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치를 잘 모르지만
블로거 출신 김진애 의원, 소통 정치의 시작을 알리다 - 블로거와 함께 의정을.. 간담회에 다녀와서
한글로
2009. 11. 20. 09:10
블로거 출신 김진애 의원, 소통의 정치 열다
블로거와 함께 의정을.. 간담회에 다녀와서
블로거와 함께 의정을.. 간담회에 다녀와서
정치에서 잊혀진 단어, 시사 블로거
지난 대선 때, 떠오른 단어는 UCC와 블로거(혹은 블로그)다. 하지만, 정말 아쉽게도, 두 가지는 모두 '감시'의 대상으로 잘 쓰였다. 그래서, 별로 쓰지도 않던 여러가지 잣대를 들이밀고, 10년도 넘은 아날로그식 선거법을 인터넷 시대에 적용해서, 많은 사람들이 선거 시작도 전에 조사를 받고, 법정에 서야했다. 결과는 거의 80% 정도의 유죄 선고. (벌금형을 흔히 범칙금과 착각하는데, 벌금형은 전과에 해당하는 형벌이다.)
상당히 위축된 시사, 정치 블로그는 조금씩 가라앉는 듯 했다. 그러다가, 대박 사건이 터졌다. 촛불 집회! (어떤 정신나간 사람들은 '폭력'이란 단어를 자꾸 촛불에 갖다 붙인다.) 전세계 역사상 유래가 없었던 대단한 사건이었다. 블로거들은 이슈의 중심에 뛰어들었다. 그 뿐이 아니라, 캠코더와 와이브로로 무장한 1인 방송국의 전성기를 누렸다. 경찰들의 무자비한 폭력은 생중계로, 누군가의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생생히 전달되었고, 그 때마다 사회는 들끓었다. 시위가 있을 때마다, 시위대만을 향하는 조중동의 카메라는 여전히 시위대의 폭력적 대응을 앵글에 담았지만, 시위대 쪽의 블로거들은 경찰들의 무자비한 폭거를 담아냈다.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은 법을 등에 업은, 아니 MB각하의 지엄하신 분부를 등에 업은 '공인된 폭력'을 휘두루는 자들이었다. 스스로 닭장차에 타도 벌금 100만원을 때리는 무자비한 폭거가 이어졌다. 몰아주기 재판에 촛불 재판에 영향을 주는 일도 서슴지 않고 저질렀지만, 그러한 과오(또는 공로)에도 불구하고 대법관 자리를 튼튼하게 지키고 있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이명박 대통령의 거짓 사과 쇼가 몇 번이나 이어지면서, "니들 말은 안들어"라고 외치는 각하의 부르짖음 속에, 촛불 집회는 '불법 폭력 집회'로 수구 언론들의 낙인찍기로 자꾸만 기억은 왜곡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오랜 세월이 흘렀다. 이제 '블로거'는 마케팅쪽에서는 '기본 옵션'으로 통할 정도로 상당히 대중화 되었다. 예전에는 몇십만원이 들던 '블로그 포스팅'의 단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싸졌다. 이른바, '시사 블로거'들은 블로그 마케팅에서 제외 1순위가 되었다. 왜냐? 정부에 반하는 글을 쓰는 사람에게 상품 선전을 맡겼다간 정부의 미움을 살 수 있어서다. '좌파 기업'으로 찍히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그냥 상상에 맡기기로 한다.
그 뿐이 아니다. 이미 네이버는 그렇다고 치고, 다음(Daum)조차도 정부의 꾸준한 무언의 압력에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아무리 이야기해도 듣지 않는 '불통' 정부에게 계속해서 소리치는 블로거들의 글은 이미 그 이슈성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시사를 다루는 블로거는 조금씩 조금씩 이슈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네이버를 평정했다는 모의원의 발언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다음도 어느정도 평정되었다. 그래. 이게 바로 2009년 말의 시사 블로거 지도다.
