 조서에는 어떻게 되어 있느냐.. 이 부분을 한 번 보자
(한글로의 필기에 의한 것으로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내용에 이상이 없을 것입니다.)
(검찰조서)
문) 총리가 같이 안따라나왔어요? 장관들하고?
답) 총리가 같이 안따라 나오죠. 나하고 좀 늦게 나왔죠.
문) 원래 손님들 나가면 같이 나가면서 배웅하잖아요
답) 이 정도면 센스로 하는거죠. 그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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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0 검찰조서 내용중)
문) 돈 봉투는 한총리 손에 줬냐, 다른 가구 위에 두었나?
답) 출입문 근처에서 둘다 서 있는 상태에서 줬다. 어디에 올려놓고 그럴게 없다. 직접 건네주었다.
문) 뭐라고 하면서 줬나?
답)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한명숙 총리가 나를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돈을 줬다
문) 어디에 돈 넣은거 못봤나?
답) 못봤는데, 핸드백에 넣었을 것이다. 난 식당에서 바로 나왔고 한 총리는 따라나오지 않고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이 진술조서와 어제 말한 것중, 즉 "한총리에게 줬나, 의자에게 줬냐"는 질문에는 "의자에게 준게 맞다"고 대답했다. 즉, 검찰에서는 잘못 이야기한 것.. 그 이유는어느게 맞느냐는 질문에 "검찰 조사 받을 때는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이거야 원. 정신이 없었던 조서를 바탕으로 이 기소가 이루어진 것이다. 정말 정신이 몽롱했다. 조서와 다른 부분은 또 있다. 조서에는 "문앞에서 정세균 장관에게 (피고인을) 잘부탁한다고 말하는 것을 본 후에 돈을 줬다"고 되어 있지만, 어제는 "돈을 놓고 나오다가 그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이렇게 기본적인 상황도 결국 헷갈려한다. (물론, 증인이라 불리는 피고인은 식사한 곳의 위치, 문의 모양, 배치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했다. 한식인지 중식인지도 기억이 안나고, 서빙하는 사람이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런데, 어제 진술에서는 한총리가 현관까지 배웅까지 했다고 했으니.. 슈퍼우먼 한명숙의 입장에서 당시 상황을 재조명해보자. 이건 순전히 곽영욱씨의 진술에 의한것이니 사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나, 한명숙)
밥을 다 먹었으니.. 잘 부탁합니다.. 라고 모두에게 인사. (이게 누구를 부탁한다는 것인지, 그 전 대화에서 이어진 것인지는 불확실. 어쨌든..) 그리고 일어나니 두 장관이 나가시니, 문 앞에서 서서 나가시도록 안내하면서, 앗. 저기 곽사장이 의자에 돈을 놓고 '죄송합니다'라고 말을 하네, 빨리 돈을 챙겨서 어디에 넣고나서 재빠르게 곽사장을 앞질러 나가서 정세균 장관에게 '잘부탁합니다'라는 말이 들리게 말을 했다. 그리고 현관까지 모두를 안내했다.
그리고 "동시 다발적으로 나갔다"고 했으니, 이 시간은 최대 5초에서 10초. 돈을 준다는 사전 약속도 없이, 그냥 "죄송합니다"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돈을 처리하고 (옷에는 넣을 곳이 없었음. 당시 행사 참석후 바로 온 것) 휭하니 나가서 부탁을 했다는 소리다. 이건 소머즈도 좀 힘든 일 같다.
처음에는 직접 줬다고 했다가 의자에게 준 것도 모자라서, 앞뒤 관계가 모두 뒤죽박죽 되었는데, 자꾸 물으면 다시 "기억이 안납니다"라고 돌아가는 증인. 이런 증인을 믿고서... 검찰은 기소를 했던 것이다. 그리고 신문들은 신나게 받아적었다. 뭐냐. 쩝.
어쨌든, 이 부분은 여기서 심문이 끝났지만, 대체 "부탁한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한 것인지는 모두가 헷갈려하고 있다. 이제 증인은 법원에서의 여러가지 증언으로 인해서 '부탁한다'는 말을 두 번 한 것으로 정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어제는 분명히 아니었다.
불안전한 기억을 자꾸 주입시키다보니, 이게 앞뒤가 안맞는 기억이 되고, 결국은 누군가의 소설이 사실로 인식되는 것이다.
소설이 사실이 되는 세상?
한명숙총리가 직접 앞치마를 메고서 밥을 차리지 않은 이상, 그 곳에는 서빙하는 사람이 당연히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오찬이 끝나면 당연히 서빙하는 사람이 들어와서 자리를 치운다. 그런데, 돈을 과감히 그냥 놓고 나온다? 이건 상식에 어긋난다.
아니, 분명히 이런 돈을 수도 없이 건넨분이다. (만 달러씩 화주에게 수도없이 줬다고 했고, 이분은 83억원 횡령 혐의로 구속되신 분이다. 물론 그 액수가 38억으로 줄어있긴 하지만..) 그런 '베테랑'이 정말 그랬을까?
또한, 의자에 놓은 이유가 '그냥 주면 안받을 것이 뻔해서'였는데, 선뜻 받아서 챙기기까지 했다는 소리인데.. 거 참..
어쨌든, 이번 공판을 참관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았다.
인간의 기억은... 강력한 사람에 의해서 재창조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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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