이미, 파워 블로거 자리는 정부의 엄청난 지원에 힘입은 '정부 블로그' 들이 꿰어찬지 오래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였다. 블로그를 가장 잘 아는 기업이 정부 블로그를 대행 운영해 주는 현실, 그리고 그들로부터 노하우를 전수 받은 정부쪽 사람들은, 정말 기가 막히게 블로그 세상을 접수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냥, 어어? 하는 사이에 밀리고 말았다.
서론이 참 길었다. 어쨌든, 현재 시사를 다루는 블로거들은 실의에 빠져있다. 이슈의 중심에서, 트래픽의 중심에서 저만치 멀어져있다. 어쩔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학습능력이 참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간과했다. 아뿔싸. 이제 어쩐다?
그런데, 정치인들도 그랬다. 대선때는 블로거 간담회니 뭐니, 많이도 열었다. 그런 곳에 직접 가서 대통령 후보와 이야기를 나누는 영광도 누렸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하지만, 곧.. 수그러들었다. 솔직히,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누구는 내 어깨를 치며 말한다. "임마... 정치란 원래 그런거야"
그리고, 다시.. 블로거 간담회
김진애 의원 주최. 블로거와 함께 의정을.. (2009.11.18. 국회의원 회관)
스스로 블로거 출신 국회의원임을 자처하는 김진애 의원. http://jkspace.net 을 오랫동안 직접 운영하면서, 이슈의 중심에 여러번 섰다. 자신의 바로 앞에서 비례대표 당선이 끝났을 때, 가졌을 허탈감은 얼마나 컸을까. 그리고, 유죄가 확실시 되는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이 끝까지 사퇴를 하지 않고, 의원직을 박탈당했을 때, 얼마나 억울했을까. 하지만, 친박연대의 헌법소원과 더불어 함께 되살아난 '한 석' 덕분에, 이번에 금뱃지를 달게 되었다. 그 여정도 길고 길었다. 계속해서 판결이 늦추어지면서, 오랫동안 국회 입성을 기다렸던 탓인지, 이미 초선 의원이라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국회의원 뱃지 실물. 김진애 의원은 블로거들에게 촬영을 위해 기꺼이 뱃지를 빼서 주셨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되자마자, 바로 블로거들을 초대했다. "블로거들과 함께 의정을!"이란 표어를 내걸었다. 이거 얼마만에 듣는 소린가?
반가운 마음에 달려갔다. 이미 지난 노무현 대통령 서거때, 봉하마을 입구에서 김진애 의원을 마주친 적이 있었다. 나는 들어가고 있었고, 의원님은 나오고 있었다. 블로거 대 블로거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리고 몇 달만에 다시 뵙게 되었다.
나조차도 껄끄러운 정치 이야기
솔직히 말하자면, 난 정치 이야기를 하기가 껄끄럽다. 거참.. 그래도 시사블로거로 조금 명함을 들이밀었던 사람이 이런 소리를 한다는 것이 어이가 없긴 하다. 그렇지만, 요즘 세상에 정치 이야기를 쓰면.. 그건 블로그를 안하겠다는 소리와도 같다. 무슨 소린고 하니.. 블로그에 이런저런 상품 선전도 하고, 으뢰받은 글도 쓰고 그래야 하는데, "강성" 정치 블로그 글을 쓰면, 시쳇말로 "장사가 안된다."
블로그로 돈을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하는 나로서는 참 암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냥 '1박2일' 이슈에 뛰어드는 것이 오히려 쉽다. 요즘에 10만명 방문자 모으기 어렵다고 하는데, '1박 2일'만 잘 분석하거나, 비판하면 10만명은 예사다. 그러니, 괜히 정부에 찍혀서 요주의 블로거로 이런 저런 자리에 초청도 못받느니,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 먹고사는 일에는 도움이 된다.
그러니, 정치 이야기를 입에 담는다든지, 내가 어떤 정파를 지지한다는 소리를 낸다든지 하는 것은 참 미련한 일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그런가. 가끔씩 툴툴대고, 트위터(http://twitterkr.com/hangulo)에 계속해서 비판 글을 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껄끄럽다고 하면서, 더 껄끄럽게 만드는 요즈음이다.
블로거와 정치, 어떻게 할 것인가?
블로거 간담회에서 오간 내용을 세세히 정리하는 일보다는, 그냥, 간담회에서 한 마디도 못했기 때문에, 내가 하려던 이야기와 약간의 의견으로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블로거들을 부르는 문제다. 부른다고 하면 무엇하지만, 일단, 정치인들이 블로거를 부르는 자리를 많이 마련했으면 좋겠다. 물론, 여당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할 가능성은 없지만, 야당도 마찬가지다. 매번 1회성으로 사람들 모을 생각 하지말고, 어떠한 행사가 되었든 블로거들을 '열린 마음으로' 초청했으면 한다.
4대강 관련해서 무엇인가를 발표할 때에도 부르고, 그냥 체육대회나 이런 것 할 때도 불렀으면 한다. 예를 들어서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공연을 할 때도 부르고, 매번 국회에서 열리는 강연회, 세미나, 토론회 등에도 초대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국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잘 모른다. 적어도, 국회의 누군가가 국회 의원회관의 게시판에 붙어있는 각종 광고물이라도 중계를 해주면, 더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 토론회라고 국가의 비용을 들여서 하면서, 그냥 국회의원들이나 당직자들끼리 자리 채우고 앉아서 시간 때우는 것보다 더 낫지 않나?
또한, 정치인이라고 정치 블로거, 시사 블로거만 불러서는 안된다. 솔직히, 정부쪽에서는 상당히 많은 행사에 블로거들을 초청하고 있다. 그 모든 것들이 현 정부의 방향성에 동조해서는 아니다. 그것과 전혀 상관없는 행사들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행사들을 거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주부 블로거, IT블로거, 여행 블로거.. 모두 다 초청하라.
이건 쉽게 말하면, 현재 기업들이 블로거 마케팅을 하듯이, 정치인들도 따라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IT회사라고 해도, 블로거 행사에는 각종 분야의 블로거를 초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그런 다양한 시각들이 제품이나 회사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적어도, 각 의원실에서 1년에 한 번씩만 그런 행사를 해도, 1년 내내 행사가 그칠 날이 거의 없을 것 같다.
블로거들에게 정보를 많이 줬으면 좋겠다. 하긴, 블로거는 누구나 될 수 있으니, 이 말은 '국민들에게 정보를 많이 줬으면 좋겠다'는 말과도 상통한다. 기자가 아닌 일반 국민이 정부쪽의 답변을 듣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전화를 직접 걸면, "웬 미친놈이냐"는 식의 대응이 돌아온다. "누구시죠? - 블로거인데요 - 그래서요? " 뭐 이런 대화는 일반적이다.
그 대안으로 참여정부 시절에는 '국민신문고 (http://epeople.go.kr)'이 효과적이었다. (현재 이재오씨가 위원장으로 있는 곳에서 운영한다.) 그런데, 수장이 바뀌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요즘에는 거의 돌아오는 대답이 가치가 없을 정도다. 일부러 그러는지는 몰라도, 아주 아주 늦게 처리해서 진을 빼거나, 그나마 돌아오는 대답은 엉터리나 신문기사를 되풀이하는 정도의 자료 뿐이다. 정보공개 (http://open.go.kr)도 마찬가지.
국민에게 공개해도 되는 자료라면, 국회에서 솔선수범해서 자료를 공개하고 나서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한 가지 제안하는 것은.. 국회의원에게 국민(블로거)이 질의를 하면, 그 질의를 대신 정부기관에 보내주고, 그 답변이 오면 국민(블로거)에게 공개하는 식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면 어떨까 싶다. 각 상임위별로 한 사람 정도만 나서주면 되는 일이다. 물론, 아주 귀찮고 불편한 일이 되겠지만, 이미 국민 신문고 사이트나 정보공개 사이트가 의미없이 운영되는 상황에서는 별 수 없지 않을까. 하긴.. 요즘 국감에서 보니, 야당 국회의원의 질의에 자료조차 주지 않는 담대한 기관들이 많던데.. 걱정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우리같은 무지렁이 국민보다는 국회의원의 약발이 조금 더 잘 먹힐 듯 하다.
그리고,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통로를 열었으면 좋겠다. 요즘 정치인들은 4종 셋트를 맞춰야 한다. 일단 홈페이지는 기본. 미니홈피와 블로그.. 거기에 트위터까지. 트위터가 인기라니까, 너도 나도 만든다. 하지만, 그냥 만들어만 두고, 몇 번 쓰다가 만다. 오바마 대통령이 트위터로 톡톡한 재미를 봤다는 소리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바마 대통령도 자기가 직접 트위터 운영 안하는게 뽀록났다. 그래도 뭐... 열어만 놓고 한 달이 넘게 글 안올리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굳이 트위터가 아니라도 좋다. 뭐, 굳이 국산 서비스를 써야 한다면, 미투데이도 좋고 플레이톡도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러한 실시간 소통을 '꾸준히, 공개적으로' 해 달라는 것이다. 휴대폰으로 사진찍어서 바로 올리기도 하고, 간단한 논평도 휴대폰 문자로 날리기도 하면서 말이다. 어떠한 사안에 대해서 그 국회의원의 의견을 듣기까지의 엄청난 시간의 '간격'을 단축해 달라는 것이다.
사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이러한 소통이 필요한 것은 한나라당쪽 의원들이긴 한데.. 뭐, 큰 기대는 안하겠다. 당론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어떠한 결정도 해서는 안되는 식의 의사소통 과정을 가진 곳이니. 민주당이라고 크게 낫지는 않지만...
어쨌든, 굳이 블랙베리나 아이폰 같은 휴대폰 아니라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 많다. 에그와 아이팟으로 무장해서 다니라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문자 메시지로 간단히라도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은 '진심'으로 했으면 좋겠다. 거창한 뷔페가 차려진 곳에서 파티를 열자는 것이 아니다. 그냥, 삼겹살을 구우며 소주 한 잔을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관계가 되었으면 한다. 이러한 관계를 단순히 김진애 의원, 한 분에게만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수백명의 국회의원, 그보다 더 많은 보좌관, 당직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블로거...
다시 블로거 이야기다. 어쨌든, 현재는 블로거의 전성시대다. 이미 많은 부분에서 들썩이고 있다. 돈을 쫓아 다닐 수도 있고,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도 있고, 유명해질 수도 있다. 그 모든 부분을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어차피 다양성은 존재하는 법이니까.
시사, 정치를 다루는 블로거가 위축되었다고 너무 실망은 말자. 어차피, 한 번은 있어야 할 일이었다. 포털의 트래픽 '하사'에 매달려 있어서는 어차피 안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달콤한 유혹에서 빠져나오기가 쉬웠을 리가 없다. 당연한 일이다.
누구를 원망할 일도 아니다. 정권의 미움을 사면서, 회사가 망하는 것을 보면서까지 시사, 정치 블로거들을 키워줄 포털은 어디에도 없다. 아니, 그래서도 안된다. (그러면, 정말 망할테니까.) 그냥 슬쩍 슬쩍 모르는 척, 한 번씩 도와주는 고마운 손길이야 있겠지만...
어쨌든, 환경이 변했으니 그 속에 살아가는 우리도 변해야 한다. 환경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다간, 공룡처럼 멸종할 수도 있다.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하고, 그 방법은 우리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어렵기에 도전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
김진애 의원의 블로거 간담회는, 이 모든 일들의 시초가 되기 바란다. 다시 정치권에서 블로거들을 초청하는 바람이 불길 빈다. 물론, 진심을 담아서..라는 조건으로 말이다.
아. 오늘도 추울 것 같다.
미디어 한글로
2009.11.18. 참석하고 11.20에 쓰다.